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No.71] <올 슉 업>의 손호영, 윤공주 - 3

글 |박병성 사진 |심주호 2009-08-19 7,555

무대가 나를 숨쉬게 한다, 윤공주

 

 

그녀가 늦었다. 약속 시간이 6시었는데 윤공주는 나타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손호영의 개인 촬영을 먼저 했다. 그것이 끝나갈 무렵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으로 그녀가 들어섰다. 그날은 <올 슉 업>의 첫 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늦은 이유가 윤공주다웠다. “제 솔로곡을 쭉 한 번 불러봤어요. 초연 땐 몰랐는데 그냥 부르는 데도 신나고 재밌더라고요. 조금만 더 하면 마칠 거 같아서….” 하며 아침까지만 해도 위염으로 고생 했는데 연습하고 나니 지금은 괜찮다며 해맑게 웃는다. 천상 무대 체질인가 보다.
“공연이나 연습을 하지 않을 때는 제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그녀가 올해 무대와의 인연이 그다지 순탄치 못했다. 올해 첫 출연작인 <카페인>은 무대가 익숙해질 즈음 중단됐고, 다음 작품은 연습 도중 공연 일정이 연기됐다. 그녀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그토록 좋아하는 무대를 한동안 이별해야 했다. 계획에 없이 3개월여 동안 무대를 떠나 있어야 했다. 2001년 학생 때 <갓스펠>로 데뷔한 이후 주요 배역을 맡기 시작한 이래로 이렇게 오래 쉬어본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오랜 만에 서본 무대가 더욱 즐거웠다.
윤공주는 한때 동료들에게 지독한 이기주의자라는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동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남아서 연습을 했고, 공연 중에 음이 틀렸는데 너무 속상해서 무대 뒤로 왔을 때 울음을 터뜨린 적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본 동료들은 그녀가 ‘인간미 없는 지독한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곰곰이 듣다보면 그녀가 이기주의자가 아니라 지독한 이타주의자이기 때문에 생긴 일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자기 때문에 다른 배우나 공연에 피해를 줄까봐, 그래서 최선의 공연을 볼 권리가 있는 관객들이 그러지 못할까봐 속상했던 것이다.


<하루> 공연에서 사고가 났던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연 도중 소품에 부딪혀 입 주위가 찢어져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는데 그녀는 공연을 이어가려고 했다. 얼굴 주변에 난 상처인지라 여배우로서 큰 걱정이었을 텐데도 자기 때문에 공연이 지연될까봐 안절부절 못하다, 임시 처방을 하고는 공연을 끝까지 마쳤다. 그때 수습하는 태도가 감동적이었다고 말하자 “배우라면 아마 전부 아니, 한 98퍼센트는 그렇게 공연을 먼저 생각했을 거예요”라며 짐짓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이러한 이타주의적인 면이 그녀를 연습에 집착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이 말 그대로의 집착만은 아니다. 윤공주가 지독한 연습 벌레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사실은 연습을 즐기는 편이다. “오늘 열 번 연습하면 내일은 더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열 번의 기준이 뭐예요?) 지칠 때까지. 그리고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지 않아요. 열 번 했는데 재미있으면 스무 번 할 수도 있고.”
2007년 초연 때 공연한 <올 슉 업>의 나탈리로 출연한 그녀는 이번에 다시 같은 배역을 맡았다. 윤공주가 한번 출연한 작품은 재공연을 할 때 다시 그녀를 찾곤 한다. 자기 배역에 대한 방어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성실함과 완벽주의가 오늘날의 윤공주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몇 년째 공연계에서 윤공주에 대한 평가는 ‘떠오르는 기대주’로 한정되어 있다. 아직은 정상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그녀 자신도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떠오르는 기대주’에도 레벨이 있는 법이다.
2006년 <드라큘라>에서 혼신을 받쳐 절규하던 그녀는 폭발하는 가창력이나 열정으로 무대를 압도했지만 저렇게 무리해도 괜찮을까 싶었다. 그때는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 열정적인 배우’라는 인상이 강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 역이 그녀를 크게 성장시켰다. “로레인을 할 때는 오늘이 마지막 무대라는 생각으로 했어요. 실제로 성대 결절이 생겨서 일주일에 두 번 병원에 다니면서도 연습도 하고, 또 공연에서 그렇게 노래를 불렀죠. 그런데 알돈자를 할 때는 무리해서 연습하기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공연할 때 집중했더니 힘들지 않게 했어요. 근데 저는 둘다 좋았던 것 같아요.”
로레인 때처럼 무대포로 했던 시기가 있어서 지금 좀더 여유로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윤공주는 최근 순탄하지 않은 스케줄로 마음 고생을 했지만 이것도 자신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웃는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