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활동 중인 김혜영 작곡가가 들려주는 <카페인> 뮤지컬 넘버 이야기.
<카페인>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어떻게 하면 좀 더 관객과 기분 좋게 소통할 수 있을까?’에 중점을 뒀어요. 팝송 또는 가요처럼 흥얼거릴 수 있고, 동시에 드라마적 요소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데 집중했죠. 평소에 흔히 즐겨들었던 팝송들을 생각하며 놀이를 하듯 즐겁게 작업했어요. 내용도 음악도 다르긴 하지만 만들고 나면 조나단 라슨의 <틱틱붐>이나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같은 모던한 모습이 아닐까 상상해 보기도 했고요. 색다른 점이 있다면 제가 미국에 있다 보니, 한국에 있는 성재준 작가와 롱디(Long Distance) 작업을 했다는 것. 수화기에 대고 노래를 불러주는 등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작업 과정을 겪었죠. 처음엔 어색했지만 곧 적응이 돼서 마치 옆에서 함께 작업하는 것 같더라고요.
칠판전쟁
“사랑은 무엇일까?” 작품이 던지는 질문에 세진은 부정적, 정민은 긍정적인 답을 하면서, 두 사람의 어긋난 첫 만남이 시작돼요. 그래서 부정적인 정의는 마이너 코드, 긍정적인 정의는 메이저 코드로 표현하며 서로 응대하게 했어요. 이 두 코드를 계속 반복하고, 변화시키며 그들의 싸움을 표현했답니다.
사랑의 묘약
한 잔의 커피를 두고, 세진은 그것이 사랑의 묘약이 되길 바라는 마음, 정민은 그것이 독약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가져요. 그 상반된 감정의 밀당을 표현하기 위해 정열적이면서도 감정이 빠르게 흘러갈 수 있는 라틴 장르를 선택했어요. 당시 작가의 한마디, “이런 음악이면 댄스 브레이크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화끈하고 기분 좋은 제안에 당장 더 음악을 풍부하게 넣었고, 안무와 더불어 직접적인 밀당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죠.
내 안의 카페인
‘내 안의 카페인’은 세진이 정민에게 처음 감정을 느끼고, 지민 역시도 세진에 대한 감정이 생겼을 때,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마음을 표현해요. 그래서 달콤하고도 설레는 감정에 중점을 둬 달달한 보사노바풍의 장르를 선택하게 되었죠. 또한, 사랑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인생이 하나로 합쳐져 하모니를 만들 듯, 세진이 혼자 부를 땐 솔로로서의 선율을, 후에 정민과 함께 부를 땐 서로의 선율이 합쳐져 하모니가 되도록 만들었어요. 예전엔 작가가 이 노래가 작품의 메인곡이라고 했을 땐,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했어요. 왠지 피날레이고, 작품의 테마 같기도 한 ‘러브 이즈’에 더 정이 갔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 노래를 가장 좋아하게 되었어요.
릴랙스
롱디 작업으로 만든 다른 곡들과 달리 이 노래는 미국에서 작가와 함께 작업했어요. 제목이 ‘릴랙스’이기 때문에 그와 반대되는 상태, 말 그대로 릴랙스가 필요한 상황과 감정에 초점을 뒀어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빠른 템포를 사용했죠. 또한 두 주인공이 첫 데이트를 시작하기 전부터 데이트를 마친 후까지, 시간의 흐름이 담긴 여러 신을 하나의 음악으로 묶어 줬어요. 또한 둘이 함께 있는 데이트 장면에서는 차별을 주기 위해 음악에 변화를 주었고요.
아이리시 커피
세진은 정민과 지민이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의 복잡한 마음에 혼란스러워 해요. 작가는 그 혼란함을 술과 커피가 담긴 아이리시 커피에 비유했어요. 역으로 음악은 단순하게 만들었어요. 주인공의 마음과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요. 반주 역시 한 음을 반복시켜 하나에 집중하게 했어요. 두 사람이지만, 결국 한 사람, 두 마음 같지만 결국 한마음이란 것을 보이기 위해서였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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