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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NER VIEW] <두 도시 이야기> 두 사람의 복수와 죽음 이야기 [No.131]

글 |누다심 사진제공 |비오엠 코리아 2014-10-07 5,714
복수는 어쩌면 인간의 천성일지도 모른다. 대인관계에서 별다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돌쟁이 아기들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다른 아기가 자신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 냅다 달려가서 장난감을 낚아채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때리기까지 한다. 자신의 것을 빼앗겼을 때의 불쾌감을 마치 상대 아기에게 그대로 전해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초등학생들도 그렇다. 장난을 치다가 친구에게 한 대 맞으면 “왜 때려!”라며 화를 내고 똑같이 한 대 때려준다. 한 대 맞아서 아프고 억울한 심정을 너도 똑같이 당해보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상대 아이는 가만히 있을까? 자신은 의도적으로 때리지 않았고, 또 자신이 가한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을 주었다면서 다시 반격에 나선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두 도시 이야기>에도 복수에 나선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어린 시절 귀족에 의해 가족을 잃고 증오와 복수심에 불타는 마담 드파르지고, 또 다른 사람은 알코올 중독자에다 남의 등이나 쳐 먹고 살던 염세적인 변호사 시드니 칼튼이다. 두 사람은 극 중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시작(복수)은 같았지만 마지막(죽음)은 전혀 달랐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마담 드파르지에게는 언니와 오빠가 있었다. 언니는 에버몽드 후작에게 겁탈을 당하다가 죽었고, 이를 막으려고 했던 오빠 역시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했다. 막내였던 마담 드파르지만이 피신해서 겨우 살 수 있었다. 살았지만 산 것이 아니었다. 가족을 잃은 삶이란 죽음이나 다름없는 법.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그러나 마담 드파르지는 그럴 수 없었다. 살아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복수다. 

시간이 흘러 프랑스에는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드파르지 부부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혁명의 절정에서 마담 드파르지는 시민들과 함께 에버몽드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살려두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그리고 루시 마네트와 그녀의 어린 딸까지 잡아들이려고 한다. 
 

내가 바로 그 어린 여동생 
내 가족 모두를 처참히 죽였어 
복수할 그날만 기다렸지.

박사는 모두 잊고 용서를 했다 해도 
에버몽드 놈들은 모조리 죽여야 해!


마담 드파르지는 함무라비 법전에 나온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자신이 당했던 것과 똑같이 갚아주려고 한다. 가족을 빼앗겼던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려고 한다. 그러나 복수는 타인을 파괴시키기 전에 자기 자신을 파괴시킨다. 생각해보라. 평생 누군가를 죽이도록 미워하고 사는 사람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분명 지옥과 같을 것이다. 

게다가 복수를 당하는 사람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아 또 다른 복수를 부를 뿐이다. 어떤 식으로든 복수는 이해와 위로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상대와 자신 모두를 파괴할 뿐이다. 마담 드파르지에게도 그랬다. 루시 마네트와 그녀의 어린 딸을 죽이겠다고 총을 들고 찾아갔지만, 결국 그곳에서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은 그녀 자신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파괴되었다.



제대로 이해받고 위로받는다면 복수를 포기할 수도 있을까? 가능하다. 시드니 칼튼이 그랬다. 칼튼이 어쩌다가 알코올 중독으로 남을 속이고 세상을 포기한 처지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이란 자신이 당한 대로 갚아주는 법이니, 분명 그는 부모와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았던 과거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시드니를 속였고, 시드니를 포기했다. 그래서 시드니도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향해 복수를 하고 있었다. 

마담 드파르지의 복수 대상이 에버몽드 가문의 사람들이었다면, 시드니의 복수 대상은 세상 자체였다. 마담 드파르지처럼 복수심은 먼저 시드니 자신을 파괴했다. 법정에서조차도 술 냄새가 풍길 만큼 알코올로 자신을 죽이고 있었다. 복수 지옥에 빠진 그에게 한 줄기 빛이 비쳤다. 바로 루시 마네트의 믿음과 관심, 이해와 사랑이었다. 루시 마네트와 그녀의 어린 딸은 시드니에게 가족과 같은 사랑을 전해주었다. 
 

처음이야 이런 기분 
내 맘속 가득 차있던 
숨기고 싶은 실수도 패배감도

모두 다 사라져갔네 당신 때문에

지난날에 어두웠던 나의 헛된 시간 
다시 돌아가지 않으리라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듯 이해와 사랑, 믿음과 관심도 마찬가지다. 시드니는 자신에게 사랑을 알려준 루시에게, 자신의 가족이 되어준 루시와 그의 딸에게 진짜 가족을 돌려주기로 결심한다. 에버몽드 후작의 조카이자 루시의 남편인 찰스 다네이 대신 스스로 죽음을 택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 또 다른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면서 그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었다. 

시드니와 마담 드파르지의 마지막이 달랐던 이유는 다름 아닌 이해와 위로, 믿음과 관심이었다. 복수는 겉으로는 무섭고 고통스러울지 몰라도, 그 이면에는 아주 여린 마음이 숨겨 있는 것이다. 시드니가 받았던 것을 마담 드파르지가 받았다면, 그리고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받게 된다면 복수는 더 이상 인간의 천성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다심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을 꿈꾸는 이. 
심리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연과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등이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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