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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DIARY] <조로> 공연 다이어리 [No.132]

정리 | 배경희 2014-10-18 5,539
영웅이 되기까지
 
2011년, 관객들의 가슴속에 ‘Z’ 마크를 새긴 후 새로운 프로덕션을 만나  단장 중인 <조로>.
정의를 위해서 세상과 맞서는 영웅으로 변신할  조로 사인방의 실시간 연습 일기 한 페이지를 살짝 공개한다.


8월 5일 화요일 
연습실로 이동하는 차 안. 대본을 놓을 수 없다. 조로와 디에고의 양면성.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오전은 늘 무술 연습. 처음 배우는 검술은 정말 어렵다. 검술 액션은 조로가 가장 잘해야 하는 부분이라서 매일 아침저녁 틈틈이 연습 중이다. 부담이 큰 만큼 더, 더, 더 열심히 해야겠지. 내가 생각하는 진짜 영웅은 배트맨도 수퍼맨도 아닌 조로니까! 
오후 드라마 연습 시작. 우리 공연의 오프닝 장면 ‘Baila Me’는 정말 무대를 뜨겁게 열어줄 거 같다. 이 신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처음 춰보는 플라멩코는 어려웠지만, 정말 신 나고 재미있다. 요즘 선배님들을 보면서 나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중후한 캐릭터가 어울릴 나이까지 열심히 활동해서 가르시아나 돈 알레한드로도 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지금은 조로를 잘해야겠지만. 
연습하는 동안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특히 선배님들께 참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선배님들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
2014 <조로>는 분명 스릴 넘치던 초연처럼 굉장히 재미있을 거다. 관객 분들이 스릴을 느끼고 가실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연습하자.
오늘도 파이팅!


8월 14일 목요일 
연습실로 이동하는 시간. 밖엔 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푸른 자연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지면서도, 누적된 피로감에 울적해지기도 한다. 내일부터 삼일간 경기도 광주에서 트라이아웃 리허설이 진행된다. 
이동 중 잠깐 조로에 대한 생각 정리. 우리 작품의 조로는 선을 위해 악과 맞서는 강한 정신력을 지닌 용기 있는 남자다. 정의와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디에고는 어린 시절 조로를 자신의 영웅이라 생각하며 동경한다. 어른이 된 후 집시들과 어울려 평범하게 살던 디에고는 억압과 가난에 시달리는 힘없는 시민들을 지켜내기 위해 조로가 된다. 난 이번 공연에서 디에고와 조로를 오가며 재치 있고 때론 순박하지만 강인한 남자의 모습을 그려낼 것이다.
일기를 쓰다 보니 어느새 광주스포츠문화센터 도착. 오늘 연습은 기차 액션 신과 플라잉이다. 무대 위엔 내가 밟을 실제 사이즈의 기차가 장착되고 있다. 잠시 후면 허공을 날아 저 움직이는 기차 위로 착지한 후 영화에 버금가는 액션을 소화해야 한다. 액션 영화배우를 꿈꾸어 본 적은 있지만, 무대 위에서 고난이도 액션을 펼치게 될 줄이야. 위험한 액션 신 때문에 보험에 가입했다는데…, 흥미진진하다. 연출 용범 형님이 “이 정도는 해야 진짜 조로다”라고 응원해주신다. 맛있는 거 많이 사주시겠다며…. 그래, 내가 또 언제 하늘을 나는 영웅이 되어 보겠는가!
첫 플라잉을 했다. 무서워서 죽는 줄. 플라잉 때 하체에 입는 이름 모를 그것이 날 압박했다. 여기에 망토를 입고 칼집까지 차면 움직임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늘 합은 조순창 형과 맞춰봤다. 형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파이팅 넘치는 배우다. 조순창 만세!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온몸이 흠뻑 젖었다. 실제 공연 땐 분장도 의미 없겠다. 조로와 디에고는 지금까지 해본 역할 중에서 가장 체력 소모가 크다. 연습 중 흘린 땀의 양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기도한다. 기대 이상의 성장과 만족감, 즐거움이 있기를! 
이런. 차가 막힌다. 오늘부터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앞으로 삼일간 차가 막히겠군. 빨리 집에 가서 자고 싶은데….
운전해주는 매니저 김민복, 고맙다. 얼른 가서 자자~~~~~~~


8월 16일 토요일 
자기 전에 일기를 써야지 하고 머리맡에 노트를 두는데 항상 몇 글자 쓰다 이내 잠이 든다. 
요 며칠 광주에서 가설무대를 세워놓고 연습했다. 우형이 형, 요섭이, 기범이가 하는 조로를 다 볼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세 사람 모두 뮤지컬 경험이 있어서 능숙하다. 멋있군! 
처음 하는 뮤지컬. 매일 노래 부르고, 춤추고, 연기까지 하면서, 내가 정말 뮤지컬을 하는구나 실감하고 있다. 첫 작품이 액션 블록버스터라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전지훈련을 받는 것처럼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장비 없이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심정이다. 그래도 함께하는 스태프 분들과 배우 분들이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격려해 주셔서 부담이 덜하다. 잘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두 배가 될 것이라 믿으며, 나의 끼를 발휘해서 휘성만의 조로를 보여드려야지! 
이제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연습일이 조금밖에 안 남았다. 
가사, 대사, 안무, 등퇴장 동선, 액션, 의상, 소품 등. 외워야 할 것, 챙겨야 할 것을 잊지 말자. 
‘합’이라 표현되는, 함께 맞춰가야 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짐한다. 갈아입는 티셔츠의 수가 점점 늘어난다는 건, 내 실력도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믿고 싶다.


8월 17일 일요일 
8월…, 어? 오늘이 며칠이더라? <조로> 연습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늘이 광주에서 마지막 연습 날이니까…, 벌써 17일이네.
아침엔 비가 오더니 저녁이 되니 그쳤다. 오전엔 커튼콜을 맞추고, 오후엔 드디어 런스루를! 
우형이 형이 런스루를 하는 동안 나랑 다른 형들은 객석에 앉아서 각자 체크할 것들을 대본에 적었다. 내 체크 사항은 조로와 디에고의 양면성 연기에 대한 고민. 여전히 고민이 많지만 그래도 조금씩 알아가는 기분이다. 
1막이 쉴 새 없이 지나가고 드디어 2막 시작! 
플라멩코 신이 나올 때마다 춤을 따라 췄는데, 절도 있는 안무가 완적 매력적이다. 플라멩코는 박자 맞추기가 예상외로 어렵지만 춤출 때에는 엄청 신 난다. 
2막 끝! 의상도, 조명도, 무대도, 오케스트라도 없이 한 런스루였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오늘 보니 이네즈와 가르시아의 케미(스트리)가 진정 돋는다. 웃겨 죽는 줄! 우형이 형 조로는 역시 멋있었고 다른 형들의 조로도 기대된다. 흠, 난 어떠려나? 내가 하는 조로는 아마도 순수하고 귀여우면서도 남자답지 않을까? 하하. 관객들이 어릴 적 영웅을 보면서 꿈꿨던 잃어버린 마음을 <조로>를 통해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준 조로가 참 고맙다. 
일기 끝. 이제 연습해야 한다고.  <조로>는 검 쓰는 액션 장면도 많고, 플라잉도 있어서 연습을 정말  많이 해야 한다. 플라잉은 위험하기도 하니  안전을 위해 연습, 또 연습! 
그럼 충무아트홀에서 만납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2호 2014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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