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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고전의 현대적 트랜스포밍 [No.95]

글 |이민선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2011-08-22 5,057

고전 명작 뮤지컬의 대명사처럼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다. <브로드웨이 42번가>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마이 페어 레이디> 같은 제목들 사이에 <아가씨와 건달들>도 빼놓을 수 없다. 직접 공연을 보았든 보지 못했든 ‘아가씨와 건달들’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한번쯤은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이 작품의 명성은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유효하다. 실제로 1983년에 국내에서 초연한 이래로 2005년까지 22년간 열여섯 차례 공연되었다. 거의 매해 무대에 오른 셈이다. 그동안 2백만 관객이 보았다고 하니 세대를 뛰어넘어 폭넓은 관객층에 알려진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2005년 이후 휴식기에 들어갔던 <아가씨와 건달들>이 다시 돌아왔다. 2005년과 2011년 사이, 국내 관객들은 해외 고전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 신작과 유럽 뮤지컬까지 다양한 식단의 뮤지컬을 맛보았다. 2011년에 선보이는 <아가씨와 건달들>이 명작의 명성만 가지고 돌아왔다면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 공연은 중장년층에게는 고전 뮤지컬에 대한 향수를 전하고, 신세대에게는 명작 뮤지컬을 재발견하게 함으로써 과거의 영광과 현대적 감각을 모두 노리고 있다.

 


<아가씨와 건달들>의 제목에만 익숙한 독자들도 있을 테니, 줄거리와 캐릭터에 대한 복습부터 하자. 일단 아가씨와 건달들이 등장한다. 애인과 결혼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쇼걸과 뜻밖의 사랑을 만나게 되는 선교사 아가씨, 그리고 건달들은 도박과 내기에 온정신이 쏠려 있는 치들이다. 아가씨들은 내기가 일상이며 도박이 취미인 건달들과 사랑에 빠진다. 왜? 건달들은 짜릿한 한탕을 꿈꾸는 도박처럼 사랑에도 올인하는 배포와 기지를 가졌으니까. 두 커플의 러브 스토리는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들의 오해와 진실, 상대를 향한 속임수와 진심 사이에서 유려하게 흘러간다. 뉴욕과 하바나, 도박판과 선교 사무소를 오가며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하면서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가 발전하고 퇴보하기를 반복한다. 곤란한 상황은 농담과 귀여운 거짓말로 피해가고 티격태격 사랑싸움도 마다하지 않기에,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중요하다.


2011년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캐스팅이다. 핫박스 클럽의 쇼걸인 아들레이드는 옥주현과 김영주가 맡아, 네이슨과 결혼할 날만 기다리는 순정파 아가씨를 연기한다. 카리스마와 애교를 모두 가진 아들레이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들레이드를 외롭게 내버려두고 도박판만 쫓아다니는 네이슨은 철없는 애인이지만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다. 연기파 배우 진구가 뮤지컬에 첫 도전하며, 이율이 그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출연진의 이름에서 예상 가능하듯이, 2011년 버전의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아들레이드-네이슨 커플은 연상 연하 커플이다. 가장 의외의 캐스팅은 구세군 자선 사업을 하며 쾌락의 온상인 뉴욕을 구원하려는 선교사 사라 역을 맡은 정선아이다. 섹시하고 당당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그녀는 청순했던 사라가 사랑에 눈뜸으로써 더욱 사랑스럽고 적극적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할 것으로 기대된다. 승부사로서의 감각과 자신감을 갖춘 스카이는 김무열과 이용우가 연기한다. 드라마와 영화로 얼굴을 알린 이용우가 뮤지컬 경험은 없지만, 연기에 도전하기 전에 현대무용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지. 무용수 출신의 이용우와 뮤지컬계에서 몸을 잘 쓰기로 유명한 김무열이 캐스팅됐다는 점에서 스카이가 선보일 남성적이고 절도 있는 춤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아가씨와 건달들>은 1950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60여 년 전의 러브 스토리에서 다소 고전적이고 식상한 연기와 무대를 예상하게 된다. 흔한 작품을 뻔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지나 연출은 현대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작품에 빠져들 수 있도록 각색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연습 과정에서 배우들의 의견과 애드리브를 십분 활용하여 현대적인 유머 감각을 선보이려 애썼다. 이전의 공연들에 비해 배우들의 나이도 어려졌다. 오래된 고전이지만 젊고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문정 음악감독이 이끄는 16인조 라이브 밴드가 무대에 직접 오른다고 하니, 음악이 화려한 쇼와 유쾌한 드라마에 흥을 돋을 것으로 기대된다.

 

8월 2일 ~ 9월 18일 / LG아트센터 / 02) 2005-0114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5호 2011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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