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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콩칠팔새삼륙> 경성의 비극적 연애사 [No.105]

글 |박병성 사진 |- 사진제공 |모비딕프로덕션 2012-07-03 5,497

 

1931년 4월 영등포역에 젊디젊은 두 여인이 달려오는 열차에 뛰어든다. 이 두 여인은 홍옥임과 김용주이다. 홍옥임은 홍난파의 조카로 조선 최초의 의사 면허를 획득한 사람 중 한 명인 홍석후 박사의 고명딸이었고, 김용주는 장안의 소문난 부자 심정택의 맏며느리였다. 둘의 죽음을 두고 동성애니, 이화여전와 동덕여고를 다녔던 신여성의 허무주의니 말도 많았지만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홍옥임이 아버지의 외도 사실을 알고 크게 실망하여 남자에 대한 신뢰가 꺾였다는 것과, 어린 남편과 결혼한 김용주가 시집과의 갈등을 빚고 있었다는 것 정도가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이 남긴 유서에도 “헛된 인생의 그날그날이 시들합니다. 그리하여 여식은 이승의 길을 떠나 저승의 길로 영원히 갑니다”라는 한탄이 있을 뿐 정확한 연유를 찾기는 힘들다. 이런 이유로 두 여인의 자살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신문에 사설까지 실리는 등 당대에 크게 ‘콩칠팔새삼륙’ 되었다.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은 바로 홍옥임과 김용주의 자살 사건에 픽션을 가미해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신여성의 삶을 반추한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인 콩칠팔 새삼륙은 우리말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일에 이러쿵저러쿵 지껄이는 모습을 뜻한다. 지금은 이 단어 대신 ‘콩팔칠팔’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 당시 세인들이 콩칠팔새삼륙 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현대 시점에서 새로운 콩칠팔 새삼륙인 셈이다.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홍옥임이 어머니가 한 말이 재미있어 동시를 만들고 홍난파가 죽은 조카의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을 상상하며 곡을 붙인 노래가 ‘콩칠팔새삼륙’이라고 하니 작품명으로서는 절묘한 선택이다.

 

이 작품은 2011년 창작팩토리 시범 공연에서 선정돼 올해 제작 지원을 받은 작품이다. 옥임은 대학 입학 축하 파티에서 아버지에게 불륜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환멸에 빠진다. 마침 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시집을 가버린 절친 용주가 어쩌면 학교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위안이 될 뿐이다. 그러나 기혼자는 입학을 불허한다는 소식을 들은 용주는 충동적으로 옥임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하지만, 이미 옥임에게는 약혼자인 의대생 류 씨가 있었다. 이에 절망한 용주는 시어머니로부터 모욕을 당하자 머리를 자르고 가출한다. 사라진 용주를 찾아 나선 옥임은 극장에서 남장을 한 채 무대에 선 용주를 발견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데…

 

 

실제 둘이 서로 사랑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옥임에게는 약혼자가 있었기 때문에 동성애 관계는 아닐 것이라고 추측되지만, 젊은 여자들의 극단적인 방식의 동반자살로 세간에서는 동성애에 혐의를 두기도 했다. 뮤지컬에서는 둘의 관계를 동성애로 설정한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동성애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콩칠팔 새삼륙>은 당시 시대적인 상황을 잘 담고 있다. 1930년대는 전근대적인 조선 사회에 새로운 사상과 문물이 들어와 활기를 띠었던 시기이다. 신문물에 경도된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은 20년대부터 소개된 앨렌 케이 여사의 자유연애론을 신봉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하고, 상호 연애 과정을 통해 결혼 상대자를 골라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때는 얼마든지 이혼할 수 있다는,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사상이 1930년대 젊은이들에게는 성전과 같은 말씀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새로운 사상을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유연애를 주창하는 신여성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가부장적 체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비교적 자유롭게 자유연애를 즐겼던 카페 여급과 기생들은 임신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새로운 사상이 정신적 충격을 주었지만 여전히 전근대적 틀은 견고했고 그로 인해 젊은이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임신의 문제가 굴레가 되면서 고등교육을 받은 신여성 사이에 동성애가 널리 행해졌고 그들의 동성애는 지금보다도 어색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콩칠팔 새삼륙>에서 옥임과 용주의 죽음은 1930년대 신문물과 신사상을 배워 세상의 주체가 되고픈 젊은 여성들이 전근대적인 틀에 균열을 내고자 온몸을 던진 사건이었다.

 

6월 29일~8월 5일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 02) 747-4886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5호 2012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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