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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라카지> 게이 가족의 비범한 상견례 [No.106]

글 |박병성 사진제공 |악어컴퍼니 2012-07-17 4,200

소수자인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뮤지컬 <라카지>(원제 La Cage Aux Folles)가 국내 초연한다. <라카지>는 1983년 브로드웨이 팰리스 시어터에서 초연한 이후, 초연은 물론 2005년, 2010년 리바이벌 공연 역시 토니상 작품상(재공연은 리바이벌상)을 받았다. 소수자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주로 중소형 극장용으로 공연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작품은 비주류 문화를 주류 문화에 편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만큼 지금껏 보아왔던 뮤지컬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주기 때문이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상트로페즈에서 게이 바(라 카지 오 폴)를 운영하는 조지와 앨빈(전설적인 드랙퀸 자자)은 게이 커플로 조지가 젊은 시절 하룻밤의 일탈로 낳은 아들 장미셀을 키우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장미셀이 갑작스럽게 결혼을 발표한다. 상대는 극보수주의 정치가인 에두아르 딩동의 딸 앤이다. 앤과 그녀의 부모님이 상견례를 하기 위해 조지와 앨빈의 집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혼란에 빠진다. 장미셀의 부모가 게이란 걸 알게 된다면 결혼은 꿈도 꿀 수 없는 일. 장미셀은 생모를 불러 단 하루만 엄마 역할을 해달라고 도움을 청하고 섬세하고 예민해 누가 봐도 드랙퀸임을 알 수 있는 앨빈은 하루 동안 집을 비우게 한다. 작은 기침에도 상처받고 예측할 수 없는 앨빈에게 이 폭탄 같은 일을 알리는 역할을 조지가 맡는다.

 

 

앨빈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조지는 앨빈에게 양복을 입히고 장미셀의 삼촌 역할을 맡긴다.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도 앨빈의 여성성은 숨겨지지 않는다. 그것을 감추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지켜보는 것은 큰 즐거움을 준다. 여성스러운 면을 숨기면서 고갈된 남성성을 끌어모아야 하는 앨빈 역에는 정성화와 김다현이 캐스팅되었다. 이들이 분한 앨빈이 얼마나 완벽하게 여성성을 발산하느냐는 이 작품의 중요한 관건 가운데 하나다. 정성화는 크고 투박한 외모와는 다르게 가냘프고 섬세한 영혼을 지닌 앨빈으로 분한 반면, 김다현은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앨빈으로 변신한다.

 

아들의 행복을 위해 장미셀의 가족들이 벌이는 실수투성이 사기극은 생모가 불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들이 벌이는 해프닝은 큰 웃음을 준다. 하지만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들이 에두아르 딩동 부부에게 자신들이 평범한 부부처럼 보이려고 애를 쓰는 이면에는 외부의 시선에 억압된 정체성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공존하기에 그들의 노력은 감동적이다. 자신이 게이인 게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자존감이 강한 앨빈이기에 더욱 그렇다. 많은 작품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이 작품은 역으로 너무나도 정체성이 분명한 앨빈과 조지가 아들의 행복을 위해서 정체성을 잠시 접어둔다는 데서 감동이 발생한다. 앨빈이 20년간 키워온 아들의 상견례 때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아 부르는 1막 마지막 곡 ‘나는 나(I Am What I Am)’를 비롯한 제리 허먼의 노래는 지금 감각으로는 다소 올드한 측면이 있지만 드라마성을 강조하여 감동을 배가시킨다.

 

 

볼거리도 화려하다. 라카지오폴의 전설의 가수인 자자(앨빈)와 늘씬한 남성 무용수들이 여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고 섹시한 춤을 춘다. 이들이 보여주는 힘차고 섹시한 춤은 로켓걸의 시원한 댄스와는 다르게 끈적거리면서도 묘한 매력을 준다. 쇼 안무에 일가견이 있는 서병구와 색깔 있는 연출가 이지나의 결합으로 더욱 믿음이 간다. <라카지>가 비주류 주인공을 내세우면서도 주류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볼거리와 감동과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조지 역에는 베테랑 뮤지컬 배우 남경주와 고영빈이 캐스팅됐고, 아들 장미셀 역으로 2PM의 이창민과 탤런트 이민호, 그리고 이동화가 출연한다.

 

 7월 4일~9월 4일 / LG아트센터 / 1566-7527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6호 2012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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