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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핫초이스] <조로> <넥스트 투 노멀> <페임> [No.98]

글 |김유리, 이민선 사진제공 |쇼팩, 뮤지컬해븐, 쇼플레이 2011-11-07 6,320

11월 뮤지컬계를 뜨겁게 달굴 삼총사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연말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풍성한 뮤지컬의 향연에서 좋아하는 작품을 골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와 송년회의 애피타이저로 뮤지컬을 즐기는 12월이 오기 전에, 준비를 끝낸 대형 뮤지컬들이 하나둘 출사표를 던지는 11월이다. 특히 올해에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조로>와 <넥스트 투 노멀>,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페임>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어떤 공연을 보는 게 좋을지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드리는 팁, 지금부터 시작된다.

 

한국형 조로의 매력을 기대하며 <조로>

 

 

<더뮤지컬> 트위터를 통해 관객들의 멘션을 받은 결과, 가장 많은 관객들이 느낌표 백 개를 더해 힘주어 기대한 작품이 <조로>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매력적인 캐릭터, 플라멩코와 검술 액션, 조승우와 박건형, 김선영, 조정은을 비롯한 화려한 캐스팅이 이 작품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하지만 2008년 7월에 웨스트엔드에서 개막해 8개월가량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을 접한 사람이 드물어 기대를 충족시키는 작품일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캘리포니아 시민들이 폭군 라몬의 탄압에 못 이겨 울부짖을 때면 가면을 쓰고 나타난 조로가 라몬 일당의 앞길을 망쳐버린다. 폭정에 짓눌리고 있는 민중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미스터리한 영웅의 정체와 활약이 <조로>의 주요 스토리이다. 조로의 매력은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아 하늘을 나는 초현실적인 영웅이 아니라, 몸소 밧줄을 타고 날아와 칼을 휘두르는 현실 밀착형 영웅이라는 점이다. 이런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조로>의 배우들은 기존의 뮤지컬에서 보여줬던 안무 같은 검술 대신 리얼한 고난이도의 무술을 연마했다고 한다.


<조로>의 음악에는 작곡가 집시 킹스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남미의 익살스러움과 정열을 느낄 수 있으며, 집시 킹스의 음악을 모르더라도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처럼 익숙한 멜로디를 듣고선 어깨를 들썩이게 될 것이다. 이 플라멩코 밴드와 함께 <레 미제라블>의 편곡가 존 캐머런이 음악 작업에 참여했는데, 그의 영향인지 음악을 통해 민중들의 고난과 슬픔이 표현되었다. 심금을 울리는 앙상블의 합창에서 애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로>의 오리지널 버전과 비교했을 때 한국 프로덕션에는 <영웅>의 작곡가 오상준이 만든 세 곡이 더해졌는데, 이는 드라마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결정이었다. 추가된 곡을 들은 원작자들이 단번에 ‘OK’를 했다는 점에서 <조로> 팀이 음악에 대해 갖는 자부심이 크다. 하지만 보강한 드라마, 스페인 음악과 춤이 얼마나 한국 관객들을 만족시킬지, <조로>가 받고 있는 관심만큼 좋은 성과를 낼지는 막이 오른 후에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Producer`s Comment 송한샘 프로듀서
<조로>는 일단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다. 민중들을 위로하는 영웅 스토리, 충분한 볼거리와 흥겨운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작품이다. 하지만 결코 전형적이지 않다.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장면 뒤로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탄탄한 드라마가 있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춤,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은 최고의 종합 선물 세트가 될 것이다.

 

Recommendation 원종원(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조로>가 웨스트엔드에서 인기를 끌었던 요인은 집시 킹스의 음악과 플라멩코, 인기 여배우의 열연에 있었다. <돈 주앙>도 플라멩코를 선보인 작품이었지만 <조로>에서는 군무의 힘이 아닌 인생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농도 짙은 춤을 볼 수 있어 아주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구현하느냐에 따라 이국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요소에 비해 현지에서 주인공 조로는 그다지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는데, 국내 관객에게 어필하려면 스토리를 보강하여 주인공 캐릭터를 좀 더 부각시키는 게 좋을 듯하다. <조로>의 한국 공연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조로 역의 배우들이 어떤 카리스마로 관객을 사로잡을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 11월 4일 ~ 2012년 1월 15일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 02) 548-1141

 

 

평범한 듯 비범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 <넥스트 투 노멀>

 

 

검증된 브로드웨이의 신작이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올라간다. 보랏빛 포스터의 색감만으로도 영웅의 액션 활극과 젊은 에너지의 다이내믹함과는 온도가 달라 보인다. ‘어머니의 정신병과 그로 인한 가족의 갈등’이라는 소재로 차갑고 생소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사실 앞뒤로 소개되는 두 작품과는 사뭇 다른 종류의 뜨거움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그 뜨거움의 핵심엔 ‘가족’이 있다.


<넥스트 투 노멀>은 1998년 컬럼비아 대학 동문인 극작가 겸 작사가 브라이언 요키와 작곡가 톰 킷이 BMI워크숍에서 작업한 <필링 일렉트릭(Feeling Electric)>이라는 제목의 10분짜리 뮤지컬을 모태로 탄생했다. 2005년 뉴욕뮤지컬시어터페스티벌(NYMF)에서 세 시간짜리 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후 2년간 개발 과정을 거쳐 이듬해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개막,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며 작품의 드라마적, 음악적 밀도를 차근차근 높였다. 결과적으로 <스프링 어웨이크닝>(2006)과 더불어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물결을 주도했고, <빌리 엘리어트>와 경쟁을 벌였던 2009년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음악상, 최우수 오케스트레이션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2010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상을 받으며 평단과 관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작품의 매력에 대해 한국 공연의 연출가 로라 피에트로핀토는 “현대적인 음악과 현대적인 스토리, 가족의 갈등과 해소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꼽았다.


록 음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넥스트 투 노멀>은 팝과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로 등장인물의 상처와 심리,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낸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수한 3층의 철제 구조 무대는 각 등장인물들의 개별적 공간이면서 서로의 거리감, 분열된 머릿속을 상징하기도 한다. 음악과 무대, 그리고 조명의 유기적인 조합은 이 작품의 밀도를 높여 관객이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쉽지 않은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이 밀도 높은 웰메이드 뮤지컬이 한국 관객과 잘 공감하고 소통할지는 번역과 배우들의 역량에 달렸다. 연출가 피에트로핀토는 “똑같은 어려움이 미국에서도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가족과 가족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 관객들이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번역에 신경쓰고 있다. 한국의 배우들은 자신이 해야 할 것을 굉장히 잘 알고 있어 한국 관객들과 감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일을 잘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더뮤지컬>의 독자들은 박칼린 음악감독의 배우 변신과 군 제대 후 처음 뮤지컬에 출연하는 한지상의 무대를 궁금해 하며 <조로>에 이어 이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트위터 멘션을 통해 나타내었다. 이번 한국 공연은 아시아 최초 레플리카 프로덕션이다.

 

 

Producer`s Comment 박용호 프로듀서
<넥스트 투 노멀>은 겉은 평온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가족의 이야기, 즉 현재의 우리 가족과 우리 주변의 이야기다. 이 작품을 보고 제작자로서 한눈에 반했다. 그리고 끙끙 앓았다. 이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관객으로서는 무대 위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된 듯 몰입해 세련된 ‘신파’를 경험했다. 밀도 있는 드라마와 폭발적인 음악의 결합, 딱 맞아떨어지는 대사와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을 보면 이 작품이 21세기 현대 뮤지컬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에서 화려함과 즐거움이 가득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선뜻 선택하긴 어렵겠지만, 도전하라! 그리고 감동을 전파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달라.

 

Recommendation 조용신(공연 칼럼니스트)
이 작품은 가족 중 누구 하나의 무조건적 희생과 사랑으로 정상적인 삶을 되찾는 이상적인 희망보다는 서로의 상처를 직시하고 현실적인 해결 방법을 선택한다. 다분히 미국적이라 할 수 있는 결론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에서 국내 관객의 공감과 이해를 어떻게 얻어낼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한편, 최신 브로드웨이의 형식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니 전체적인 스타일을 눈여겨보길 권한다. 세트와 조명, 라이브 밴드의 위치가 굉장히 현대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봤던 형식미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을 것이다.

 

▷ 11월 22일 ~ 2012년 2월 12일/두산아트센터 연강홀/02) 744-4033

 

 

무대와 객석을 가득 채우는 열정 <페임>

 

 

들뜨면서도 심란해지는 연말 특유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긍정의 에너지를 얻고 싶다면 이 작품이 가장 적합하다. 뉴욕의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배우와 뮤지션, 무용가라는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는 이야기, <페임>이다. 예고 합격 통지서를 받아든 아이들이 기쁨에 겨워 노래하는 첫 장면부터, 꿈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며 실패도 맛보지만 그 역시 딛고 일어서는 결말까지,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다. 하지만 꿈, 특히 대중예술가가 되고 싶은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이미 많이 들었다는 점에서 <페임>만의 매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1980년에 영화로 먼저 제작된 <페임>은 1988년에 뮤지컬로 제작되어 오프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및 전 세계를 누비며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 2009년에는 미국에서 리메이크 영화를 제작하여 <페임>의 명성을 미처 알지 못했던 젊은 관객들을 음악과 퍼포먼스의 매력 안으로 끌어들였다. 2011년 현재 한국에서 <페임>을 보는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정태영 연출은 교사와 학생 간의 괴리감과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화해하는 장면에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내려 한다. 원작에서는 난독증이 있는 타이런과 영어 선생님이 충돌을 하지만 국내 현실과는 맞지 않아, 힙합 댄스를 좋아하는 타이런과 무용 선생님이 취향이 다른 각자의 춤을 추며 몸으로 부딪혀 서로를 이해하도록 수정했다. 또한 <페임>이 여느 스타 도전기와 비교해 유독 강조하는 게 있다면, 빠른 길을 선택하는 대신 고전과 철학 등 기본에 충실해야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수해온 두 개의 철제 구조물이 기본적인 무대 세트이다. 3층 높이의 계단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낸 세트는 학교의 사물함 및 복도, 그리고 LA의 뒷골목 등으로 바뀐다. 철제 세트는 학생들이 서늘하고 갑갑한 도시에 갇혀 있는 느낌을 주지만, 학생들의 에너지로 뜨겁고 풍성하게 채울 거라는 게 연출의 설명이다. 배우들이 직접 세트를 움직임으로써 장면 전환도 그들의 에너지로 이루어진다.

 

<페임>의 주인공들은 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인 만큼 지금 무대에 선 배우들의 과거 모습에 다름 아니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돌 역시 훈련하고 시험받는 시간들을 보냈을 터. 그래서 <페임>에 출연하는 신인 배우들과 아이돌 스타들이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열정과 배짱만은 두둑한 예술가 꿈나무들을 연기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결정인 듯하다. 그들의 강점이 발휘될지 약점이 두드러질지는 무대에서 확인해보자.

 

 

Producer`s Comment 신춘수 프로듀서
오디뮤지컬컴퍼니가 새롭게 연출해서 선보였던 <그리스>처럼, 청춘 드라마 2탄으로서 <페임>도 과거의 공연과는 다른 신선한 감각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예술학교의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활기찬 에너지를 배가시키고, 윤색과 편곡을 통해 현재의 관객들에게 어필할 것이다. <페임>에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 많다. 이번 공연에 캐스팅된 신인 배우들과 인지도 있는 아이돌 스타들이 이 캐릭터들을 잘 구현할 거라 생각한다.

 

Recommendation 이수진(『뮤지컬 이야기』 저자)
<페임>은 꿈 하나만 보고 나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 아닌가. 그 나이에만 가능한 집중력과 열정이 굉장히 예쁘다. 게다가 부모님의 영향력에 좌우되지 않고 집에서는 버려졌지만 학교에서 주체적으로 자기 꿈을 향해 가는 게 뭉클하기도 하다. 어린 친구들의 마음 약한 모습도 담겨 있고…. 음악도 흥미롭다. 게다가 요즘 다시 디스코가 부활하고 있지 않나. 촌스럽지 않게 편곡을 잘하면, 멋진 리믹스 곡으로 태어날 수 있는 명곡들이 많은 작품이라 기대된다. 반면에 한국 현실과의 차이에서 괴리감이 느껴지거나 여러 차례 재활용된 해묵은 이야기라서 세련미가 떨어질 수 있다. 이번 프로덕션이 어떻게 수정·보완돼서 선보일지, 그 완성도에 따라서 보는 재미가 달라질 것 같다.

 

▷ 11월 25일 ~ 2012년 1월 29일 / 우리금융아트홀 / 1588-5212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8호 2011년 11월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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