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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빌리 엘리어트> 꿈을 향해 날다 [No.83]

글 |박병성 사진제공 |매지스텔라 2010-08-13 5,672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영국 대처 시대에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발레리노가 되고픈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감동적인 작품이다. <노팅힐> 등 주로 로맨틱 코미디를 제작한 워킹 타이틀사의 작품답게 휴머니즘이 짙게 깔려 있지만 여느 작품에 비해 현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반영하여 던져주는 메시지도 묵직하다.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은 로열 발레단의 댄서 필립 말스덴의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썼고, 스티븐 달드리는 그의 이야기를 감동적인 영상으로 만들어냈다. 이들의 빛나는 천재성은 뮤지컬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2005년 런던 빅토리아 팔레스 시어터에서 초연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영화의 스토리를 별다른 가감 없이 옮겼지만 완벽하게 무대화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의 성공적인 모델이 되었다. 2006년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을 비롯 4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2008년 11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미국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다음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연출상을 비롯 10개 부문의 트로피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감동적인 스토리를 무대화시키는 데 혁신적인 공을 세운 것은 스티븐 달드리였다. 그는 영상에서의 감동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기 위해 영화를 따라가는 방식을 포기하고 무대만의 효과에 집중했다. 빌리의 발레 실력이 빠르게 느는 과정을 끊임없이 턴을 도는 장면을 통해 시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으며, 경찰과 광부들이 대치하는 장면과 아이들의 발레 장면을 병치시켜 광부들이 누구를 위해서 왜 싸우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주었다. 또 영화에서 감동을 주었던 마지막 장면-성인 빌리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는 장면-을 뮤지컬에서는 극 중간에 성인 발레리노와 어린 빌리의 이중무로 표현한다. 이때 어린 빌리가 플라잉 기술로 하늘을 날며 춤을 추게 해서 영화 못지않은 감동을 준다.

엘튼 존의 음악 역시 영화를 능가하는 뮤지컬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왔다. 로얄 발레 스쿨 오디션에 갔을 때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이 왜 춤을 추어야 하는지를 말하는 ‘짜릿함(Electricity)’은 극 중 상황과 노래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깊은 감동을 준다. 영화에서 안무를 맡았던 피터 달링은 뮤지컬 안무도 맡아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탭과 발레를 넘나드는 격정적인 안무는 빌리의 고민과 사회적인 갈등을 춤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번 <빌리 엘리어트> 공연은 영국, 호주, 미국에 이어 4번째로 공연하는 것으로 비영어권에서는 처음으로 올라가는 셈이다. 이 작품의 가장 어려운 점은 빌리를 캐스팅하는 것이다. 빌리는 아크로바틱, 발레, 탭댄스에 능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노래, 연기 실력도 출중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갖춘 배우를 뽑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제작사에서는 2009년 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전국을 누비며 빌리를 찾아내는 일에 몰두했다. 이렇게 선발한 빌리들은 빌리 스쿨을 통해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를 익혀왔다. 현재 선발된 다섯 명의 빌리 외에도 장기 공연을 대비해 새로운 빌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라면 어느 작품이나 겪는 고민이지만 <빌리 엘리어트> 역시 번역으로 고민하고 있다. 원작에는 영국 북부 지역 탄광촌 노동자들이 진한 사투리를 사용하는데 이를 국내 공연에서 어떻게 소화해내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 이번 공연의 협력 연출을 맡고 있는 황재헌 연출에 따르면 “사투리를 쓰지 않되, 노동자 계급에서 나올 법한 말이나 탄광촌에서 쓰는 거친 말의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번역했다”고 한다.

빌리 이외에도 빌리의 단짝 친구 마이클과 발레걸즈 등 아역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빌리와 사는 할머니 역은 이주실이, 아빠 역은 조원희, 빌리의 재능을 알아보고 발레를 권유하는 윌킨슨 선생님은 정영주가 맡았다.

 

 

8월 13일~open run / LG아트센터 / 02) 3446-9630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3호 2010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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