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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서편제> 판소리와 동시대 양식의 결합 [No.83]

글 |박병성 사진제공 |다온커뮤니케이션즈 2010-08-23 5,570

1993년 한국 영화 중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넘어선 작품은 <서편제>였다. 이청준이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전직 문화부 장관인 김명곤이 유봉으로 등장하고 신예 오정해를 일약 스타로 만든 기념비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서편제>에 모인 인력 구성은 뮤지컬 드림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리도둑>, <내 마음의 풍금> 등 영화를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의 연출을 도맡았던 조광화가 이번에는 작가로 변신 극본을 맡았다. 연출은 <바람의 나라>, <고궁뮤지컬 대장금> 등에서 특색 있고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 이지나가 맡았다. 국내 최고 기량을 가진 김문정이 음악감독을, <사천가>에서 창작하는 배우로 끼를 발산했던 예솔이 이자람이 판소리 부분 음악감독을 맡고 송화 역으로도 출연한다. 그리고 김범수의 ‘보고 싶다’,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등 감미롭고 서정적인 곡을 작곡한 윤일상이 작곡가로 참여한다.

 


앞서 말한 이자람뿐만 아니라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뮤지컬 디바 차지연이 송화를 맡았다. 시원한 창법이 매력적인 차지연이 판소리를 하는 송화 역에 캐스팅된 것에 의아한 이들도 있겠지만 차지연은 국악 집안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판소리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연습실에서 만난 차지연은 북채를 잡으면 카리스마 넘치는 에너지로 좌중을 압도했다. 미성이 아름다운 임태경이 동호 역에 뒤늦게 캐스팅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태경 역시 어머님이 가야금을 하셨기 때문에 국악은 어려서부터 익숙하게 접해왔던 장르라고 말한다. 유봉 역을 맡은 JK 김동욱 역시 이색 캐스팅이다. 그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유다 역으로 뮤지컬 데뷔식을 치른 바 있다. 록커와 판소리,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연습실에서 그가 부르는 노래는 일부러 꾸미지 않아도 록과 판소리가 서로 통하는 지점이 있었다.


<서편제>는 유랑하며 떠도는 소리꾼 유봉과 양녀 송화 그리고 거리에서 만나 정을 붙여 살면서 생긴 의붓아들 동호의 이야기이다. 명절 때마다 빠지지 않고 TV에서 방영한 작품이라 기본적인 스토리는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지나 연출은 뮤지컬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익히 알려진 스토리를 친절하게 설명하기보다는 과감하게 선택하고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그녀가 전작에서 보여준 방식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 작품도 <바람의 나라>처럼 공간과 시간을 자유롭게 편집하여 진행한다. <바람의 나라>가 무용을 비롯한 이미지가 중심이 되었다면, <서편제>는 사건과 인물이 중심이 되어 전개된다. 마치 다양한 장이 편집된 것 같아 영화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각 장마다 중심인물을 내세워 독립된 컨셉으로 전개할 것이다. 동호, 유봉, 송화 누구 하나 중요치 않은 인물이 없지만 그중에서 가장 포커스를 두는 인물은 아무래도 송화이다. 눈이 멀면서까지 소리를 찾아가는 송화는 단순히 예술적인 완성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모습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삶을 완성해가는 성숙한 인간을 보여준다.

 


소리꾼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작품 속에 판소리가 등장한다. 그러나 윤일상이 작곡한 주된 노래는 컨템퍼러리한 음악으로 대중들의 감성을 잘 드러낸 곡들을 작곡했다. 윤일상 작곡가는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면서 특히 드라마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지나 연출에 따르면 매번 극본 회의에 참여할 정도로 노력을 보였다고 한다. 윤일상의 대중적이고 친근한 음악에 판소리가 결합하면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노래들도 있다. 판소리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대중적인 선율이 결합되면서 격조 있고도 편안한 노래가 만들어졌다.
여섯 개의 한지 막을 좌우로 움직여 장소를 변경하면서 상징적인 무대를 만든다. 무대디자인은 박동우 디자이너가 맡았다.


최고의 스태프와 최고의 배우들이 만나 결코 쉽지 않은 창작뮤지컬에 도전한다. 한국적인 판소리와 서구적인 장르인 뮤지컬이 섞이고, 뮤지컬 드림팀과 대중음악 작곡가 윤일상이 결합했다. <서편제>가 기대되는 이유다.

 

8월 14일~11월 7일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 02) 721-5556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3호 2010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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