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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뒤돌아보는 사랑> 신화와 현실의 뒤틀린 데칼코마니 [No.84]

글 |박병성 사진제공 |서울예술단 2010-09-21 5,357

춤을 중심으로 한 뮤지컬을 만들어낸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가위손>이나, 수잔 스트로만의 <컨택트>, 세계적인 현대 안무가인 트와일라 타프의 <무빙 아웃> 등 현대 공연계는 장르의 벽을 넘나들며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실험해왔다.


서울예술단은 우리 고유의 총체극을 개발하려는 취지로 <바리>와 같은 가무극 개발에 앞장섰으며 이외에도 이미지가 중심이 된 댄스극 <바람의 나라>, 댄스 뮤지컬 <15분 23초> 등 현대 예술의 주요 흐름인 하이브리드(hybrid)에 걸맞는 작품을 개발해왔다. <뒤돌아보는 사랑>은 이러한 흐름과 연장선에 놓여 있는 작품으로 서울예술단의 <오르페오>를 극의 구성이나 안무, 음악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작품이다.


극의 내용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를 근거로 한다. 에우리디케가 한 청년에게 쫓기다 독사에게 물려 죽자, 슬픔을 이기지 못한 오르페우스는 죽음을 무릅쓰고 하계로 내려간다. 오르페우스의 아름다운 하프 연주에 감동한 하데스는 아내를 데려가도 좋다고 허락한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지상으로 갈 때까지 돌아보지 말라는 약속을 어기고 뒤를 돌아봐 에우리디케를 하계에 남겨두게 된다.


<뒤돌아보는 사랑>은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를 극중극 형식으로 보여준다. 극의 바깥에는 무용수 부부인 동욱과 유리의 이야기가 있다.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에 이른 동욱과 유리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의 사랑이 퇴색해버리고 사소한 일상의 문제로 다투게 된다. 권태로워진 이 부부가 <오르페오>의 두 주인공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맡게 됐다. 동욱과 유리의 권태로운 현실과, 이상적인 사랑이 있는 극을 오고가며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낀다.

 


극은 마치 거꾸로 된 데칼코마니처럼 극과 현실이 비슷하지만 다른 모양을 띤다. 그러한 극의 구조는 무대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현실과 극을 오가는 무대에서 삶의 소품들이 그대로 지옥의 물건으로 변한다. 현실과 신화가, 극 속의 극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처럼 엉킨다.

 


<뒤돌아보는 사랑>은 단순하고 명확한 드라마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스토리보다는 이미지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 <오르페오> 공연에서는 영상으로만 표현했던 지옥의 풍경이 이번 공연에서는 물과 바람, 흙, 모래 등 질감 있는 소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더욱 이미지적인 연출을 시도한다. 지옥으로 떠나는 장면에서는 인형을 오브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댄스 뮤지컬인 만큼 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춤 스타일을 하나로 통일시키지 않고 현대무용에서 재즈댄스, 한국무용을 넘나드는 형식을 취한다. 김남식, 우현영, 박소연 세 명의 안무가가 각각 자신의 전공을 특화시킨 안무를 선보인다.
동아무용콩쿠르에서 동상, 은상, 금상을 받은 전혁진이 <오르페오> 공연에 이어 이번에도 오르페우스 역을 맡았다. 수려한 외모로 CF 모델이나 패션쇼 무대에도 진출한 다양한 재능을 가진 무용수이다. 에우리디케 역은 서울예술단의 기대주인 박혜정, 김성연이 맡는다. 무대 세트를 옮기고 극중극을 진행하는 크루들에게 코러스 역할을 맡겨 음악적인 재미도 더한다.


수정과 보완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가는 <뒤돌아보는 사랑>이 서울예술단의 또 하나의 레퍼토리 작품으로 남을지 기대해본다.

 

9월 17일~20일, 24일~28일 |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 02) 501-7888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4호 2010년 9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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