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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남한산성> 새로운 진용으로 꾸린 출사표 [No.84]

글 |박병성 사진제공 |성남아트센터 2010-09-28 6,153

김훈의 인기 소설 『남한산성』을 뮤지컬화한 동명의 뮤지컬이 작년 성남문화재단에서 제작됐다. 청나라에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아픔의 시대를 통과한 선조들의 삶을 다초점 구도로 조명했다.
한 나라의 왕으로 민중들의 아픔을 담담히 견뎌야 했던 인조를 인형 오브제로 삼전도 굴욕을 표현한 장면이나, 대나무 느낌을 살려 남한산성을 표현했던 무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죽어서 살 것인가, 견뎌 새로운 삶을 도모할 것인가’ 하는 김상헌과 최명길의 갈등도 극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원작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당면한 것을 당면할 뿐이다’는 김상헌의 의지 굳은 대사나, 답답한 왕의 심정을 토로한 인조의 ‘그게 내가 결정할 일이냐’와 같은 기품 있는 대사로 뮤지컬의 격을 높였다.

 


지난 <남한산성>은 왕과 신하, 유생, 청나라 장군, 청나라의 앞잡이가 된 역관, 전쟁을 겪는 아녀자들, 백성들 등 다양한 군상들을 동등한 시각으로 부각시켰다. 기존의 역사 소재 뮤지컬이 영웅 서사 중심의 작품으로 천편일률적인 구성을 하고 지나치게 영웅주의를 고무시켜 민족적인 색채가 강조된 반면, <남한산성>은 소재부터 패배한 역사에서 취하고 있고 그 속에서 희망과 시련을 지혜롭게 감내한 선조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신선한 접근을 했다.
단지 전체적으로 균등한 시선을 주는 집단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집중도가 높지 않았다. 재공연에서는 화친을 주장하는 최명길을 죽여야 한다는 강경한 젊은 선비 오달제를 내세운다. 곧은 대나무처럼 굽힐 줄 모르는 젊은 혈기의 오달제를 부각시켜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서사가 전개되는 구성을 취했다. 오달제와 그의 아내 남씨 부인, 그를 흠모하는 난생 그리고 평안도 관노로 조국에 상처받은 인물인 정명수 간의 미묘한 감정적인 갈등은 전쟁과 죽음이 난무한 극을 부드럽게 한다. 주화파인 최명길에 반대하던 척화파 오달제는 종국에 이르러서는 척화파, 주화파 모두 조국을 위한 선택임을 깨닫게 된다. 오달제를 중심으로 한 성장 스토리의 구성을 띠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벌어지는 거대 서사가 너무나도 강해 오달제의 성장 스토리가 제대로 구현될지가 이번 재공연의 관전 포인트. 이번 작품에서 오달제와 함께 부각되는 인물이 정명수이다. 정명수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조선의 백성들을 유린하는 것으로 보상받으려 한다. 그러나 포로로 끌려 온 난생을 만나고, 외로움과 상처에 아파하는 그 역시 시대의 피해자임을 보여준다.
작년 김동성의 음악은 멜로디는 귀에 익숙하지만 지나치게 반복되거나 극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는 기존의 김동성 음악에 <형제는 용감했다>, <영웅을 기다리며> 등 대중적이고 드라마틱한 음악을 선보인 뮤지컬 작곡가 장소영의 음악을 추가하여 전작의 단점을 보완할 생각이다.
쓸쓸한 인조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성기윤이나 오달제 역의 김수용, 아내 남씨 부인 역의 임강희, 대쪽 같은 성품의 김상헌 역을 맡은 손광업 등이 작년에 이어 같은 배역에 캐스팅되었다. 이외에 최명길 역에 김응수, 정명수 역에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으로 이름을 알린 최재림, 난생 역의 박혜나 등 새로운 인물들이 캐스팅되어 조화를 이룬다.
대형 창작뮤지컬의 기근 속에 공공 단체에서 기획한 뮤지컬 <남한산성>이 수정 보완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무대에 오르는 스테디 뮤지컬로 남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9월 30일~10월 17일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 031) 783-8062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4호 2010년 9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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