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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Making the Musical] <모차르트!> 영원한 스타, 모차르트! [No.78]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구술|유희성(모차르트 연출 및 각색/서울시뮤지컬단 단장) |정리|김유리 2010-03-08 6,794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오스트리아 뮤지컬, 그리고 파격의 캐스팅으로 지난해 후반부터 뮤지컬 매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뮤지컬 <모차르트!>. 2월 서울 공연의 막을 내리고 바로 지역 공연을 앞둔 가운데, 관객들이 궁금해 하는 세 지점에 대한 연출의 변을 들어보았다.

 

ㅇ 인물과 갈등
대본으로 처음 만나게 된 <모차르트!> 그런데 읽고나서 ‘어,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보편적으로 모차르트 하면, 작곡가로서의 카리스마나 내면적 갈등, 그리고 영화 탓에 으레 살리에르 와의 갈등 구조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이 작품은 모차르트라는 한 인간의 삶과 그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였다. 대본을 보고 또 봤다. 쿤체는 왜 굳이 인간적 모차르트와 그의 가족을 이야기하고자 했을까. 그리고 드라마엔 대체로 갈등 구조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누구와의 갈등 구조를 축으로 삼았는지 왜 분명히 설정을 하지 않은 걸까. 대립이면 대립 구도, 삼각이면 삼각 구도가 좀더 분명하고 얼마나 확실한가. 생각이 많은 차에 작가인 미하엘 쿤체를 만났다. 작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음악가로서의 삶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의 모습을 통해 훨씬 더 친근감 있게 모차르트를 이야기하고자 한 의도에 공감했다. 처음엔 한국적 정서에 맞게 윤색을 해볼까도 생각했었지만, 대본을 읽을수록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내 주변 친구의 이야기도 될 수 있게끔 그린 원작에 공감하게 되었고,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통해서 모차르트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음악성을 끌어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모차르트는 감정에 의해 순간적으로 상황에 잘 빠져드는 성격을 보인다. 관심이 가는 것에 쑥 빠져들어 즐기고, 그리고 나선 허탈해하는 과정을 되풀이 하는 삶을 살았다. 참 천성적으로 천진하고 순진한 사람이다. 영혼이 맑고 계산이 없다. 사랑하고 싶으면 사랑하고, 키스하고 싶으면 키스하고 싶은 마음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던 사람이었다. 이런 모차르트가 가진 갈등 구조를 크게 두 가지로 봤다. 가장 큰 것이 자기 안에 있는 천재성과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적 모차르트의 대립이고, 또 하나는 순진한 모차르트를 염려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이다.
첫 번째 갈등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아마데’와 인간적인 ‘볼프강’의 관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천재성을 인정받던 그 시절 즈음의 모습으로 설정한 ‘아마데’라는 존재는 참 의아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처음에는 관객이 아마데가 볼프강과 다른 인물로 보지 않을까 싶어 조명 처리를 달리해서 설명을 해주어야 할지 많은 고민 끝에 관객을 믿고 원작 그대로 갔다. 아마데는 음악적 고민을 하면서 작곡만 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의 볼프강과 함께 놀기도 하고, 간지럼을 타기도 하고, 같이 춤을 추기도 한다. 나중에 이 천재성은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고 죽이게 된다고 봤다.  
모차르트와 아버지 레오폴트의 관계는 영화 <샤인>에서의 부자 관계와도 살짝 오버랩되어 보이는데, 순간순간 감정에 쉽게 잘 빠져드는 아들을 염려하고 제어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이 때로는 너무 지나쳐 보이기도 하지만 아들을 돈벌이로 대하거나 아들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더 높이려 했던 아버지는 아니라 생각했다.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이 소통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협화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ㅇ 4인 4색 파격 캐스팅 스토리
2009년 9월 당시 국내엔 신종플루가 유행이라 오디션에 해외 스태프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오디션에서 선발된 사람들의 영상을 전송해 해외 스태프도 오디션을 평가할 수 있게끔 진행되었다. 주연에서 앙상블까지 모두 오디션을 거쳐 뽑았다.

기본적으로 모차르트는 평균 이상의 음악성과 에너지를 가져야 할 수 있는 역할이다. 그래서 내가 오디션에서 주안을 두었던 것은 음악성, 또 하나는 캐릭터화를 어떻게 잘 해내는가였다. 이렇게 해서 뽑힌 4명의 모차르트는 그야말로 4인 4색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성이 굉장히 뛰어나고 여린 감성과 타고난 디테일이 살아있는 임태경과 선천적으로 좋은 소리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성실한 노력파인 박은태, 굉장히 남성적이고 씩씩한 에너지가 인상적인 박건형, 그리고 영리하고 흡수가 빠른 시아준수.
시아준수 캐스팅이 여러모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단순히 티켓이나 홍보적인 측면을 넘어 처음 이 작품을 풀어낼 때부터 팝스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전반적으로는 시대적인 의상과 스타일을 많이 고려했는데, 그 안에 있는 모차르트는 그 전통적 스타일에서 벗어난 ‘파격’의 인물이다. 레게 스타일, 찢어진 청바지로 표현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록스타 혹은 아이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원작자들도 이와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아준수에게서 뮤지컬 발성을 원했다면 굳이 그를 캐스팅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외모에서나 보이스 색깔에 있어서나 조금은 뮤지컬적인 것에서 벗어나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캐스팅에 있어 팝적인 이미지와 뮤지컬적 이미지, 성악적 이미지로 변별성이 있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ㅇ 한국 프로덕션 스토리
기본적으로 대본과 음악만 들여온 스몰 라이선스로, 그 외 무대, 의상, 오케스트라, 헤어 메이크업 등은 모두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했다. 일부러 독일이나 일본 공연은 보지 않았고, 대본만 봤다. 두 개를 견줘보며,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어떻게 한국 공연에서 표현해낼 것인지를 스태프들과 계속 고민했다. 원작의 재연은 원치 않았다. 꼭 한국적으로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나와 스태프들의 상상력과 독창성을 많이 가미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고민한 시간이 다른 작품의 배 이상이었다. 모차르트의 한국어 버전이라기보다는 보편적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통할 수 있는 버전을 만들고 싶었다.
모든 생각의 시작점은 ‘음악’이었다. 음악적인 비주얼과 이미지로 한국 공연만의 무대나 연출, 작품 전반을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기본 무대가 계단식의 오르막 경사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오선지의 이미지다. 1막 시작과 2막 끝에 아마데가 탄 피아노가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는데, 이 역시 한국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연출이다. 이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지금까지도 보편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앞으로도 영원할거라 생각하여 만든 이미지이다. ‘영원성’과 ‘우주’를 동일시하여, 큰 우주의 하나인 별에서 모차르트가 오고, 죽어서는 다시 별로 간다. 우리는 영원히 그 별을 바라보며 기억할 것이란 의미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8호 2010년 3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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