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락 오브 에이지> 코믹한 터치로 풀어낸 록의 향연 [No.85]

글 |박병성 사진제공 |엠뮤지컬컴퍼니 2010-10-24 5,666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는 1980년대 록의 메카였던 LA의 선셋 스트립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록커의 꿈을 키우는 드류와, 배우를 꿈꾸는 쉐리가 만나 사랑하고 좌절하지만 결국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2006년 LA에서 초연되어 인기를 끈 후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19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록 음악을 뮤지컬 넘버로 사용해 중년층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극 전반에 웃음을 유발하는 미국식 코믹 코드들로 유쾌함을 주는 작품이다. <락 오브 에이지>를 각색하고 연출한 왕용범 연출에게 작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브로드웨이 공연을 봤는가, 그때 느낌은 어땠나?
처음에는 제목과 음악에 흥미가 생겼다. 음반을 들었는데 음악이 정말 좋았다. 뉴욕에서 봤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브로드웨이에 올리기에는 드라마가 가벼웠고 미국 조크가 너무 많았다.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유명 배우가 드류 역을 맡았는데 스타 캐스팅에 반응이 좋았다. 공연장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40대 아주머니들이 젊을 때를 회상하면서 열광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작품에 나오는 노래의 위상이 우리나라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았다. 굉장히 미국적인 뮤지컬이었다.

 

주크박스 뮤지컬이긴 하지만 원어로 부르지 않기 때문에 그 느낌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코미디에서 기존 곡들을 차용하면 패러디 느낌을 주는데 원어가 아니다 보니 그런 느낌을 전하기가 힘들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노래가 나오면 관객들이 픽 웃는 노래들이 많았다. 그 노래를 잘 알고 그 나라 언어로 부르니까 나올 수 있는 웃음이다. 국내에서도 가능하면 노래를 영어로 불렀으면 좋겠는데 실제 우리가 (유명한 팝송이라고 해도) 가사를 알고 있는 곡들이 얼마 안 된다. ‘I Wanna Rock’도 그 다음에 오는 영어 가사를 아는 사람이 몇 되지 않는다. 록 음악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 드라마랑 상관없는 몇 곡은 영어로 부르고 드라마랑 부딪혀서 어쩔 수 없이 번역을 해야 하는 곡들도 더러는 영어 부분을 남겨놓는 방식을 택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사회자가 극을 넘나들면서 이 공연이 허구임을 폭로하는 형식이라든가 언어유희적인 측면이 일반적인 극 형태를 벗어난 인상을 준다. 좀 더 그러한 요소들을 살릴 수도 있지 않았나.
잔재미에 너무 의지하기보다는 앙상블들이 엉터리 백조의 호수 장면을 연출했듯이 상황으로 풀어가려고 했다. 뉴욕에서는 연강홀 규모의 작은 공연장에서 했다. 그런데 국내에 들어오면서 대극장 규모로 커진 것이다. 대극장에서 자꾸 폭소를 유발하려고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원작에는 1980년대 당시 누구나 아는 유명한 록 스타의 이야기를 흉내 내면서 웃는 식의 유머가 많다. 이를 테면 최민수를 최만수 정도로 얘기하면서 흉내 내고 웃는 식이다. 이런 유머들은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그대로 가져와도 우리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규모가 작았다면 장면 연출에 의지하기보다는 언어유희에 좀 더 치중했을 것이다.

 

 

<락 오브 에이지>는 1980년대 익숙한 팝송, 또는 슬랩스틱 코미디나 언어유희에서 오는 재미,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 등 다양한 요소들을 담고 있다. 이 작품에서 어떤 것을 강조하고 싶었는가?
이 작품은 굉장히 미국적인 작품이다. 각 장면의 분위기라든가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다. 이 작품은 스타 캐스팅이 효과적인 작품이다. 우리가 보고 싶은 스타들을 캐릭터를 통해 더 멋있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관객들이 아무 생각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즐겼으면 좋겠다.

 

제목도 그렇지만 지난 노래의 향수가 중요한 작품이다. 음악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노력한 부분이 있나?
작품 중에 온전히 나오는 노래가 몇 곡 안 된다. 대부분이 16마디 이내로 잘린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완전한 곡이 드물고 거의 조각난 음악들이다. 그리고 록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보다 팝송들이 더 많다. 한 곡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하게 전달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작품 자체에 록의 진정성이 없으니까 오히려 아티스트들이 그런 진정성을 가져야 했다. 그래서 밴드도 진짜 록을 하는 유명 밴드를 캐스팅하고 보컬 코치도 신성우 배우한테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야기는 크게 드류와 쉐리의 꿈과 사랑, 그리고 록의 공간을 지키려는 레지나와 그것을 파괴하려는 허츠의 대결로 나뉜다. 제목으로만 본다면 후자가 부각되어야 할 것 같은데 갈등이 치열하지도 않고 너무 쉽게 해결된다.
이 일은 실제 LA에서 일어났던 일을 근거로 한다. 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많은 음악 공간들이 이전해야 했다. 이런 문화적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없는 우리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것이다.

 

동성애적인 요소들이나 선정적인 장면, 성적 농담들이 번안 과정에서 대부분 삭제되었다. 상당히 건전해졌다. 번안의 컨셉은 무엇이었나.
노골적인 표현들은 많이 정리했다. 그 부분이 빠져서 심심하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이고 우리 관객들은 대부분 성적인 것을 무대에서 보는 것을 힘들어한다. 체코 뮤지컬 작업을 할 때는 번안을 많이 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오리지널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미국식 농담같이 우리가 잘 몰라서 지루한 요소들은 제거하는 방향으로 번안했다. 연출 역시도 드라마를 길게 끌지 않고 빠르게 전개하고 다이내믹한 공간 전환으로 드라마가 루즈해지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단순 명료한 드라마를 심플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이 작품의 매력은 단순 명료한 드라마에 있다. 내 개인적인 성향 때문인지 몰라도 유치한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아버지 허츠가 어린 시절 꾸어온 꿈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드류와 쉐리가 어떤 꿈을 꾸고 결국엔 이루지 못했지만 행복을 찾는 모습이 단순하지만 매력적이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이러한 단순함 속의 미덕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드류와 쉐리의 관계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데, 둘 사이의 관계가 헐거워서 제대로 공감할 수 없었다. 둘이 서로 호감을 갖는 단계가 충분치 않아서 ‘그냥 친구일 뿐’이라는 말에 충격받는 쉐리의 태도도 이해가 안 갔다.
둘의 관계가 무르익는 장면을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으려고 했다. 그것을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설정을 던져주고 스피디하게 전개하면서 작품의 흐름 속에서 받아들이게 할 것인지, 선택의 문제였다. 둘이 호감을 가지고 노래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것을 빼서 스트립쇼 장면에 넣었다. 원작에서는 처음 나오는 스트립바 장면에서는 짧게 춤을 추고 마는데 여기에서 좀 더 끈적거리는 장면이 연출되어야 한다고 봤다.

 

인물들이 서로 부딪히고 넘어지는 장면이 많다. 특정 인물의 습관이나 버릇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인물들이 넘어지는 장면을 연출해서 어떤 코드를 걸어놓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넘어지는 것이 코드라면 코드일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루저들의 이야기이다. 루저들이 꿈을 찾고, 루저들이 행복해지는 이야기이다. 루저들의 이미지가 머리에 있다 보니 넘어지는 행동이든 말실수이든 어딘지 모자라는 행동들이 담기게 된 것 같다. <삼총사>나 <잭 더 리퍼>같이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루다가 소박한 사람들의 작은 실수들, 소소한 해프닝들을 다루다보니 정이 간다. 사실 내 모습이기도 하고.

 

 

캐릭터에 애정이 많은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다 우리 주변 사람들 같다. 캐릭터마다 얘는 명선이고, 얘는 또 누구고 나만 아는 별명을 붙여서 부르곤 한다. 등장인물들이 억지웃음을 유발하기보다는 열심히 살려고 하고 또 실수하는 모습을 통해 웃게 하고 싶었다. 저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록 바를 내쫓고 도시를 개발하려고 하는 독일인 허츠의 이름을 국내 공연에서는 ‘허츠 도베르망닥스훈트아우토반폭스바겐로젠호프’로 새롭게 설정했다.
미국인들이 독일인들에게 가지는 선입견이 있다. 굉장히 계산적이고 부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 자주 쓰는 독일 명칭을 가지고 이름을 만들어서 이방인의 이미지가 느껴지도록 했다. 

 

한 배역에 여러 배우가 캐스팅되었다. 디렉션을 다르게 주는가?
난 언제나 다르게 준다. 안재욱 드류는 소심한 인물로 표현했다. 소심했던 사람이 용기를 내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온유 같은 경우는 큰 고민을 하기보다는 밝은 온유스러운 인물로 그렸고, 그리고 제이는 고민하는 록커, 자책하는 록커로 설정했다. 각 배우가 가진 성격들을 고려해서 캐릭터에 투영하도록 했다. 배우가 다르면 연기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모든 배우가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면 자연스럽지도 않고 의미도 없고 맛도 없을 것이다. 배우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설정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5호 2010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