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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정글 라이프> 신입사원이 정글에서 배운 것은? [No.125]

글 |이민선 사진제공 |플레이몽예술기획 2014-02-24 4,934

최근 창작뮤지컬의 탄생 경로 중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이 창작 지원 사업이다. 창작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신작을 개발하고 소개하는 기회는 많아졌지만, 이 작품들이 정식으로 제작돼 다른 공연들과의 경쟁에 합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되더라도 개막까지는 꽤 시일이 걸리고.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쇼케이스를 거쳤던 다수의 작품들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쇼케이스를 통해 얻었던 관객들의 관심이 식기 전에 그 열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된 것. <정글 라이프> 역시 그렇다. <정글 라이프>는 ‘2013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작품 지원 사업’에 선정돼, 지난 연말에 열린 ‘창작산실 우수작품선’에서 <미드나잇 블루>와 <공동경비구역 JSA>, <덕혜옹주>와 더불어 관객들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 <정글 라이프>는 짧은 공연 기간에 관객 호응뿐만 아니라 몇몇 제작사의 제작 제안까지 받게 됐는데, 그중 KT&G 상상아트홀의 제안을 받아들여 곧바로 2월 공연을 준비하게 됐다.

 

<정글 라이프>는 ‘정글 푸드’라는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정글만큼 혹독한 세상살이를 보여준다. 신입사원 ‘피동희’가 정글 푸드에 입사하고 보니, 한솥밥을 먹을 식구들, 아니 모셔야 할 상사들이 줄줄이 있다. 처세에 능숙한 3년 차 사원 ‘이원순’과 미모가 무기인 ‘하예나’ 대리, 존재감 없는 만년 과장 ‘사수미’, 능력 있는 ‘홍호란’ 부장, 그리고 사장 아들이자 낙하산 인사를 통해 갓 상무로 부임한 ‘오레오’까지. 상사들의 요구와 조언이 한꺼번에 쏟아져, 어찌할 바 모르는 피동희는 일반적인 ‘핏댕이’ 신입사원의 모습 그대로다. 의지할 데 없는 그에게 위안을 주는 유일한 사람은 사무실 청소부인 ‘김미화’ 아주머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오레오 상무는 청천벽력 같은 프로젝트를 시행하라 요구하는데, 그것은 바로 아프리카에서 직접 공수한 애벌레를 식품으로 개발하는 일이다. 망하기 딱 좋은 아이템은 상사들의 거부로 신입사원의 몫이 된다. 경험 없는 신입사원이지만 김미화의 도움으로 피동희의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상사들은 그의 성공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이 프로젝트를 둘러싼 권력 다툼이 더욱 중요했던 것. 홍호란과 오레오, 앞으로 둘 중 누가 실세가 될 것인지 아랫사람들의 줄타기가 시작된다. 정해진 계급은 있지만 누구를 먹고 누가 먹힐지는 알 수 없는 일. <정글 라이프>에서는 정글에서처럼 치열한 사회생활을 그리고 있는 만큼, 권력 관계와 캐릭터를 드러내는 ‘정글형’ 작명이 흥미롭다. 홍호란과 오레오는 호랑이와 사자 같은 라이벌 관계를 보여주는 이름이다. 사슴처럼 힘없는 사수미, 새로 온 남자들을 향해 하이에나처럼 강렬한 눈빛을 쏘아대는 하예나, 원숭이처럼 교활한 이원순은 이름이 연상시키는 동물의 습성을 닮았다. 이들은 어느 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의 폭넓은 공감을 유도한다.

 

초연을 준비하는 <정글 라이프> 제작진은 “기존의 창작뮤지컬과는 다른, <정글 라이프>만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식적인 연기와 움직임, <인 더 하이츠>의 비트감과 <브루클린>의 감성에서 모티프를 얻은 음악” 등이 이 작품의 개성을 보여줄 듯하다. 테트리스 게임 판처럼 꾸며진 무대 세트는 정해진 답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을 은유한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등장인물들 모두 정답을 찾으려 애쓰지만 결국 그들이 깨닫게 되는 점은 세상에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것, 우린 아무도 답을 모른다는 것이다.

 

2월 7일 ~ 3월 30일 KT&G 상상아트홀 02) 3142-2461

 

한 줄 평 : 지금 사회생활이 힘든 당신에게 공감과 희망을!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5호 2014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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