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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삼총사> 창민·예은, 고민하는 청춘 [No.114]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3-03-13 5,653

아이돌 그룹 2AM의 창민과 원더걸스의 예은이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만난다. 미래를 고민하는 시기에, 개별 활동으로 뮤지컬을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 무대에서 청춘의 새로운 페이지를 펼치려는  두 사람의 이야기.

 

 

 

 

<삼총사>는 대본으로 먼저 접했죠? 어땠어요?
예은   대본만 읽었을 땐, 콘스탄스가 아닌 밀라디라는 캐릭터에 반했어요. 밀라디는 아픔이 있는 여자잖아요. ‘어떻게 이런 감정이 있을 수 있지, 이거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밀라디를 하기엔 연륜이 부족하기 때문에 괜한 욕심을 내면 안 되죠. (웃음) 대본을 읽고 나서 공연 영상을 봤는데, 콘스탄스가 사랑스럽더라고요. 콘스탄스는 대본에 설명이 많지 않은 캐릭터라서 오히려 재미있어요. 더 많이 상상하게 되니까요.


<삼총사>에 함께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어땠어요?
창민   예은이가 원더걸스에서 보컬을 담당하고 있지만, 목소리의 매력을 느끼기엔 노래 파트가 짧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원더걸스의 예은이 아닌 또 다른 박예은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예은   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낯을 좀 가려서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곳에서 뮤지컬을 시작해야 했다면 부담이 됐을 거예요.
창민   서로 의지할 수 있지만, 단점도 있어요. 예은이가 상대역이다 보니 눈을 보고 이야기해야 하는 장면이 많거든요. 그럴 때 좀 어색해요. 사랑 신에서는 둘 다 웃음을 참고 있는 게 보여요. 서로 잘 아는 사이니까, 오히려 몰입이 더 안 돼요. 달타냥하고 콘스탄스는 풋풋한 연인이어야 하는데, 저흰 가족 같은 느낌이니까요. 아, 어젠 예은이가 연습실에 화장을 하고 왔어요. 그러니까 몰입이 좀 되더라고요.
예은   연습실에 화장도 안 하고 편하게 하고 다녔더니 오빠가 몰입이 안 된다고 화장 좀 하고 와 달래요. (웃음) 무대에 서면 연습실 분위기와는 많이 달라질 것 같은데, 서로가 달타냥으로, 콘스탄스로 보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은 씨는 이번 작품이 첫 번째 개별 활동인 거죠? 전부터 뮤지컬에 관심이 있었나요?
예은   원더걸스 활동으로 미국에 있을 때, TV 영화를 준비하면서 연기 레슨을 받았어요. 사실 그 전까진 연기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레슨을 받다 보니, 연기와 노래가 별개의 장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노래와 연기 모두 결국 어떤 감정, 이야기를 전달하는 거잖아요. 거기서 연기의 재미를 느끼게 된 거죠. 뮤지컬은 노래와 연기를 함께할 수 있는 거라 더욱 매력적이었고요. 감사하게도 첫 작품으로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창민 씨는 이번이 <라카지>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죠. 뮤지컬 선배로서 예은 씨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어요?
창민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아이돌로 활동했다고 해도 뮤지컬에선 완전 신인이잖아요. 처음에는 여기 분위기에 스며들기 힘들 수도 있지만, 동료 배우들하고 빨리 친해지는 게 극에 빠지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해줬죠. 그리고 너무 부담 갖지 말라는 이야기도 했어요. <라카지>를 하면서 힘들어 할 때, 더블 캐스트였던 형이 해줬던 이야기가 넌 이번에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큰 부담 갖지 말라는 거였어요. 전보다 퇴보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일도 없고, 이제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일만 남았다고요. 예은이를 보면 3~4개월 전의 저를 보는 것 같아서 그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예은   뮤지컬을 하게 됐을 때 첫 번째로 들었던 생각이 작품 망치면 안 되겠다는 거였어요. 쟁쟁한 선배님들하고 같이 나오는데, 제가 극의 흐름을 깨면 안 되잖아요. 콘스탄스가 비중이 크진 않지만, 사건을 만들어주는 인물이라 중요하거든요.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창민 씨는 첫 작품에서 작업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했어요?
창민   스스로 최대한 낮추기. 제가 자존심을 세워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방송에서만 보던 친구가 뮤지컬 한다고 와서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도 않고 개인 연습 시간에만 왔다 가면 어떨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얄미울 것 같아요. 제가 편한 친구로 인식되면 상대방도 다가오기 쉽겠구나 하는 생각에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내가 먼저 웃고 한마디라도 더 하면 예뻐 보이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창민 씨를 <라카지> 연습실에서 본 적이 있는데, 아이돌이 각색 작업부터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바쁜 스케줄 때문에 연습에 잘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창민   회사에서 뮤지컬을 하게 될 거란 이야기가 나왔을 때, 연습 횟수를 30회 이상 보장 안 해주면 안 하겠다고 했어요. 연습을 제대로 못하고 무대에 올라가면 다음 작품이 안 들어올 거라고 얘기했죠. (웃음)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부끄럽기 싫었거든요. 연습을 안 나간다는 것도 부끄럽고, 연습에 빠져서 내용을 못 따라가면 그것도 부끄럽고요. 저 혼자 연습하는 건 ‘액션’과 ‘리액션’이 아니잖아요. 다 같은 악기 들고 있는데, 나만 다른 악기 들고 있지 말자는 게 목표였어요. 다들 현악기 들고 있는데 혼자 관악기를 들고 있으면 튀기 마련이니까. 연기의 디테일을 살리는 건 제가 혼자 연구해야 할 몫이지만, 앙상블은 연습을 많이 나가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첫 뮤지컬을 하면서 느낀 게 있나요?
창민   <라카지>는 여러 가지로 큰 경험이었어요. 무엇보다 배역의 중요함을 많이 느끼게 됐어요. 전 제가 장 미셸이라는 캐릭터하고 잘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대중이 생각하는 창민이라는 캐릭터가 있잖아요. 발라드 그룹에서 팀의 맏형이고, 군대까지 갔다 왔으니, 철없는 스무 살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신 분들도 있었나 봐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내게서 보고 싶은 것에는 괴리가 있구나 하는 걸 느꼈죠. 제가 연기에 대해 논할 때는 아니지만, 어떤 인물을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선 본인이 가진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것 같아요. <라카지>를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연습하는 건 익숙할 테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연습하는 게 낯설고 힘들지 않았어요?
예은   연습실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처음엔 조금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삼총사>라는 작품이 정의와 사랑, 우정을 추구하는 작품이라서 그런지 모두 급속도로 가까워졌어요. 연예인이다, 아이돌이다, 편견 없이 한 명의 배우로 대해줘서 편하게 연습하고 있어요. 연습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아까 말한 것처럼 콘스탄스에 대한 설명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콘스탄스는 달타냥이 첫눈에 반하는 여인인데, 외삼촌 집 헛간에 살고 있다는 정보가 대본에 나온 전부거든요. 대본에 나와 있는 것 이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해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콘스탄스는 달타냥이 첫눈에 반할 만큼 정말 예쁘고 청순한 여자구나. 그런데 난 그런 여자가 아닌데 어쩌지(웃음)’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연습을 하다 보니 두 사람은 서로의 외모에 반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콘스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어려워요.
창민   예은이 잘해요. 제가 <라카지>에서 했던 걸 생각하면, 매우 훌륭하죠. 전 연출님께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다고 얼마나 욕을 먹었는데요. (웃음) 제가 처음에 굉장히 서툴렀다는 걸 동생들 보면서 많이 느껴요. 전 이제 캐릭터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을 끝내고 감성으로 접근해보려고 하는데 아직까진 조금 힘들어요. 배우 분들이 많이 하는 얘기가 캐릭터에 빠지면 그 행동이나 말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거예요. 아직까진 그 경지가 뭔지 모르겠어요. 요즘 드는 생각은 공연 세 시간 동안 다른 건 다 잊고 파리에 놀러 간 것처럼 놀아보고 싶다는 거예요.


연기라는 새로운 작업을 함께하면서 의외의 모습을 본 건 없어요?
창민   예은이가 의외로 소심하다는 걸 알았어요. 원더걸스에서 항상 자신감 있는 모습만 보여줘서 대찬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그런데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누가 봐도 더 할 수 있는데 몸을 사리는 느낌이랄까. 연출님도 예은이에게 조금 더 에너지를 써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고민이 많다 보니 마음껏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예은이를 지켜본 바로는 충분히 해낼 거예요.     
예은   연출님이 하시는 말씀이 제가 너무 뮤지컬스럽게 하려고 한대요. 저라는 사람은 전혀 안 보이고 다른 사람을 흉내 내려고 하고 있다고요. 원더걸스의 예은과 박예은 사이의 중간점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창민 오빠 말대로, 관악기들 사이에서 현악기가 되면 안 되니까요. 제가 창민 오빠에 대해서 느낀 건, 연구를 굉장히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오빠는 정말 노력을 많이 해요.


비슷한 또래의 동료가 아닌 여러 장르의 다양한 연령대 선배들과 함께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지 않아요?
예은   <삼총사>는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조합이라 연습실에서도 지루할 틈이 없어요. 선배님들이 제가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대본 분석을 하고 연기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우죠. 
창민   형들이 대본 분석하는 거 보면서 놀랄 때가 있는데 저랑 같은 역할인 박진우 형은 달타냥 아버지의 이름까지 찾아봤대요. 이 정도까지 생각하는구나, 대단하다 싶었죠.


요즘 한창 자신에 대해 고민해 볼 때잖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예은   우선 뮤지컬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드라마든 영화든 여러 장르에서 연기도 하고 싶고요. 박진영 피디님이 제가 타이틀 곡을 써서 솔로 앨범을 내면 좋겠다고 하셔서 곡 작업도 계속할 것 같아요.
창민   저는 지금 벌여 놓은 일이 너무 많아서, 그것만이라도 다 제대로 하고 싶어요. (웃음) 가수, 곡 작업, 요리, 운동, 뮤지컬…. 뮤지컬 두 작품 하고 나서 ‘영화 하고 싶어요’, ‘드라마 하고 싶어요’, 이러고 싶진 않아요. 연기라고 해도 다른 장르는 새로운 도전이 되는 거니까요. 지금은 벌여놓은 일을 다듬는 작업을 하고 나서 30대 중반쯤 되면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4호 2013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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