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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아이다> 안시하,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No.115]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3-04-08 5,249

“제가 말년에 피는 사람이래요. 어딜 가나 그 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 포기를 못한 거예요.” <아이다>에서 대단한 신인 배우의 발견이라는 조명을 받고 있는 안시하가, ‘말년’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다니, 그녀를 몰랐던 이라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것이다. 2004년 <달고나>로 데뷔한 10년 차 배우. 안시하는 그동안 조연과 앙상블로 꾸준히 무대에 서 왔지만, 솔직히 그녀를 주목했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 “올해까지만 해보자. 올해까지 해보고 안 되면, 주연 욕심은 깨끗이 포기하자고 마음먹었어요.” 마음을 내려놓았던 그때, 거짓말같이 대형 뮤지컬 <아이다>의 주인공 암네리스로 무대에 서게 된 안시하. 그녀에게 과연 어떤 마법 같은 일이 생긴 걸까.
<아이다> 오디션장에서 지원자들의 상대역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녀가 노래를 부를 기회를 얻게 된 것은 모든 상황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온 우주가 나만을 위해 멈춰주는 것 같은 순간 말이다. “오디션이 끝나고 수고했으니 제게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다행히 제가 <아이다> 노래를 외우고 있었던 거죠. 노래를 부르고 나니 다들 ‘어? 이런 친구가 있었네,’ 하시더라고요. 연출이 장면 연기를 해보라고 했는데, 제가 내내 오디션 현장에 있어서 연출이 말했던 걸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작품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했던 게 신선하게 보였나 봐요.” 될 거란 기대가 전혀 없이 오디션을 본 것인데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그 전엔 오디션을 볼 때, 내가 반드시 해내겠다는 독기를 품고 했어요. 그게 얼굴에 다 묻어났을 텐데, 잘될 리가 없었겠죠. 욕심 없이 하니까 오히려 편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더라고요.” 합격 소식을 들은 그녀가 가장 기뻤던 건 자신이 누군가의 희망이 됐다는 사실이다. “번번이 최종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나서 항상 이런 말을 들었어요. 전 인지도가 부족해서 안 된다고요. 그런데 이렇게 기회가 왔잖아요. 동료, 또 후배들이 저를 보면서 나도 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는대요. 전 앙상블부터 차근차근 밟아온 거니까. 그게 정말 기뻐요”

 

 

 

 


물론 그녀에게도 방황의 시간은 있었다. 2년의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무대로 돌아오게 한 작품은 2011년에 공연된 <렌트>. “모린 역에 지원했는데 앙상블로 참여하라는 콜을 받았죠. 그때의 기분은, ‘나는 역시 아직도 아니구나.’ 너무 아파서, 오히려 덤덤해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공백 기간이 있었고, 그동안 이뤄놓은 것도 없는데, 제게 쉽게 기회가 올 리 없잖아요. 앙상블을 다시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다시 시작하려면 뭐든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렌트>를 했기에, <헤어스프레이>를 할 수 있었고, <아이다>에서 암네리스로 당당히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세 작품 다 같은 프로덕션의 작품이다).
결코 짧지 않았던 지난 10년의 시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 이유는 간단하다. 포기할 수 없으니까. “내가 여길 떠나면 뭐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 되지. 그런데 내가 그것만 해서 살 수 있을까? 제 자신에게 몇 번이고 계속 되물어봤어요. 그때마다 그럴 수 없다는 결론이 나더라고요. 평생 우울할 것 같았어요. 무엇을 하든 힘들다면,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 거예요. 저는, 무대에 서는 게 정말 좋아요.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도 정말 좋아요.” 안시하는 지금이 그녀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바람이 불었을 때,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예전엔 제 얼굴이 싫었어요. 뚜렷한 이미지가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지금은 오히려 이 모호한 이미지가 좋아요. 그건 반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거니까. 앞으로 어떤 역이든 해보고 싶어요.” 배우 생활 최대의 기회였을 <아이다>가 그녀에게 준 선물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한 것, 그게 아닐까.

 

대표작
2008년 <위대한 캣츠비> 페르수
2007년 <맘마미아> 소피 커버
2006년 <사랑은 비를 타고> 유미리
2005년 <찰리 브라운> 루시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5호 2013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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