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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로미오와 줄리엣> 캐퓰릿가 모녀의 비극적 사랑 [No.113]

글 |송준호 사진제공 |국립발레단 2013-02-28 4,792

아직까지 국내에서 발레의 인기란 대개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 같은 잘 알려진 클래식 발레의 인기에 한정된다. 눈부신 튀튀를 입고 32바퀴의 푸에테를 하지 않는 모던 발레나 컨템포러리 발레는 여전히 대중에겐 멀게 느껴진다. 그런데 모던 발레로는 이례적으로 유료 객석 점유율 98%를 기록했던 작품이 있다. 바로 2011년 국립발레단이 프랑스 출신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버전으로 올렸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당시 지휘자 정명훈이 이끈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도 화제가 됐던 이 작품이 2013년의 첫 번째 발레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특히 마이요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올해 국립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도입돼 해마다 관객과 만나게 됐다.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셰익스피어의 동명 원작 소설은 오랫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변용됐다. 발레에서도 많은 버전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마이요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가장 현대적이고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던 발레답게 프로시니엄 무대의 화려한 미술과 장치는 찾기 어렵다. 흰 바닥 위에 기하학적 모양의 기둥과 사선으로 설치된 패널만이 무대의 전부다. 조명과 패널의 이동만으로 침실, 무도회장, 발코니, 무덤을 다 표현하지만, 내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집중해야 한다.

 

기존 줄거리와 가장 큰 차이는 캐릭터를 재해석하는 마이요의 솜씨에서 비롯된다. 원작의 숨결을 따라가는 대부분의 서사에서는 크게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대표되는 몬태규가와 캐퓰릿가의 대립을 이야기의 큰 줄기로 삼는다. 반면 마이요의 작품에서는 줄리엣과 로미오, 로렌스 사제, 그리고 줄리엣의 엄마 캐퓰릿 부인이 중심인물이 된다. ‘줄리엣’을 먼저 쓴 이유는 이 작품 전반에서 철저히 여성 캐릭터가 강조되기 때문이다. 마이요는 ‘로미오가 사랑에 빠진 남자라면 줄리엣은 사랑 그 자체’라는 시각으로 줄리엣에 이야기의 흐름을 맞춘다. 제목을 가히 ‘줄리엣과 로미오’로 바꿔 써도 무방할 정도다. 또 줄리엣은 기존의 지고지순하고 연약한 모습 대신 이성적이고 자아가 강한 여성으로 재창조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수석무용수 김지영이 줄리엣을 맡게 된다.

 

하지만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이 탄생시킨 또 하나의 주인공은 캐퓰릿 부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요는 캐퓰릿 부인에게 조카 티볼트와 은밀한 관계에 빠져 있다는 설정을 심었다. ‘엄마’보다는 ‘여자’에 중점을 둔 것이다. 줄리엣의 아버지가 등장하지 않는 이 작품에서 캐퓰릿 부인은 남편의 역할을 대신하듯 딸에게 냉정하다. 반면 티볼트와 밀애를 즐기다가 그의 죽음을 맞았을 때 폭탄이 터지듯 감정을 발산하는 모습에서는 연인을 잃은 여자를 보여준다. 지난 공연에서 이 역을 맡았던 객원수석무용수 윤혜진은 인상적인 연기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는 스페인국립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세연이 새로운 캐퓰릿 부인으로 무대에 선다. 이외에도 이동훈과 이영철이 각각 로미오와 로렌스 신부를 연기한다.

 

2월 14일~17일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1588-7890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3호 2013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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