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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리뷰] <공동경비구역 JSA> 뮤지컬만의 무엇 [No.127]

글 |배경희 사진제공 |창작컴퍼니 다 2014-05-07 4,659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의 뮤지컬 제작 소식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원작 소설보다 잘 알려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이다. 뮤지컬은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한국 영화사의 수작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 뮤지컬의 대본을 쓴 이희준 작가는 영화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 영리한 방법으로 영화의 아우라를 떨쳐낸다. 판문점 총격 사건을 서사의 전면에 배치한 영화의 이야기 구성을 따르면서, 영화에서 가려졌던 원작 소설의 남북 이데올로기라는 주제 의식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때는 남북 휴전 협정이 체결된 지 40여 년이 지난 1994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북측 초소에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하는 총격 사건이 일어난다. 북한군 정우진 전사가 처참하게 살해되고, 남측의 김수혁과 북측 오경필이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된다. 이 사건을 놓고 남북은 ‘북한의 월북 조작’과 ‘남조선의 특수부대원 북파’라는 엇갈리는 주장을 한다. 진상 규명을 위해 파견된 중립국 수사관 베르사미는 수사 과정에서 사건에 연루된 남북 병사가 우정을 쌓아왔다는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남한 병사 김수혁은 왜 진한 우정을 나눈 북한 병사 정우진에게 총탄을 난사했을까. 이희준 작가는 질문에 대한 답을 김수혁과 오경필과 정우진의 첫 대면 장면부터 확실하게 보여준다. 북한 병사 오경필과 정우진이 지뢰를 밟고 있던 김수혁을 살려주자 김수혁은 “왜 살려주세요?” 라고 되묻는다. 적개심이 가득해야 할 북한군이 자신을 살려준 것이 의아한 것이다. 지뢰 사건을 계기로 북한군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된 김수혁은 오경필, 정우진과 인간 대 인간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오발 사고로 총성이 울리자 친형제처럼 쌓아온 우정은 북한군은 적으로만 세뇌되어 온 본능에 제압당한다. 북한군 오경필과 정우진은 총을 겨눠야하는 대상이 돼버린다. 전쟁 공포에 우정을 나눈 북한군에 총탄을 난사한 김수혁, 손전등을 비출 때만 먹이를 먹도록 훈련된 정찰견 백구, '미군이다'라는 소리에 반공포로였던 동생을 죽인 베르사미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병치되면서 무비판적인 세뇌가 인간을 어떻게 망가뜨리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 이데올로기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다. 쇼 뮤지컬적인 요소가 적절히 삽입된 장면은 뮤지컬 관극의 재미를 준다. 김수혁이 자신의 사격 실력을 아이처럼 자랑하는 ‘총 멋있는 총’이나, 남북 병사들이 앞자리 관객들을 통해서 쪽지를 주고받는 ‘쪽지놀이’, 국군 병사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나라를 지키겠다고 율동하며 노래하는 ‘누나를 위해’ 같은 장면은 이데올로기의 대립 상황에서도 인간의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 다만, 정식 공연에 앞서 선보인 워크숍 공연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쪽지놀이’가 극장 규모가 커지면서 재미가 반감된 점은 아쉽다. 

지난해 선보인 리딩과 워크숍 공연에서 호평을 받아 빠르게 정식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공동경비구역 JSA>. 드라마적 완성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움을 남기는 무대 세트와 음악은 <공동경비구역 JSA>를 뮤지컬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창작진이 고민해 봐야할 문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7호 2014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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