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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REVIEW] <가야십이지곡> [No.138]

글 |김주연 사진제공 |문화예술위원회 2015-04-10 5,571

역사와 현재를 잇는 우륵의 구도(求道)





박소정 작, 채한울 작곡, 육지 연출의 창작뮤지컬 <가야십이지곡>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역사적 시대와 인물을 소재로 삼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가야의 멸망 직전인 529년을 배경으로, 가실왕의 명을 받아 가야 전체를 아우르는 12곡을 작곡하고자 하는 우륵의 여정과 방황을 그린다. 작가 역시 “가야금은 가야국의 가실왕이 만들었고, 우륵이 12곡을 지었다”는 <삼국사기>의 한 구절로부터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가야십이지곡>은 기존의 역사 소재 뮤지컬과는 달리, 역사에 근거한 허구의 서사를 강조하거나 시대적 디테일을 살리는 대신 “음악으로 과연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묵직한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우륵의 기나긴 여정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멸망 직전의 왕국이라는 다이내믹한 시대 배경이나 니문과 소율, 사다함 등 등장인물 역시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기보다는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상징적인 요소로 기능한다. “질문하는 자”란 뜻을 지닌 니문이나 “작은 음”을 뜻하는 소율의 이름 역시 이들이 지닌 상징성을 강조해준다.

전쟁으로 망해 가는 나라를 지켜보면서 몇 곡의 음악으로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우륵의 이야기는 실제 역사의 한 페이지인 동시에 전쟁 같은 일상, 전쟁보다 더 치열하고 각박한 오늘의 현실에서 예술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 자조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가야금 하나에 의지해 세상을 떠도는 우륵의 모습은 창작의 꿈을 안고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예술가들의 초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구체적인 시대와 인물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시대적 고증을 살리기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에 가깝게 만든 인물들의 의상, 극도로 간소화된 무대 역시 현대로 이어지는 작품의 상징성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적인 설정으로 읽힌다.

잔혹한 현실의 무게와 음악 사이에서 방황하던 우륵은 결국 세상을 구원하지 못하고, 가야는 멸망한다. 언제나 그렇듯 예술은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비록 현실은 이기지 못했을지언정 우륵의 ‘음’은 사람을 살리고, 삶을 보듬고, ‘가야금’이란 이름을 통해 망국의 기억을 지켜냈다. 현실에서 예술의 힘이란, 예술가의 길이란 역시 이런 것이 아닐까. <가야십이지곡>은 이렇듯 역사적 인물과 이야기를 통해 결국 오늘의 현실과 예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젊고 파릇파릇한 창작자들의 성과물인 만큼 장면 구성이나 동선 처리 등에서 서툴고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종종 눈에 띄었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로서 작품 안에 진지한 고민을 담아내고자 한 의지와 노력은 의미 있게 다가왔다. 특히 소극장 뮤지컬을 넘어서는 음악적 스케일과 풍성한 화음, 세련된 멜로디를 선보인 채한울의 뮤지컬 넘버들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음악을 들려주었을 뿐 아니라 장면마다 작품의 의미와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주인공 우륵 역을 맡은 최재림의 안정적인 노래와 연기 역시 묵직한 주제를 끝까지 흔들림 없이 가져가는 단단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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