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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REVIEW]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No.138]

글 |안세영 사진제공 |위네트웍스 2015-04-10 5,138

좌절과 극복의 성장기 






야구 스포츠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야구선수 이승엽과 김건덕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1994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두 사람은 함께 한국 대표팀을 승리로 이끌며 천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프로 선수로 성공을 거둔 이승엽과 달리, 어깨 부상 등 여러 불운이 겹쳤던 김건덕은 투수의 꿈을 접고 고교 야구단 코치로 전향했다. 뮤지컬은 그러한 김건덕의 삶에 고교 시절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어두운 가정사를 픽션으로 덧입혀, 좌절과 극복의 성장기로 재구성했다.
작품의 시작은 김건덕과 이승엽이 자신들의 이름을 떨쳤던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 무대는 철조망과 조명, 전광판, 잔디 깔린 바닥으로 야구장을 재현하고, 그 위에서 선수복을 입은 배우들이 야구 경기를 펼친다. 음악과 안무로 재탄생한 무대 위의 야구는 신선한 재미를 안겨준다. 실제로 공을 던지는 대신 배우들의 움직임, 현란한 중계 멘트, 응원가 풍의 음악만으로 경기의 생동감과 긴장감을 고스란히 살려낸다. 마운드에는 진짜 흙까지 깔려 있어 투구 때마다 발밑에 피어오르는 옅은 흙먼지가 사실적인 디테일을 더한다.

대회 우승에 이어 밝은 전망을 보여주는 작품의 전반부는 청춘물 특유의 발랄한 매력을 발산한다. 대학 야구부에 가고 싶지 않은 건덕과 승엽은 수능 커트라인보다 낮은 점수를 받자는 엉뚱한 계획을 세우고, 야구부 매니저 효정이 이들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건덕과 승엽의 우정, 그리고 효정을 향한 건덕의 짝사랑이 아기자기하고 코믹하게 그려진다. 건덕이 상상 속에서 효정의 말을 부풀려 해석하며 추는 춤이나, 야구배트를 활용한 ‘분신사바’ 등 톡톡 튀는 장면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앞길이 창창해 보이는 건덕에게도 남모를 콤플렉스는 있다. 야구에 무관심한 데다 섬 노예를 부리며 사는 아버지를 둔 그의 우울한 가정사가 그것이다. 섬 노예들의 보복으로 예기치 못한 어깨 부상을 입은 뒤, 건덕의 꿈은 산산조각난다. 자포자기에 빠진 그는 유복한 환경을 가진 승엽과 갈등을 빚고, 이후에도 거듭된 불운은 10년 뒤 두 사람을 전혀 다른 미래에 데려다놓는다.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후반부 드라마는 전반부와 대조적으로 어둡게 흘러가지만,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힘만 보여주며 끝을 맺진 않는다. 잃어버린 꿈 앞에 좌절한 채 아버지를 원망하던 건덕은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야구 코치로 재기를 결심한다. 최악의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찾는 건덕의 모습이 실화와 맞물려 용기와 희망을 전달한다.

음악에서도 활기차고 유머러스한 곡과 격정적이고 서정적인 곡이 고루 사용돼 전반부와 후반부의 대조적인 분위기를 반영한다. 특히 흐르는 시간에 대한 인물들의 감정을 담아낸 ‘시간이 흐르면’은 중요한 장면마다 리프라이즈되며 마음을 울린다. 주인공 건덕 역을 맡은 안재영의 담백한 연기와 두 멀티맨의 다양한 활약도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다만 후반부 전개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건덕과 승엽 캐릭터의 대비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후반부 둘의 갈등이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건덕이 치료를 거부한 채 자기파멸의 길을 걷는 이유 역시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픽션으로 추가된 노예섬 설정은 실화에 기반한 나머지 드라마와 연관성이 떨어졌다. 건덕 아버지의 악행을 부성애로 미화하는 결말 도 찜찜함을 남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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