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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ANIA’S ROOM] <쓰릴 미>의 덫 [No.139]

글 | 배경희 사진 | 김호근 2015-04-27 6,171

국내에서 가장 막강한 팬덤이 있는 뮤지컬로 <쓰릴 미>를 꼽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2007년에 막을 올린 <쓰릴 미>는 팬덤 문화의 발로가 된 작품인 만큼 팬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쓰릴 미>의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빠져들게 할까.  자신들을 리차드와 네이슨이라고 써달라고 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편의를 위해 캐릭터의 이름   ‘나’와 ‘그’는 네이슨과 리차드로 표기했습니다.


 리차드                                   
2010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중 인생의 시련에 맞닥뜨리게 됨. 뮤지컬을 보며 마음의 위로를 얻던 차에 <쓰릴 미>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 뮤지컬 마니아의 세계로 입성. 2011년 시즌 공연으로 뒤늦게 <쓰릴 미>에 빠져서 제작사가 주관하는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리차드, 네이슨과의 추억을 빠르게 만들어가는 중. 아홉 번 반복 관람에 한 장씩 지급된 2014년 폴라로이드 사진을 세 장 보유하고 있는 자칭 회전문 관객. 지난 시즌엔 배우들과 함께하는 ‘주먹 하이파이브’ 이벤트에 리차드를 코스프레하고 갈 정도로 열성적임.

 네이슨                                   
2007년, 당시 좋아하던 배우의 신작을 보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쓰릴 미>를 보러 간 인물.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뭔가 위험하다’는 걸 감지했고, 그 예상대로 8년째 <쓰릴 미>의 덫에 갇혀 있음. 초연부터 지금까지 함께하는 동안 <쓰릴 미>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던 적은 딱 한 번. 과거와 달리 젊고 잘생긴 배우들이 출연하자 자신의 정체성을 오해받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그 이유. 한 시즌 동안 공연을 관람하지 않는 일탈을 감행했지만, 어느 순간 다시 제자리로.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쓰릴 미>의 여정을 함께할 예정. 습관처럼!



<쓰릴 미>를 보고 또 볼 수밖에 없는 이유

<쓰릴 미> 2010년 시즌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제작사에서 무대 양 끝에 배심원석이라는 특별 좌석을 마련한 것. 하지만 배심원석은 팬들에게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는데, 이유는 리차드와 네이슨이 서로 주고받는 시선을 볼 수 없다는 거였다. 이처럼 <쓰릴 미>가 관객을 매료시키는 힘은 네이슨과 리차드라는 두 캐릭터의 관계에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배우가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공연에 많은 차이가 생긴다는 게 마니아들의 전언. 특히 마니아들이 공연에서 집중하는 포인트는 리차드는 네이슨을 ‘사랑했는가’ 하는 문제다. 가령 한 시즌에서 어떤 배우는 리차드가 네이슨을 사랑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배우는 리차드가 자신의 흥분을 위해 네이슨을 이용했다고 생각했다. 같은 <쓰릴 미>라 해도 두 공연은 전혀 다른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각기 다른 네이슨과의 호흡도 극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각각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즐거움에 페어별로 공연을 챙겨보게 된다고.



<쓰릴 미>의 진정한 주인공은 세 사람

<쓰릴 미>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상황 수습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건 피아노 연주자다. 연주자는 두 배우를 제외하고 무대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 피아니스트의 다른 연주 스타일은 공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배경음악처럼 피아노 반주를 넣는 피아니스트가 있는가 하면 연주가 도드라지게 피아노를 치는 피아니스트도 있다. 좋아하는 연주 스타일은 취향의 문제이지만, 피아니스트가 누군지 따져보고 공연을 보는 관객이 있을 만큼 연주자는 <쓰릴 미>의 중요한 부분이다. 팬덤 사이에서 ‘마리아’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오성민은 <쓰릴 미>의 인기 연주자 중 한 명. 공연 중 피아노 줄이 끊기자 즉흥적으로 편곡해 연주를 이어간 그의 에피소드는 전설처럼 회자되곤 한다.



‘Thrill-er’가 를 즐기고 사랑하는 법 



사인 하단에 커다랗게 써 있는 ‘어때? 행복해?’ 
는 극 중 리차드가 네이슨에게 하는 말이다. 
배우들이 사인 멘트로 공연 대사를 쓰는 건 작품 팬을  위한 일종의 이벤트. 

이때는 보통 각 작품에서  자주 회자되는 대사를 멘트로 쓰는데,  

<쓰릴 미>의 경우에는 ‘앉을까요?’나  ‘멍청하게 새나 보고’, ‘우린 하나,죽음 그 끝까지’가  그런 대사다. 

리차드를 연기했던 한 배우는  극 중에서 어린애를 납치할 때 하는 말인  “집에 데려다 줄게”를 단골 멘트로 썼다고. 
물론 팬이 먼저 특정 대사를 멘트로 써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폴라로이드 사진은 팬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재관람 이벤트 선물. 

팬들이 이 사진을 좋아한 이유는 배우들이 무대에서 극 중 캐릭터의  모습을 하고 찍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네이슨과 리차드의 사진이기도 하다는 얘기. 
<쓰릴 미>는 커튼콜에서 사진 촬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지금까지 딱 한 번, 2013년 시즌에서만 커튼콜 촬영이 가능했다) 

배우가 무대 의상을 입고  있는 사진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희귀템’이란다.
정해진 기간의 최다 반복 관람자로 선정된  ‘쓰릴러(Thrill-er)’에게는 무대 위에서 배우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커다란 액자로 제작해 줬다고.



네이슨과 리차드의 계약서를 기념품으로 만드는 <쓰릴 미>를 향한 팬들의 열정! 
네이슨과 리차드가 극 중에서 타자기로  계약서를 쓰는 것처럼, 타자기로 친 듯한  서체를 쓴 디테일에서 마니아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계약서는 한 팬이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않은 채 무료로  배포한 건데, 

팬들끼리 작품에 대한 추억과  감상을 공유하기 위해 이런  ‘무료 나눔 이벤트’를 많이 한다고. 
스티커나 메모장, 티켓꽂이, 포토북 등이 팬들이 주로 제작하는 아이템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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