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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황미나 작곡가의 <난쟁이들> [No.139]

사진제공 | 랑 정리| 나윤정 2015-05-15 4,646

“<난쟁이들>은 장르가 ‘코미디’다 보니, 작곡가로서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아야 했어요. 장르의 특성상 전체적인 극의 템포가 중요했기 때문에, 드라마 진행을 멈추고 캐릭터가 자신의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노래를 넣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철저하게 드라마만을 따라갔어요. 음악은 정보 전달, 캐릭터 표현, 시공간을 넘나드는 기능, 극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양념 역할을 맡게 되었죠. 또 <북 오브 몰몬>, <애비뉴 Q>, <프로듀서스> 등 코미디 장르로 유명한 작품들을 찾아봤어요. 우선 음악을 듣기 전에 가사를 먼저 읽어봤어요. 그런 다음 그런 ‘골 때리는’ 가사에 어떤 음악이 어떻게 입혀졌는지 확인해 봤죠.”



공주만 만나면
찰리와 빅의 ‘I want song’이에요. 두 주인공의 캐릭터와 욕망을 표현함과 동시에 극이 진행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중요한 곡이에요. 그만큼 처음엔 부담이 됐어요. 그래서 최대한 미루고 미루다가 쓰게 됐죠. 어떻게 하면 찰리의 욕망이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고 관객들이 그의 욕망을 응원해 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제일 컸어요. 그래서 찰리의 직접적인 욕망인 ‘공주만 만나면’ 가사 부분보다, 찰리가 공주를 만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는 부분에 힘을 줬어요. 또한 빅이 찰리의 여정에 자연스럽게 동행할 수 있도록, 찰리의 주요 멜로디에 빅의 멜로디가 스며들게 했어요. 엔딩 부분은 찰리와 빅의 힘찬 듀엣으로 마무리해, 그들의 여정이 함께 시작된다는 느낌을 주었죠. 

끼리끼리
가사의 첫 느낌이 재밌었어요. 버스(verse) 부분은 정말 공감 가는 내용이었고, 코러스 부분의 ‘끼리끼리’는 리듬감이 느껴지면서 입에 짝짝 붙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이 재밌는 가사로 왕자들의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계속 가사를 읽었죠. 그러다 허세 가득하면서 흥은 많은, 품위는 지키려 하지만 뭔가 부족한 왕자들의 캐릭터가 떠올랐어요. 내가 그들이라면 품위를 지키기 위해 무언가 자제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끼리끼리’ 코러스 부분은 멜로디를 빼고 리듬으로만 구성하게 됐어요. 화성 진행은 최대한 단순하게 썼어요. 클라이맥스에선 그들의 허세와 흥을 표현하기 위해 애드리브 느낌의 멜로디를 삽입했어요. 왕자들은 뭔가 2프로 부족한 캐릭터니까 멜로디에 조금 한물간 느낌을 주기 위해 ‘워워워~ 예예예~ 샤리라 샤리라~’ 등을 넣었죠. 


오래전 일이야
사실 처음에 이 장면은 온전한 가사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았어요. 이지현 작가가 대본을 써 내려가면서 이 부분엔 이런 내용의 노래가 들어가면 좋겠다 정도의 스케치만 해놓았죠. 그런데 저는 그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백설공주를 오랫동안 기다리던 빅의 꾸밈없는 진심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음악적으로도 아무런 형식을 정해놓지 않았어요. 가사가 진행되는 느낌 그대로를 따라 차례대로 써 내려갔죠. 마지막에 음악이 고조되면서 빅의 ‘그것’이 커지는 것조차 굉장히 동화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져, 실제로 그렇게 표현하려 했어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이 곡과 이 장면을 아끼고 있어요. 

해피엔딩
작품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곡이에요. 그래서 수정도 제일 많이 했어요. 오프닝은 ‘해피엔딩’, 엔딩은 ‘해피엔딩 reprise’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둘의 형식은 완전히 달라요. ‘해피엔딩’은 극을 열어주는 할머니의 솔로로 시작하고, 동화 나라 사람들이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의 이야기를 잠시나마 기억하게 만드는 기능을 해요. 반면 ‘해피엔딩 reprise’는 주인공들이 정말 원하던 엔딩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는 곡이에요. 극의 주제를 담은 가사를 4중창으로 시작했다가, 동화 나라의 새로운 주인공이 정해지면서 사람들이 함께 기뻐하며 노래를 불러요. 어떻게 보면 두 개의 노래가 합쳐진 거죠. 새로운 노래가 시작될 때는 ‘공주만 만나면’의 멜로디를 사용해, 과정이 어찌 됐든 찰리와 빅의 꿈이 이뤄졌음을 나타내고자 했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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