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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PRODUCTION NOTES] <난쟁이들> 함께여서 즐거운 시간 [No.140]

글 | 나윤정 사진제공 | 랑 2015-06-04 5,128

2013년 충무아트홀의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의  당선작으로 처음 이름을 알린 <난쟁이들>. 
이후 차근차근 개발 단계를 밟으며 두 번의 쇼케이스를 거쳐 초연에 이르기까지. 
<난쟁이들>의 즐거운 대장정을 함께한 김동연 연출이 그간의 노력을 들려주었다.



신선하고 발칙했던 첫인상
<난쟁이들>과의 첫 만남은 2013년 충무아트홀이 주관한 창작뮤지컬 콘텐츠 발굴 프로그램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를 통해서였다. 이 작품의 멘토로 참여하게 되면서 대본을 처음 접했는데, 첫인상이 재밌고 신선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한국 창작뮤지컬 중에 이 정도로 발칙한 작품이 있었나? 감정적으로 좀 더 격정적인 것을 선호하는 국내 관객들에게 이런 소재의 코미디 뮤지컬이 어필할 수 있을까? 양날의 검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재밌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지현 작가에게 ‘경쾌하고 발칙한 톤이 장점이니 이걸 잘 살려보자’라는 조언을 많이 했다. 전반적인 톤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신파로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떤 전개를 해야 하나? 다른 작품과 변별성이 있는 결말은 무엇일까? 작가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수정 작업을 시작했다.



아이디어가 빛났던 쇼케이스
2014년 2월 블랙 앤 블루 쇼케이스와 2014년 8월 예그린 앙코르 쇼케이스. 두 번의 쇼케이스를 거치며 동화책과 그림자를 활용한 무대, ‘끼리끼리’의 뜨그덕 안무 등 <난쟁이들>의 주요 컨셉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갔다. ‘끼리끼리’ 장면에서 왕자들이 입으로 ‘뜨그덕’ 소리를 내며 등장하자고 한 것은 송희진 안무가의 아이디어였다. 말 인형을 타고 나오는 것보다 왕자가 직접 손으로 말 머리를 만들고 소리를 내는 것이 더 재밌을 거란 의견이었다. 유치해 보인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논의 끝에 무사히 공연에 반영될 수 있었다.
정원영, 김종구, 최대훈, 최유하 등 쇼케이스에 참여한 배우들의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했다. “할아버지, 입 냄새 나요.” “할아버지, 어두워서 안 보이는 거예요.” 이런 대사들은 배우들이 연습 과정에서 만든 것. 특히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낸 것은 백설공주 역의 최유하 배우였다. 그녀는 등장할 때마다 “하이호, 하이호”를 외쳤는데, 알고 보니 디즈니 만화 <백설공주>에서 난쟁이들이 불렀던 노래라고 했다. 그녀 덕분에 백설공주의 캐릭터는 이미 쇼케이스 때 다 완성되었다.
제목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애초 이 작품의 제목은 <워너비 신데렐라 옴므>였다. 하지만 ‘신데렐라 옴므’라는 표현은 ‘남자들의 욕망’으로 이야기를 한정시키는 느낌이 있었다. 작품의 주제에 대한 창작진의 고민이 이어지면서, 공연명을 <난쟁이들>로 바꾸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결국 주인공은 난쟁이들이니까. 그리고 세상에 왕자나 공주는 몇 명 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가 난쟁이들이다. 이렇듯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제목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고민의 결과물
쇼케이스 작업을 통해 발견한 대본의 취약점은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이 바뀌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이런 측면이 관객들을 헷갈리게 만들지 않을까? 그래서 초연을 앞두고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찰리와 빅의 스토리 강화였다. 특히 메인 캐릭터인 찰리는 주인공으로서 한 번쯤 절절한 고뇌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작품의 말미에 찰리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장면을 본 공연에 추가하였다. 서브 캐릭터인 빅의 경우는 백설공주와의 이야기를 좀 더 보강하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캐스팅 과정에서는 신데렐라를 남자 배우에게 맡겨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누가 어울릴까 고민하던 중 <난쟁이들>의 제작을 맡은 PMC 프러덕션이 <젊음의 행진>에서 상남이를 열연했던 배우 전역산을 추천했다. 잘 어울릴 것 같았고, 배우도 흥미로워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캐스팅이었다. 리허설 때 분장을 하고 나왔는데 깜짝 놀랐다. 와, 정말 예쁘구나! 드레스를 입고 어깨를 내미는데 안 넘어갈 수 없었다.(웃음) 또 전역산과 최유하 배우가 친하다 보니 거기서 오는 시너지 효과도 컸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낸 아이디어도 많았다. 신데렐라가 영어를 못하는 컨셉 같은 것들이 바로 그들의 아이디어였다.
연출적으로 부딪힌 난관은 대본의 지문을 무대화하는 것이었다. 작가와의 작업 자체는 즐거웠지만, 대본을 수정해 올 때마다 자꾸 지문에 마법을 쓰는 게 아닌가.(웃음) 난쟁이가 왕자로, 왕자가 난쟁이로 계속 바뀌는 설정이나, 무도회가 열리는 동시에 한쪽에서는 난쟁이가 절벽을 올라가는 전개 방식 등. 대본에서는 한 줄로 해결되는 이야기였지만 연출로서 그것을 무대에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영상의 활용. 이를 통해 배우들이 옷을 갈아입는 시간 또한 확보할 수 있었다. 결국, 무대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들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쇼케이스에서 ‘끼리끼리’의 반응이 워낙 폭발적이다 보니 그에 따른 염려도 있었다. 그래서 이지현 작가와 황미나 작곡가에게 ‘끼리끼리’를 이길 수 있는 곡이나 에피소드를 만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 장면을 쉽게 이길 수 없었다.(웃음) 그럼에도 이 작품은 주인공만큼이나 주변 인물들이 주는 재미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캐릭터의 재미가 잘 살아나 만족스럽다. 이렇듯 왕자를 비롯한 주변 캐릭터들이 코믹하니 주인공인 찰리 역의 두 배우(조형균, 정동화)가 의외의 개그 욕심을 부리기도 했다. 다른 역할들에게 묻히고 싶지 않았는지 자꾸 무리수를 두었다. 정동화 배우는 연습 때 인어공주에게 인공호흡을 하다가 주꾸미를 던지는 시늉을 하는 애드리브를 선보였다. 본 공연에 반영하지 않았더니 풀이 죽어 있었는데, 프리뷰 때 한 번만 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그런데 관객들이 웃는 게 아닌가. 이후 정동화 배우는 마음껏 주꾸미 애드리브를 펼칠 수 있었다.



다양성의 매력
웃기려고 만든 장면인데 관객들의 반응이 없으면 배우들은 힘이 쫙 빠진다. 게다가 아무리 웃긴 장면이라도 두세 번 보면 웃음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코미디 뮤지컬의 힘든 점이 아닐까? 연습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창작진도 배우들도 딜레마에 빠졌다. 이 장면이 정말 웃길까? 어느 순간 불안이 밀려왔다. 더욱이 창작 초연을 올릴 때는 늘 걱정이 많다. 준비한 만큼 완성도가 있을까? 관객들은 좋아할까? <난쟁이들>은 홍보의 반응이 워낙 좋아 더 걱정이었다. 정작 작품으로 웃겨야 하는데, 홍보에 공연이 묻히면 어쩌지.
다행히 첫 공연의 반응이 좋았다.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은 타원형 무대여서 관객들의 반응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연출 입장에서는 워낙 반복해서 본 장면들이라 리허설 때만 해도 계속 무표정으로 지켜봤다. 그런데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보니 훨씬 더 재밌었다. 아, 정말 웃기구나! 예산이 허락된다면, 재연에서는 초연에서 상상으로만 그쳤던 무대를 구현해 보고 싶다. 원형 무대를 사용해 무대를 전환하거나 리프트나 강풍기를 활용한다면 좀 더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지 않을까?
<난쟁이들>은 재미와 더불어 그 안에 동시대를 향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 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어찌 보면 공연계는 조금 클래식한 느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성을 위해 <난쟁이들> 같은 작품이 하나둘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다양한 유형의 공연이 많아진다면, 전반적인 관객층 또한 더욱 넓어질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0호 2015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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