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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IFE GRAPH] 간절함에 더해진 깊이, 임혜영 [No.141]

글 | 배경희 2015-07-06 4,611

<마이 페어 레이디>의 사랑스러운 말괄량이 ‘일라이자’로 얼굴을 알린 이후 한동안 ‘신데렐라 탄생’이라는 수식어로 소개됐던 임혜영. 

소위 말하는 예쁜 여주인공에 이름을 올려온 그녀는  데뷔 10년을 맞은 지금 어떤 시간을 준비하고 있을까.



가슴 떨리는 데뷔 <드라큘라>
“첫 뮤지컬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나서,  한 번만 더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본 게  <드라큘라>예요. 

그때 떨어졌다면 아마 배우가 아닌  다른 길을 찾았을 거라 <드라큘라>는 의미가 크죠. 
모든 경험이 새로웠던 만큼 데뷔작에는 소중한 기억이 많지만, 연습 중간에 연습실에서 도망쳤던 에피소드는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 

런 스루 연습 중 네 마디 노래를  부르다 음이탈을 한 게 너무 창피해서 연습실을  뛰쳐나와 버렸거든요. 

그땐 그런 실수가 심각한 일인 줄  알아서 탈의실 옷장에 숨어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몰라요. (웃음) 

공연 때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래 네 마디를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첫날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내가 정말 무대에 섰구나 하는 감사함에  펑펑 울었는데, 그때 그 기분을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해요.”



성장의 발판 <마이 페어 레이디>
“<마이 페어 레이디>의 TV 공개 오디션에 참여하는  세 달 동안 일주일에 두세 번씩 울었던 것 같아요. 
원작 영화의 주인공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오드리 헵번이라서 겁 없이 도전했다가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했죠. 

뮤지컬 경험이 없는 다른 지원자들보다 못하면 얼마나 자존심이 상할까 싶어 부담이  컸거든요. 

오디션이 진행될수록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서 어떤 결과든 쿨하게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고요.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그런 서바이벌 오디션에 지원했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변희석 음악감독님을 힘들게 했는데, 다행히 오디션에 합격해서 정말 기뻤어요. 

감독님의 쓴소리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연기의 전환점 <미스 사이공>
“흔히 진심을 다해 연기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어떤 때는 그 진심이라는 게 뭔지 도대체  모르겠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즈음  만나게 된 <미스 사이공>은 ‘진심’의 의미를  깊이 느끼게 해줬어요. <미스 사이공>의 연습 방식이 
많은 연기 훈련이 됐거든요.  

배우가 감정을  잡지 못하면 연습을 중단하고 대본 속 상황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줬는데, 그런 과정에서 연기를 깨달아갔죠. 
또 <미스 사이공>의 킴은 여자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아픔을 다 겪는 역할이다 보니 더욱  성장할 수 있었고요. 

캐릭터에 깊이 빠지면  심리적으로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연출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 않아 힘들었지만요.”



짜릿한 전율 <레베카>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강인한 여자로 성장하는  <레베카>의 ‘나’는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의 하나예요. 
실제 제 성격하고 비슷한 데다, 극의 해설자로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점이 좋아서요. 
<레베카>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매회의 ‘레베카’ 장면이 생각나요. 

‘레베카’는 극 갈등의  핵심 인물인 레베카에 대해 노래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인데, 폭발적인 고음으로 노래가 마무리되면  객석이 들썩일 만큼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어요. 
극 중 제 캐릭터와 대립하는 댄버스 부인이 중심이  되는 장면이지만, 그 자리에서 같이 서서 그런 뜨거운  박수를 받는다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공연하는 넉 달 동안  그 장면에서 매번 짜릿한 전율을 느꼈죠.” 



무대를 향한 절실함 <팬텀>
“<팬텀> 연습 기간에 갑자기 귀가 들리지 않아서  병원을 갔던 적이 있어요. 

건강에 이상이 생겼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스트레스 때문에 일시적으로  생긴 증상이었죠. 

너무 오랜만에 정통 성악 창법으로  노래하는 작품을 하게 돼서 스트레스가 컸나 봐요.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스스로에게 관대한 편이었어요.  공연 중에 설령 작은 실수를 하게 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었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 힘드니까요. 그런데 작년에 문득 이렇게 무대에  서는 날이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이를 새삼  자각하게 된 거죠. (웃음) 

그래서 요즘엔 한 회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커튼콜이  마냥 행복한 게 아니라 감사해요. 
그만큼 더 무대가 소중해졌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1호 2015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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