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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빈센트 반 고흐> 그림 속에 담긴 공감 [No.142]

글 | 나윤정 사진제공 | HJ 컬쳐 2015-07-30 4,126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이야기를 그린 <빈센트 반 고흐>. 선우정아 작곡가는 고흐 형제가 주고받은 편지를 읽으며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빈센트의 일화를 하나씩 알게 되면서, 그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키워 나갔어요. 빈센트를 제 상상 속에 띄워두고 통기타를 쥐어준 뒤 그의 흥얼거림을 제가 살고 있는 시대의 방식으로 옮겨 담는 것을 목표로 세웠죠.” 또한,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도 특별한 영감을 얻으며 작품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젊은 창작인으로서 저의 삶을 참고하기도 했어요.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고, 더 넓게 활동할 수 있어서 기쁘지만, 가끔 열등감에 빠질 때가 있어요. 좋은 음악은 무엇인지 의문도 생기고요. 그만큼 빈센트가 테오에게 토로한 내용에 크게 공감했어요. 그래서 곡을 쓸 때 빈센트에게 더 쉽게 동화될 수 있었죠.”



‘개의 눈물’
선우정아 작곡가가 이 작품에서 가장 처음 쓴 곡이다. 고흐의 자괴감을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 “원래 제 음악들이 한 자괴감 해요.(웃음) 보통 강한 느낌을 주고 싶을 때 일렉트로닉 기타를 자주 쓰는데, 이 곡은 어쿠스틱 기타로 표현했어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가 중심이 된 밴드 사운드로 무겁고 음산한 분위기를 표현하면 오히려 더 처연하고 슬픈 감정이 돋보일 것 같더라고요. 이를 통해 관객들이 더 깊은 공감을 느꼈으면 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자화상’ 
‘개의 눈물’이 분노의 자괴감을 드러냈다면, ‘자화상’은 현실적인 자괴감을 표현한 곡이다. “한층 성장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인정하고, 또 체념하기도 하고. 한마디로 웃픈 감정을 표현했어요.” 고흐의 알코올 의존증 증세가 밖으로 드러나는 시점인 만큼, 선우정아 작곡가는 신시사이저를 적극 활용해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일렉트로닉 기타와 신시사이저의 뭉툭하고 몽롱한, 한편으론 우습게 들리는 분위기로 곡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계속 신시사이저로 다양한 소리를 표현했죠. 특히 고흐가 우주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을 때는 관객들이 예상하기 어려운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악으로 연결시켰고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테오와 고흐의 듀엣곡으로, 어쿠스틱 기타와 브러시 스틱을 사용해 잘게 쪼개는 스네어 드럼 연주가 경쾌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선우정아 작곡가는 작품에 밝고 경쾌한 장면이 많지 않은 만큼, 이 곡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도입부엔 메이저와 마이너 코드를 번갈아 사용해 살짝 블루지한 포크 느낌을 주었어요. 랩 파트가 있는 것이 특징인데, 김규종 연출님의 아이디어였어요. 랩을 지나치게 잘하면 위화감이 들 것 같아 마치 아이처럼 본래 가진 톤으로 자연스럽게 운율감만 내는 랩을 만들게 되었죠.” 

‘내 생명을 걸겠어’
극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곡이다. 그만큼 선우정아 작곡가가 부담을 느낀 노래이기도 하다. “구구절절한 에피소드가 있는 곡이에요. 욕심은 큰데 생각처럼 곡이 나오지 않아 속상했어요. 마감 전날 새벽, 결국 포기하는 심정으로 술을 마셨어요. 너무 졸렸지만 양심상 키보드 앞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시도해 보자는 심정으로 대본을 읽으며 악상이 떠오르는 대로 건반을 쳤어요. 똑바로 앉아있기도 힘들어서 건반에 코를 박기 직전이었는데, 손이랑 목소리는 마법처럼 자기 길을 막힘없이 가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날, 이 곡을 들은 스태프들이 작곡가가 고군분투 끝에 느낀 확신을 공감해 주었다는 후문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2호 2015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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