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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안재영 [No.143]

글 | 배경희 사진 | 심주호 2015-08-27 6,000

끝까지 간다 



“중학교 도덕 시간에 선생님이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10년 후에 난 뭘 하고 있을까. 그때 어렴풋이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안재영이 처음으로 배우를 꿈꿨던 기억을 떠올렸다. 고교 시절, 진로를 정할 시기에 배우가 적성에 맞을지 고민하던 그가 생각해 낸 적성 테스트 방법은 교회 성극에 참여해 보는 것. “고 3때 성극을 해보고 연기가 재미없으면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제 자신이 솔직해지는 것 같았다고 할까. 어렸을 때 낯가림도 심하고, 제 자신 안에 갇혀서 감정 표현이 서툴렀는데, 연기하면서 크게 웃고, 소리치고, 울기도 하고, 감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했죠.” 
2008년 연극영화과 재학 중 우연히 뮤지컬로 데뷔한 안재영. 그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계기는 2년 전 영국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였다. 당시 안재영이 이 작품에서 맡은 역할은 피아노를 좋아하는 반듯한 남고생 스크립스. 제작사에서 피아노를 전혀 칠 줄 모르는 안재영에게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로, 스크립스는 그에게 제격인 역할이었다. “지금까지 한 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히스토리 보이즈>는 유독 기억에 남아요. 악몽에 시달리면서 피아노 연습을 했던 것도 잊을 수 없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오랜 기간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실수 없이 첫 공연을 끝냈을 때 어쨌든 해냈다 싶어서 울 뻔했어요.”  
어딘지 듬직해 보이는 선한 인상 때문일까. 그에게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캐릭터는 밝고 모범적인 이미지의 역할이다. <히스토리 보이즈>로 눈에 띈 후 출연한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선택한 역할도 솔직하고 유쾌한 순정남 신석구였다. 하지만 지난해 출연한 <비스티 보이즈>는 그런 선입견을 깨뜨려줬다. 호스트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비스티 보이즈>에서 안재영이 여자 좋아하는 발랑 까진 양아치 강민혁을 맡으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테니까.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가운데 강민혁을 제일 재밌게 연기했다는 안재영이 웃으면서 말한다. “강민혁과 스트립스만 놓고 보자면, 실제 저한테는 피아노 치는 교회 오빠 같은 스크립스가 오히려 의외의 캐릭터예요.” 지금 공연 중인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의 김건덕도 야구 유망주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고 코치로 재기하는 굴곡 있는 인물이다.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데, 요즘엔 특히 제 이미지와 반대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어둡고 사연 있는 역할에 끌리죠. 인생에 우여곡절의 드라마가 있는 캐릭터를 원래 좋아하기도 하고요. 밑바닥 인생을 사는 캐릭터는 늘 욕심나죠.”
마냥 열정을 앞세우기보다 어떻게 하면 오래 배우로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서른 살. 배우로 끝까지 갈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제일 좋다는 안재영에게는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아주는 초심이 있다. “데뷔작이 사람들한테 인기가 별로 없어서 어떤 때는 배우보다 관객 수가 적을 때도 있었어요. 관객 네 명 앞에서 공연한 적도 있었죠. 물론 관객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솔직히 좀 힘들긴 했어요. 근데 스무 살 때 대학로에서 공연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게 생각나더라고요. 그때 공연하면서 대학로로 출퇴근할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매일 생각했거든요. 지금도 정신이 해이해지면 가끔 그 생각을 해요.” 오래도록 포기하지 않고 어디서든 배우로 활동하고 싶은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한창 입시 준비를 할 때 학교에서 <햄릿>의 첫 장면, 아버지 장례식 장면 독백 연습을 하는데, 감정을 잡고 싶어서 저도 모르게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냈어요. 그런 제 자신이 가혹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까지 연기하는 게 좋고, 그렇게라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미웠어요. 그때 마음먹었죠. 이런 생각까지 했는데,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이왕 할 거 누구보다 열심히 잘하자고요. 오래오래 배우를 하는 거, 제 꿈이자 목표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3호 2015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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