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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웹툰으로 만나는 <풍월주> [No.145]

글 | 배경희 사진제공 | CJ E&M 2015-11-02 5,446

최근 몇 년간 새롭게 대학로에 쏟아진 창작뮤지컬 가운데  스테디셀러의 조짐이 엿보이는 작품을 꼽으라면,  그 중심에는 <풍월주>가 있다. 
2012년에 초연한 <풍월주>는 신라 시대를 살아간  남자 기생 열과 사담의 비극적인 운명을 다룬 작품.  매력적인 캐릭터와 독특한 소재로 초연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9월 두 번째  재공연을 올린 <풍월주>는 공연 개막과 함께 뮤지컬을 웹툰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웹툰 프로젝트가 공연 마케팅 수단을 넘어서  하나의 독립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시작됐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뮤지컬의 웹툰화 

뮤지컬 <풍월주>를 웹툰으로 제작하는 것은 제작사 CJ E&M의 공연사업본부와 콘텐츠개발팀이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다. 공연사업본부에서 두 번째 재공연을 앞두고 새로운 관객층 유입을 위한 마케팅 수단을 모색하던 중 웹툰화를 구상한 게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판타지적인 성격을 띤 원작을 웹툰으로 잘 옮긴다면, 두 시간이라는 제한적인 시간 안에 담아낼 수 없었던 등장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로 원작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에게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방면에서 즐길 수 있는 재밋거리를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웹툰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웹툰 제작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몇 해 전부터 국내 웹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 급부상해 파급력이 상당합니다. 뮤지컬 <풍월주>를 웹툰으로 성공시킬 경우, 대중적 인지도 상승과 함께 웹툰의 독자를 뮤지컬 관객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웹툰화를 결정했습니다."  CJ E&M 공연사업본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CJ E&M 공연사업 팀이 단기간에 <풍월주> 웹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회사 내에 웹툰 전담 팀을 꾸려 작품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콘텐츠개발 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콘텐츠개발 팀에서 작품을 개발해 온라인상에 연재 중인 작품은 모두 열다섯 편. 새로운 웹툰 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데 힘 쏟는 콘텐츠개발 팀에서 <풍월주>를 웹툰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당연히 독립적인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원작의 판타지적 요소와 매력적인 캐릭터 간의 섬세한 감정선이 콘텐츠개발 팀에서 꼽은 잠재적인 성공 요인이다. 웹툰 <풍월주>의 성공 가능성을 엿본 콘텐츠개발 팀은 1~2화로 짧게 구성된 홍보성 웹툰이 아닌 정식 웹툰으로 작품 개발을 결정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따라서 여타의 원 소스 멀티 유즈 작품 개발 진행 방식과 동일하게 뮤지컬 원작의 판권을 확보해 웹툰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웹툰 한 편을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최소한의 기간은 평균 여섯 달. CJ E&M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드라마나 영화를 웹툰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장르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작품 릴리즈 시기를 맞추는 것이 어려워 대부분 논의 단계에서 그치는데, <풍월주>의 웹툰화는 여러 상황이 맞아떨어지면서 빠르게 작업이 진행됐다. 웹툰 <풍월주>는 유료 웹툰 사이트인 레진코믹스에서 오는 10월 초 프롤로그와 1화를 공개한 후 8개월 동안 연재될 계획. 뮤지컬의 웹툰화가 뮤지컬 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풍월주>는 뮤지컬을 웹툰으로 제작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 웹툰 <풍월주>

웹툰 <풍월주>의 그림은 연재 경험이 있는 기성 작가가 아닌 젊은 신인 작가가 담당한다. 이는 원작에 얽매이지 않는 신선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웹툰 개발을 맡고 있는 김현우 피디가 작가 섭외에서 중요하게 본 요건은, 그림체. 이번 <풍월주>로 데뷔하는 작가 909는 김현우 피디가 작가 개인 SNS에 올린 작업물을 보고 섭외했다. 작가 909에게 작품 개발을 의뢰했을 당시 때마침 <풍월주> 웹툰화가 결정되면서 연재를 담당하게 된 것. 신라 시대 신분 높은 여인들이 즐겨 찾았던 남자 기생들이 모인 비밀의 장소가 작품의 주요 배경이고, 주인공들의 직업이 기생이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 작가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화려한 비주얼이다. 성격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주인공 열과 사담은 그림체로 확실한 구분을 줄 예정. 최고 남자 기생인 열을 날카로운 남성성을 강조해 그린다면, 그의 오랜 동료인 사담은 유순한 이미지를 자아내는 둥근 인상을 지닌 인물로 그린다. 
짧은 기간 안에 작품을 완성도 있게 연재하기 위해 <풍월주>는 글 작가를 따로 섭외했다. 웹툰의 스토리를 맡은 박윤선 작가에게 원작 작가가 요구한 조건은 단 하나, 지나치게 동성애가 강조되지 않은 원작의 플라토닉한 정서를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 웹툰은 열과 사담, 그리고 진성여왕의 비극적인 삼각관계를 다루는 원작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극 중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던 과거사를 추가하고, 핵심 이야기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킬 계획이다. 원작의 주요 대사를 대부분 차용하면서 노래 가사를 어떻게 대사로 녹여낼 것인지가 작가의 최대 고민점이다. 원작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을 포함해 새로운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콘텐츠의 탄생을 꿈꾸는 웹툰 <풍월주>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5호 2015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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