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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폴링 포 이브>의 봉태규, 처음 느낌 그대로 [No.95]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1-08-08 5,272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봉태규입니다.” 봉태규는 오랜만에 선 공식석상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짧고도 긴 1년 반의 공백을 깰 차기작으로 그가 선택한 건 신작 뮤지컬 <폴링 포 이브>. 첫 뮤지컬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 인터뷰 자리에서는 열의를 보이는 대신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뮤지컬이 될지도 모른다”고 반쯤 체념한 듯 말했지만, 자신과 타협한 채로 무대에 오를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웃음의 대학>으로 연극을 경험하고 나서 해마다 한 편씩 연극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뒤로 통 못 봤네요. 그동안 기회가 없었던 거예요? 작품을 하려고 했는데…. 작년에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많았어요. 충격을 받은 일들이 많아서 부득이하게 쉬게 됐는데 차라리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아마 연극을 했어도 책임감 있게 못했을 거예요.


연극을 해보니 무대에 선다는 것, 어떤 점이 가장 어렵던가요. 무대에 서는 건 힘들지 않은데, 관객들의 시선이 힘들더라고요. 연기의 메커니즘에서 오는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무대 연기와 TV 연기, 영화 연기를 구분 짓는 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시선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이 꽤 있었어요. 무대 연기는 이렇게 해야 된다는 충고도 받고. 그런 반응이 아주 많이 신경 쓰인 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걸 느꼈죠.


어쨌든 두 번째 무대 작품은 뮤지컬이네요. 그런데 뮤지컬을 하기 전부터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잖아요. 이 장르에 흥미를 느꼈던 이유는 뭐예요? 재미있잖아요. 사실은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 몰랐어요. 공연을 보면 배우들이 뛰어다니면서 노래해도 호흡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잖아요. 수많은 연습과 노력을 통해서 그렇게 된 건데 관객의 입장에서 단순히 재미있겠다는 생각만 한 거죠. 그래서 한다고 했는데…, 정말 어렵더라고요, 정말. 웬만하면 이런 이야기 잘 안 하는데 정말 어려워요.


혹시 이 작품의 작가 조 디피에트로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아이 러브 유>나 <올 슉 업>이 어떤 작품인지는 알지만, 작가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에요. 노래가 좋았고, 출연하는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배우들을 사적으로 아는 건 아니어도 공연을 봐서 노래를, 연기를 잘한다는 건 알고 있었거든요. 사실,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컸죠.


연습을 시작한지 3주정도 됐다고 들었는데 대본은 다 외웠어요? 대본을 외울 때 상대의 대사까지 모조리 외워요, 아니면 대화의 흐름 속에서 내 대사를 기억하는 편이에요? 상대방 대사까지 다 외워요. 그래야지 돌발 변수에 대해 대비할 수 있으니까.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라도 외우고요. 원래는 배려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최근에 많이 변했어요. 예를 들어 상대 배우가 어떤 느낌을 받길 원한다고 하면 거기에 맞춰서 해요. 굳이 내 욕심 안 부려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뭘 많이 하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잘하더라고요. 진짜 주인공은 여러 사람을 배려하면서 자기 걸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또 그래서 주인공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쉽게 돼요? 쉽지 않죠. 그런데 그렇게 하려고 하죠. 그래서 달라요. 이정미라는 이브와 할 때와 이보람이라는 이브와 할 때. 


무엇보다 노래에 대한 부담을 느낄 것 같아요. 노래에 대한 부담이 크죠. 노래방에서 노래 좀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전혀 달라요. 노래방에서 익힌 기교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구나, 잘못된 거라는 걸 알았어요. (옆에 있던 홍보담당자가 음악감독이 봉태규를 칭찬했다는 말을 보탠다.)


오, 정말요? 노래를 잘한다고? 연기를 잘한다고요. (전원 웃음) 연기를 참 자연스럽게 한다고. 아, 이번에 그건 알았어요. 제 음역대가 높다는 거요. 미플랫 정도 된대요. 그런데 문제는 고음을 어떻게 올리는지 모르는 거죠. 전혀 사용을 못하는 거예요. 연습 기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춤의 비중도 큰가요? 춤은 많이 안춰요. 사실은, 춤이 있었는데 선생님께 솔직히 말씀드렸어요. 열심히 하면 따라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보다 제가 아직 동작이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걸 극대화해서 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느냐고요. 제가 한다고 했을 때는 기간이 이렇게 촉박한 줄 몰랐거든요. 지금 상황에서는 안무 부분이 최소일 수밖에 없어요.
네, 봉태규가 춤을 추는 건 상상이 안 되긴 해요. 그런데 아담은 어떤 캐릭터예요? 완벽한 바디에 순수한 마음을 가진 남자라고 설명돼 있던데. 운동은 하고 있어서…. 공연 영상을 봤더니 미국 공연에서는 트렁크만 입고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아담과 이브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저희는 거기에 더 가까울 것 같아요. 그리고 아담이 순수하다는 건, 전형적인 남자여서 그렇다는 거예요.

 


전형적인 남자요?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들 있잖아요. 단순하고, 신념 강하고, 소유욕 강하고. 그런 모습에서 나오는 순수함이지 ‘난 아무것도 몰라요’ 이건 아니에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는데 연습하다 보니 그렇게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리고 지난주에 런스루를 했거든요. 좋은 배우들하고 한다는 게, 그게 좋아요. 뭘 많이 안 해도 돼요. 내가 액션을 해야 할 때 액션을 주고, 상대가 액션을 하면 리액션을 해주고. 기본만 해도 풍성해지니까 좋죠.  

 

앞서 출연했던 연극은 2인극이었으니까 그때와는 또 다른 경험일 테죠. 예, 새로운 경험이에요. 사실 영화나 TV 드라마를 찍을 때는, 특히 드라마를 할 때는 상대 배우와 어떤 걸 주고받는다는 느낌을 느끼기가 쉽지 않아요. 시간이 없다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지금은, 그런 게 재미있어요. 상대방과 호흡하는 것, 그게 연기의 기본인데 그동안 잊고 있었거든요.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으면서 하고 있어요.


참 이번 작품 분위기도 밝고 코믹한 거죠? 발랄하죠. 구조는 단순한데 그 안에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요. 상황이 재미있고요. 또 그런 쪽으로 출중하신 분이 나오잖아요. 정상훈이라고. 와, 형이 하는 거 보면 놀라워요. 제가 볼 때 이 작품은 연애 경험이 있는 남녀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담과 이브가 어떤 특정 인물을 말하는 게 아니라 세상 모든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거든요.


연애 경험이 있는 남녀라… 모두가 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네요? 범위를 좀 좁혀서 어떤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진짜 공감할 것 같아요? 연애를 했던 분이나, 연애를 하실 분들? (웃음) 아, 그런데 정말 모두가 봐도 돼요. 사랑에 대한 공감이 아니더라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노래나 춤이 충분히 있으니까 전체 관람가인 것 같은데요. 보고 나면 기분이 따뜻해지는 공연이에요.


그럼 다시 물어볼게요. 사랑을 주제로 하는 작품은 많잖아요. 하지만 <폴링 포 이브>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해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고 어렵게 풀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쉽게 풀어가는 게 더 어려운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폴링 포 이브>는 심플하고 명확하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줘요.


<폴링 포 이브>에서는 사랑을 뭐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Paradise is You’. 이 작품의 엔딩곡이고, 이 작품의 주제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5호 2011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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