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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ELEBRATION]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15주년 축하 기념사 [No.146]

사진제공 | 극단 갖가지, CJ E&M 정리| 배경희 2015-12-02 10,474

영원히 꺼지지 않을 사랑


불에 금세 타버리는 가을 낙엽처럼 자신을 사랑에 태워버리는 남자 베르테르. 
불멸의 고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무대로 옮긴 창작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하 <베르테르)>이 어느덧 15주년을 맞았다. 
이 의미 있는 시간을 축하하기 위해 15주년 기념 공연에 다시 참여하는 조승우와 전미도에게, 그리고 지금까지 긴 여정을 함께해온 역대 출연 배우들에게 <베르테르>를 추억하는 편지를 받았다.



조승우 
베르테르 2002

<베르테르>를 공연하던 시절에 관한 기억  당시 저는… 실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했고, 일 년 반 동안 가슴이 타들어가는 짝사랑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어린 맘에 저의 애타고 죽을 것만 같았던 마음을 무대 위에 고스란히 펼쳐놓았던 것 같습니다. 
잊지 못할 기억  추상미 누나와 공연할 때였는데, 몸을 돌려 격하게 키스하는 장면에서 서로 이가 부딪쳐 둘 다 입에 상처가 났던 적이 있습니다. 그 후 몇 회 동안은 격한 듯 격하지 않은 은근한 입맞춤을 했죠. 그리고 이젠 다 아는 이야기가 됐지만, 당시 이석준 알베르트 님과 추상미 롯데 님은 비밀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을 처음으로 목격한 사람이 저였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베르테르>에 나오는 ‘달빛산책’ 장면처럼 나란히 서로를 바라보며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걸어 올라가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베르테르>가 만들어낸 최고의 커플입니다. 
생각나는 얼굴  극단 갖가지의 심상태 대표님. 남자의 깊고 거대한 사랑 이야기에 유난히 집착하시는 분인데, 그 분의 순수한 마음과 눈빛을 좋아합니다. 베르테르였다가 또 어느새 돈 호세가 되어 있는 그 눈빛이 인상에 많이 남았어요. 사실 ‘<베르테르>’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무지 많죠. 고선웅 작가님(당시 연출), 구소영 누나(음악감독), 신소영 누나(당시 음악 조감독)… 정말로 무서웠던 김법래 형, 머슴 카인즈의 최고봉 최민철 형 등등. 
<베르테르>를 공연하던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는 너무 아팠기 때문에… 그때로 돌아가고 싶진 않네요. 
<베르테르>가 내게 소중한 이유  제가 몰랐던 사랑의 느낌이랄까.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 근처 호프집에서 쫑파티를 하던 중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테이블에 올라가 재밌게 노래하고 춤을 추는데,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줄줄 흘렀어요. 그때 구소영 누나가 저를 안아주면서 “왜 우는 거야?”하고 물어봐서 제가 이렇게 대답했어요. “저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게… 너무 행복해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하룻밤이 천년’ 장면. 실제로도 정말 설레는 노래입니다. 
<베르테르>가 15주년을 맞아 기쁜 점  제가 알기론 그 어느 나라에서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뮤지컬로 만든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가 첫 번째로 뮤지컬 <베르테르>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저는 13년 전에 출연하고 나서 그 후로 재공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15년이라는 세월을 묵묵히 버텨준 고마운 작품입니다. 이렇게 15주년 공연을 할 수 있게 준비해 준 심상태 대표님과 구소영 누나, 조광화 선생님께, 그리고 마니아적인 성향이 있는 이 작품이 상업적으로 잘 되든 안 되든 조건 없이 지원하고 제작해준 씨제이 제작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15주년 팀에게 건네는 축하 인사  하루 열두 시간씩 주 6일을 연습하고 있는 우리 팀이여. 추워진 날씨에도 구슬땀은 여전하고, 맑은 눈동자들에 맺히는 눈물방울이 얼마나 순수하고 예뻐 보이는지 그대들은 알까? 때론 너무 많이 울어 눈물이 말라버릴까 걱정되지만, 우리는 정말로 소중한 작품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합시다. 진심을 담아 무대에 올랐을 때 무대의 넘치는 꽃처럼 관객들에게 향기를 느끼게 하고 그 향기 간직하게 하는 공연을 만들어 갑시다. 뮤지컬 <베르테르> 15주년 축하합니다. 저도 축하 인사 받아야겠죠? 대단히 고맙습니다.



전미도 
롯데 2013

잊지 못할 기억  롯데는 자칫 잘못하면 오해를 살 여지가 많은 역할이라 연습 전부터 많은 부담이 됐어요. 저보다 어렸던 이지혜 배우는 아마 부담이 더 컸겠죠. 각자 첫 공연을 올리고 나서 서로 말 없이 안아줬던 게 생각나요.
생각나는 얼굴  극단 갖가지의 심상태 대표님. 어딘지 슬퍼 보이는 눈빛이 꼭 베르테르 같으신 분이에요. 그리고 <베르테르> 자체가 심상태 대표님의 남다른 꿈에서 시작된 걸로 알고 있어요. 대표님께서 아름답고 슬픈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하셨다죠. 
<베르테르>가 내게 소중한 이유  대학교 1학년 때 조승우, 추상미, 이석준 선배님의 목소리로 녹음된 <베르테르> CD를 처음 듣고 엄청 따라 불렀어요. 졸업반 때는 엄기준, 조정은, 윤영석 선배님이 출연한 조광화 연출님 버전의 공연을 보고 일기를 쓰기도 했죠. 언젠가 꼭 롯데를 하겠다고요. 꿈이 이루어진 첫 번째 작품이니 너무도 소중하죠.
가장 좋아하는 장면  <베르테르>의 명장면은 ‘돌부리’ 신 아닐까 생각해요. 롯데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베르테르가 오르카를 찾아가 아픔을 쏟아내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우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이죠.
<베르테르>가 15주년을 맞아 기쁜 점  저를 포함해 많은 배우들을 꿈꾸게 한 작품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무대에 올려진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더욱이 <베르테르>는 우리가 만든 창작뮤지컬이어서 더욱 기쁘고요. <베르테르>가 15주년을 맞을 수 있게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려주신 모든 분들, 또 끊임없이 사랑해주신 관객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열정적이면서 순수한 베르테르와 롯데의 사랑이 앞으로도 오래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2000-2015 

2000 
베르테르| 서영주 롯데| 이혜경 알베르트| 김법래 
연출| 김광보 음악감독| 구소영

2001
베르테르| 서영주 롯데| 이혜경 알베르트| 김법래 
연출| 김광보 음악감독| 구소영

2002
베르테르| 조승우 엄기준 롯데| 김선미 추상미 알베르트| 이석준 김법래
연출| 고선웅 음악감독| 구소영

2003 
베르테르| 김다현 엄기준 롯데| 김소현 조정은 알베르트| 이계창 김법래
연출| 조광화 음악감독| 구소영

2004 
베르테르| 엄기준 김다현 롯데| 김소현 조정은 알베르트| 이석준
연출| 조광화 음악감독| 구소영

2006  
베르테르| 민영기 엄기준 롯데| 백민정 조정은 알베르트| 이계창 윤영석 
연출| 조광화 음악감독| 구소영

2007  
베르테르| 서영주 롯데| 이혜경 알베르트| 김법래 최오식 
연출| 김광보 음악감독| 구소영

2010 
베르테르| 박건형 송창의 롯데| 임혜영 최주리 알베르트| 이상현 민영기 
연출| 김민정 음악감독| 양주인

2012 
베르테르| 김다현 김재범 성두섭 정동석 
롯데| 김아선 김지우 알베르트| 홍경수 이상현
연출| 김민정 음악감독| 이성준

2013  
베르테르| 임태경 엄기준 롯데| 전미도 이지혜  알베르트| 이상현 양준모
연출| 조광화 음악감독| 구소영

2015  
베르테르| 엄기준 조승우 규현 롯데| 전미도 이지혜 알베르트|  이상현 문종원
연출| 조광화 음악감독| 구소영


<베르테르>를 함께해온 배우들의 이야기



김소현| 롯데 2003


<베르테르>를 공연하던 시절에 관한 기억  <베르테르>는 데뷔 2년 만에 만난 네 번째 뮤지컬이자 첫 번째 창작뮤지컬이었어요. 이전까진 노래가 주가 되는 작품에 참여했는데, <베르테르>는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라 설레는 한편 많이 긴장했죠.
잊지 못할 추억  공연이 흥행해서 갑작스레 큰 극장으로 옮겨 연장 공연을 했던 것. 당시 많은 횟수를 공연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매 공연마다 연출님께서 연기에 대해 노트를 해주셨어요. 돌이켜 보면 그 시간이 제가 성장하는 데에 좋은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베르테르>를 공연하던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원 없이 울고 웃으면서 노래 해보고 싶어요. 지금이라면 매 장면에 깊이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2003년 공연 당시에는 나이도 어렸고, 인생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떤 장면들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죠.
<베르테르>가 15주년을 맞아 기쁜 점  벌써 15주년이라니 감회가 새로워요. 제가 참여했던 창작뮤지컬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작품이 되어 누구보다 기쁩니다.
15주년 팀에게 건네는 축하 인사  정말 축하드립니다. 1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공연인 만큼 다들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오래도록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좋은 공연이 되길 마음으로 빌겠습니다. 



임혜영| 롯데 2010


<베르테르>를 공연하던 시절에 관한 기억  이십대의 끝자락, 스물아홉에 롯데를 맡게 됐어요. 나이도 어리지 않고, 가슴 아픈 사랑을 해본 경험도 있어서 베르테르와 롯데의 사랑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5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여러 감정이 엉켜버린 끈처럼 얽혀있는 두 사람의 사랑을 표현하기엔 조금 어렸던 것 같아요.
생각나는 얼굴  저와 같은 시즌에서 베르테르를 연기했던 박건형 오빠. 당시 <베르테르>를 오랜만에 재공연하는 거라 인물 사진으로 포스터를 새롭게 바꿨는데, 그 사진 속에서 아련하게 눈물을 머금고 있는 건형이 오빠 얼굴이 기억에 남아요. 항상 쾌활한 모습만 보다 색다른 면을 보게 돼서 인상적이었죠. <베르테르>를 하면서 건형이 오빠의 눈물을 참 많이 봤답니다.
<베르테르>가 내게 소중한 이유  <베르테르>처럼 사랑을 일깨워주는 작품은 없는 것 같아요. 베르테르의 사랑은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갈 즈음의 쌀쌀해진 공기 같은 느낌이죠.
가장 좋아하는 장면  베르테르가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마지막 장면. 공연하기 전 영상으로 먼저 이 장면을 보게 됐는데, 정말 가슴을 울리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베르테르>가 15주년을 맞아 기쁜 점  창작뮤지컬이 15주년을 맞이해서 기뻐요. 그 시간 안에 제가 있다는 것도 영광이고요. <베르테르>가 앞으로도 오래도록 빛을 잃지 않고 아름답고 강한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변하는 시대에 맞게 작품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길!



김재범| 베르테르 2012


잊지 못할 추억  <베르테르>를 연습하던 중 온몸이 저려와 숨쉬기가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슬픔의 끝을 맛보았죠.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본 그때 그 기분은 잊지 못할 겁니다.
생각나는 얼굴  <베르테르>를 생각하면 김민정 연출님이 떠오릅니다. 연출님은 제가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셨고, 그 덕분에 베르테르에 여러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었어요.
<베르테르>가 내게 소중한 이유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작품이라 제겐 이 작품의 존재 자체가 소중합니다. 신인 시절 베르테르로 오디션을 봤다가 안타깝게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베르테르를 하게 돼서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  베르테르가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을 제일 좋아해요. 정확히 말하면 장면은 아니지만, 공연할 때 그 부분이 늘 좋았어요. 무대 뒤 어둠 속에서 베르테르가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고 있다가 빛 속으로 걸어 나가는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베르테르>가 15주년을 맞아 기쁜 점  <베르테르>가 오랜 기간 공연된 덕분에 베르테르를 연기할 수 있었던 배우로서, 이 작품이 오래오래 공연된다는 게 기쁩니다. 창작뮤지컬이 이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죠. 바라건대 앞으로도 계속 공연돼 언젠가 모든 베르테르들이 한자리에 모여 콘서트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지현준| 카인즈 2012


<베르테르>를 공연하던 시절에 관한 기억  대극장 뮤지컬에 출연한 것은 <베르테르>가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고전을 뮤지컬로 공연한다는 것에 무척 설레하던 뮤지컬 새내기였죠. 
잊지 못할 추억  공연 중 눈도 찢어지고, 다리도 다치고,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다른 무엇보다 노래도 연기도 잘 못해서 혼나던 게 가장 생각나요. 당시엔 배우 인생에서 지워지지 않을 만큼 괴로운 시간을 보냈는데, 언젠가 한번 함께하는 동료들이 따뜻하게 안아줬던 기억이 잊히질 않거든요. 무대는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던 소중한 순간이었죠. 
<베르테르>를 공연하던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알베르트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우선 그전에 저만의 카인즈를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카인즈는 자유로운 집시 같은, 또 남자다운 남자거든요. 섬세한 베르테르와 귀족적인 알베트르, 자유인 카인즈! 이런 구도를 이뤄보고 싶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  베르테르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첫 장면. 아주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개인적으론 이때 베르테르가 사랑과 꿈,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느껴져서 그가 앞으로 겪게 될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애틋해져요.
<베르테르>가 15주년을 맞아 기쁜 점  연극배우로 시작해 뮤지컬을 하게 되면서 항상 고전 뮤지컬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고전 명작을 우리 식대로 만든 뮤지컬을 해보면 좋을 텐데 하고 늘 바라왔는데, <베르테르>는 그 꿈을 실현시켜 준 작품이죠. 무대를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우리가 만든 고전 <베르테르>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다는 게 진심으로 기쁩니다.
15주년 팀에게 건네는 축하 인사  이 멋진 가을날 베르테르의 애절한 사랑으로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굳은 마음을 녹여주시길 바랍니다. 아름답고 따뜻한 무대에 서게 된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축하드려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6호 2015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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