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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REATIVE MINDS] <이채> 한재은·임윤선 [No.96]

글 |박병성 사진 |박인철 장소협찬 | 마음을 걷다(02-743-9700) 2011-09-14 5,170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1940년대 조선의 황손 이채공을 대신 살아야 하는 무명 배우의 이야기. 설정만으로도 서스펜스 넘치는 스토리와 흥미진진한 사건을 예감하게 한다. <이채> 리딩은 소재부터 많은 이목을 끌었다. 한재은 작가가 오랫 동안 이야기를 숙성시켰고, 임윤선 작곡가가 노래를 입혔다. 둘은 이번 <이채> 리딩 공연이 본격적인 뮤지컬 데뷔 이다. 그러나 리딩 공연은 기대보다 아쉬움이 컸다. 경험 없는 창작자들이 요리하기에 쉽지 않은 소재였다. 창작자 자신들도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이번 리딩 경험은 단시일 내에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그 이후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 창작자들이 리딩 공연에서 배운 것들을 제대로 펼치고 싶은 의욕도 대단하다. <이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신인 뮤지컬 창작자들에게 작품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이채>가 뮤지컬 작가, 작곡가로 데뷔하는 작품이라고 들었다. 이전까지 어떤 활동을 했나?

한재은  이전에 단막극 습작은 가끔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써본 적은 없다. 대학교 때 연극반 활동을 했는데 그때 떨림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다가 다시 공연계로 오게 된 것 같다. (얼마나?) 6~7년 정도 과장까지 하다가 무대에 올리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그래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연 예술 대학원에 들어갔다. 인생 2막을 열어보자고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다.
임윤선  뮤지컬은 이전부터 많이 보고 관심이 많았다. 작곡을 전공해서 편곡 작업이나 무용 음악을 작곡한다거나 영상의 배경음악을 만드는 작업은 해봤지만 무대 음악을 이번처럼 제대로 경험한 적은 없다. 대학생 때 뉴욕대에 워크숍을 하러 가서 미술, 음악, 무용 각 분야의 학생들과 3주 동안 한 작품을 만들어 발표했던 것이 무대 음악 경험의 전부다. 그래서 어려움이 많았다.

 

어떤 어려움이 가장 컸나?
임윤선
  기본적으로 장면이랑 음악을 맞추는 것부터 어려웠다. 실제로 해보니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작가 언니와 이야기에서 생각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이 캐릭터는 밝은 캐릭터라고 할 때 ‘밝은’의 의미가 서로 달랐다. 그것을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음악이 이 타이밍에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와는 또 달랐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긴 한데 생각과 실제의 차이를 많이 느꼈다.


작품 경험이 없이 쓰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준비한 것이라도 있나?
한재은  이 이야기를 쓰기로 생각했을 때 독립영화 감독 하는 친한 언니가 재밌겠다며 같이 쓰기로 했다. 언니의 조언을 받으며 작업을 해오다가 언니와는 방향이 달라서 각자 개발하기로 했고 내가 쓴 게 CJ에 채택되었다. 언니의 조언이 지도가 된 셈이다. 도움이 컸다.


리딩을 마친 소감은 어땠나?
한재은
  부족한 점이 많아 아쉬운 점도 많지만 일단 되게 좋았다. 내게 가장 부족한 것이 경험이다. 스태프분들이 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분들이지 않나. 이런 식으로 만드는구나, 내 글이 이런 식으로 읽히는구나, 무대에 올라간 것을 보니까 배우는 것이 많았다. 내게 부족한 부분도 보이고 다시 제대로 하고 싶은 욕구도 많이 생겼다.
임윤선  클래식 작업은 고등학교 때부터 해와서 익숙한 작업인데 뮤지컬 곡은 배우 호흡도 다르고 화성 진행도 다르고 방식이 달라서 처음에 애를 먹었다. 뮤지컬의 바탕이 없는데 막상 곡을 쓰려고 하니까 힘들고, 공부를 더 하고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경험이 부족해서 힘들었겠지만 그만큼 귀중한 경험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이후가 더욱 기대가 되는데 이후 작업 계획은?
한재은
  리뷰 받은 것을 바탕으로 대본 수정을 하려고 한다. 그래야 본격적으로 음악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으니까.
임윤선   대중음악적인 리듬이나 화성, 내게 부족했던 것들을 대본 수정하는 동안 공부할 생각이다. 곡 중에 연주용으로 쓴 음악도 있는데, 그런 것들은 무대에 실현시키기 편한 음악으로 수정하려 한다. 초반에 너무 대본을 따라가려고 했던 것 같다. 크게 고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대로 따라갔는데 이제는 조금 의견을 더 내서 작업을 할 생각이다.

 

그런 것이 음악에서 보였다. 음악이 극을 리드하지 못하고 배경 같은 역할을 하는 곡이 많았다. 가사에 멜로디를 너무 맞추려한 것 같다는 인상도 받았다.
임윤선
  초반부터 음악적인 제안을 좀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하는데 형식적으로 큰 변화를 요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엔 한 곡 쓰는 데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힘들었다.
한재은  적극적으로 제안하면서 작업하는 게 더 능률적이라는 것을 후반부에 깨달았다. 알고 나니까 속도가 붙고 작업도 더 재미있었는데 내일모레가 올려야 하는 날이었다.

 


소재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메인 플롯이 명확했는데 플롯을 전개해가는 과정이나 서브플롯들이 엉성한 느낌이었다.
한재은
원작이 없는 작품이라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원작이 있을 경우 기본 베이스에서 이 부분을 증폭해서 활용하고 이런 식인데, 우리는 기본적인 이야기를 잡아가는 데 바빠서 부분적인 스토리를 매끄럽게 한다거나 그런 여유가 없었다. 이번에 수정할 때는 그런 점을 신경 써서 만들려고 한다.


시간적 배경을 1940년으로 정하고 있는데 그 시기로 정한 이유가 있나?
한재은
  20~30년대는 문화 통치 시기이고 이미 많은 작품에서 다뤘다. 그런데 4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많지 않더라. 그 당시가 태평양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억압이 심해서 기록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 해방 전이라 근대와도 참 가깝다.


40년대는 일본의 박해가 심해지고 만주로 떠나던 시기인데 그런 긴장감이 없었다. 내탕금을 찾으러 가는 전날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가벼워 보였다.
임윤선
  그 부분이 음악이 과도하게 발랄하게 표현된 부분이다. 원래 있던 부분이 빠지고 도입 부분의 음악으로만 채워지다 보니까 지나치게 발랄해진 면이 있다. 마지막에 작업한 것이라 손쓸 여유가 없었다. 거사가 있기 전날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지만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마지막 날을 즐기자고 해서 화려한 파티 분위기를 주고 싶었다. 너무 무겁지 않게 가려다 너무 가볍게 간 것 같다.
한재은 독립운동을 한다고 해서 너무 애국적으로나 무겁게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도 20대 젊은이들이고, 사명감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자신이 독립운동을 하는 멋진 사람이란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암울하지만 너무 암울하게만 그리고 싶진 않다. 너무 발랄하게 보여지는 점은 조정을 해야 될 문제다.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열심히 살다 보면 독립운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채가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다 보니까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힘든 시기 아니었나. 지금의 젊은이들이 이 작품을 보고 도전을 하면서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길 바랐다.

 

관객들에게 이것만은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있었다면?
임윤선
  독립운동 이야기지만 가볍고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로 풀어내려고 했다. 이채 테마를 만들 때도 독립운동가라기보다는 매력적인 배우로 보여주고 싶었다. 신문물이 들어오던 시기의 분위기를 왈츠나 클래식한 리듬으로 표현하려 했다.
한재은  이미지적으로 떠올린 것은 왕자가 독립운동을 하면 멋있겠다였다. 그래서 부실하다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연설 장면에 힘을 주었다. 이채가 가짜가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가짜 역할을 하다가 연기에 함몰되어서 자기를 잃다가 결국엔 자신으로 돌아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 하는 자기 긍정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랐다.


40년대를 낭만적으로 그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나 그것을 설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은영과 이채 사이에 절절한 드라마가 나올 것도 같은데 자제하는 느낌이다.
한재은
  독립운동을 하면서 나라를 걱정해야 하는데 이들을 연애하게 만들어도 될까 고민이었다. 그 점도 보강할 계획이다.


협업 과정은 어땠나?
임윤선  우리끼리는 협업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나중에야 협업이 어떤 것인지 느낌이 왔다. 너무 아쉬운 것이 많아서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채> 작품 소개 
무명배우는 어떤 사람을 연기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가 연기해야 하는 사람은 조선의 황손 이채공. 무명 배우가 시선을 분산시킨 틈을 타 입국하려던 이채공은 무명배우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죽게 된다. 이제 이 무명 배우에게 이채공의 역할이 주어진다. 독립군을 지원할 조선의 내탕금을 이채공만이 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계획이 일본군에 발각되고 가짜 이채는 체포된다. 조선인 경사 케이티는 이채를 이용해 출세를 하려고 하고, 일본군도 이채의 승인으로 조선 젊은이 징병 조약을 체결한다. 이채를 살해하기 위한 독립군이 파견되고 이채는 징병식에 참석해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이채는 총에 맞아 죽어가며 징병을 막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6호 2011년 9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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