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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새롭게 달리진 <모차르트!> 무대 디자인 [No.153]

글 |안세영 사진제공 |정승호(무대디자이너) 2016-06-14 10,179

시대극과 첨단 기술의 조화


지난 2014년, 국내 창작진이 뭉쳐 대본·연출·무대·의상 등에서 전면적인 변화를 시도했던 <모차르트!>가 올해는 일본 연출가 코이케 슈이치로와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 공연에 이어 올해도 변화에 앞장선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는 어떤 무대를 그리고 있을까.





2014년, 모차르트의 머릿속을 재현한 무대


2014년 무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닥과 벽을 가득 메운 음표들이다. 이는 모차르트의 머릿속에 가득한 음악적 영감을 표현한 것으로, 무대를 감싼 이너포털 역시 머리처럼 둥근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이너포털의 형태는 어린 모차르트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에서 따왔는데, 우아한 곡선이 당대에 유행한 로코코 양식의 특징을 반영한다.


당시 공연은 천재의 숙명과 자유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차르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드라마적 구조를 강화했다. 모차르트의 분신이자 천재성을 상징하는 ‘아마데’도 비중이 커졌다. ‘나는 나는 음악’에서 성인이 된 볼프강과 아마데가 거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장면은 천재성과 자유의지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1막과 2막의 시각적 대비를 통해 모차르트의 심리 변화를 그린 것도 2014년 공연만의 특색이다. 오리지널 공연에서 레게 머리를 하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던 모차르트는 2014년  흰 가발을 쓰고 당대 복장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1막 마지막 곡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부르며 가발을 내던지고, 2막부터는 모던한 복장으로 등장했다. 이와 함께 무대는 사실적인 1막과 추상적인 2막으로 대비를 이뤘다. 1막에서는 배경으로만 존재했던 기둥이 2막 볼프강과 콜로레도의 대결 장면에서는 무대 전면에 등장해 인물의 심리를 대변하는 물체로 활용되었다. 모차르트가 죽음을 맞는 피날레에서는 무대를 장식했던 음표가 별처럼 반짝이며 하늘로 떠올랐다.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그러나 후세에도 많은 영감을 준 모차르트의 죽음을 아름답게 표현해 짙은 여운을 남겼다.




2016년, 첨단 기술을 활용한 모던한 무대


올해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는 시대극에 잘 쓰이지 않던 LED 조명과 홀로그램을 무대에 도입하는 모험에 나선다. “작년 말,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무대를 디자인한 이후 제 디자인 스타일이 약간 바뀌었어요. 어떤 작품이든 현실에 존재하는 새롭고 다양한 소재를 적극 활용하는 게 디자이너로서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특히 화려한 첨단 기술을 드라마의 정서에 맞게 절제해 사용하는 길을 찾고 싶어요. 하반기 공연하는 <페스트>와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재연에도 홀로그램 사용을 고민 중이에요. 올해 안에 디지털 기술로 아날로그 못지않은 따뜻한 휴머니티가 담긴 무대를 실현하고 싶습니다.”



직선적인 세트                              
올해 무대는 지난 시즌과 달리 직선적인 디자인으로 모던함을 강조했다. 2014년 무대에서 유일하게 유지된 것은 프로시니엄 무대를 감싼 붉은색 액자. 모차르트의 코트와 같은 붉은색 액자 안에는 역시 사각형 이너포털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배경의 마름모꼴 프레임은 유럽의 오래된 성당 창살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으로, 모던한 감각과 엔티크한 감각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세 개의 계단과 턴테이블이 움직이면서 장면을 전환한다.


은교 & 크레인                                        
무대 앞, 오케스트라 피트 위에는 일본 극단 ‘다카라즈카’나 콘서트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은교(또는 하나미치)’가 설치된다. 대형 공연장 안에서 배우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고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아마데가 크레인을 타고 객석 위로 내려오는 장면 또한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고안됐다. ‘하늘에서 내린 아이’라는 상징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승호 디자이너는 시대극에 기계 장치가 들어갈 때 생기는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지난 공연보다 훨씬 모던한 무대를 디자인했다.



키네틱 라이트                                            
2014년 선보인 절제된 색상의 무대는 원작자로부터 ‘모차르트가 너무 어둡게 표현됐다’는 아쉬움을 샀다. 천재성이 느껴지는 밝은 장면도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프레임과 계단의 외곽마다 LED 전식을 설치하는 파격 시도에 나선다. 국내 뮤지컬 최초로 키네틱 라이트도 사용된다. 펜던트 조명 하나마다 모터가 달려있어 각각을 따로 움직일 수 있는 최신식 오토메이션 장치다. <모차르트!>에 쓰이는 키네틱 라이트는 갓의 형태이며, 빨강·파랑·보라로 색 변화가 가능하다. 다만 이렇게만 사용하면 너무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을 줄 수 있어, 밑부분에 촛불을 넣어 따뜻하고 아날로그한 느낌을 더했다.
            

홀로그램                                            
올해 무대의 가장 큰 도전은 바로 홀로그램이다. 홀로그램이란 일반적으로 프로젝터가 무대 바닥의 반사면에 영상을 투사하면, 반사된 영상이 다시 바닥에서 45도 각도로 설치된 투명 막에 맺혀 3차원 이미지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플로팅 홀로그램)을 말한다. 하지만 이 기술을 사용하면 무대에 다른  세트나 배우가 들어갈 수 없고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모차르트!>에는 다른 기법이 사용됐다. 바닥에서 직각으로 세워진 반투과형 특수 필름 스크린에 영상을 투사하는 방법이다. 이 스크린은 무대 천장에서 내려와 필요한 장면에만 사용될 예정인데, 그 장면 중 하나가 바로 모차르트의 악몽이다. 프로젝션 영상에 비해 신비감을 주는 홀로그램은 꿈과 환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3호 2016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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