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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o.74] <금발이 너무해>의 김지우

글 |정세원 사진 |김호근 2009-11-19 6,521

 

 

계단을 오르듯 천천히 다가갈래요

 


아아, 제 목소리 괜찮나요? <젊음의 행진>을 너무 신나게 하느라 목이 많이 쉬었는데 <금발이 너무해> 연습을 동시에 하게 돼서 목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어요. 이러면 안 되는데…. 그래도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저는 <사랑은 비를 타고>를 하고 나서 다시 뮤지컬 무대에 서지 못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벌써 여섯 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잖아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저 뮤지컬이 좋아 무대 위에서 놀기만 했는데 다음 작품에서 저를 찾아주셨거든요. 소극장 뮤지컬로 시작해서 어느덧 대극장 무대에 서 있는 저를 돌아보면, 한 계단 한 계단씩 밟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요. 성공 여부를 떠나서 조금씩 자라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다행히 이제는 제 무대를 기다려주시는 분들도 생겨나고 있고…. 사실 연예인 출신이다 보니 제 공연에 대한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아요. 한때는 잘 알지 못하면서 쉽게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자괴감에 빠져서 안 좋은 생각을 한 적도 있는 걸요. 그럴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 주는 선배들이 없었다면 견디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제 공연을 본 관객들로부터 ‘생각보다 잘하네?’ 하는 얘기를 들었을 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힘을 낼 수 있었고요. <금발이 너무해>는 재밌기도 하지만 음악이 좋아서 참여하고 싶었어요. 오리지널 엘의 노래를 듣는 순간 허스키한 제 본래의 소리 그대로 노래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생겼고요. 물론 염려하시는 것처럼 저 역시 엘의 면면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은 돼요. 하지만 연습하고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실은 제가 좀 털털하고 무뚝뚝하고 애교가 별로 없는 편이라 처음에는 엘이 어색하고 안 맞는 옷 같았어요. 하지만 연출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저를 잘 끌어주셔서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엘의 다른 성격들, 활발하고 낙천적이고 모든 일에 대한 반응이 크다는 것, 사람을 한 번 좋아하면 오래 깊이 좋아한다는 점은 저와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엘이 남자친구를 따라 하버드 대학에 들어가는 게 진심으로 이해가 된다니까요. 하하. <금발이 너무해>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출연하는 첫 번째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초연작이니만큼 인물의 캐릭터를 제가 가장 먼저 만들 수 있잖아요. 누군가와 비교되지 않고 온전히 나를 보여줄 수 있어서인지 누구보다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요. 그래서 <금발이 너무해> 무대에서 내려올 때는 지금까지의 저보다 더 발전된 모습이면 좋겠어요. 어제와 같은 오늘의 저는 싫거든요. 이번 공연으로 그동안의 제 이미지가 한꺼번에 바뀔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아요.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하다보면 언젠가 진짜 제 모습을 바라봐 주시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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