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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IFE GRAPH] 최민철의 라이프 그래프 [No.158]

글 |안세영 2016-12-01 4,706


나만의 리듬으로


<몬테크리스토> 초연 당시 몬데고 역으로 조연상을 받은 최민철이 또 한 번 같은 역할로 돌아온다. 최근 뮤지컬을 넘어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색깔 있는 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는 최민철. 성악 전공자로 시작해 배우로 자리 잡기까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의 자유로운 여정을 돌아보았다.




인생의 전환점 <지하철 1호선>
“극단 학전의 <의형제>는 클래식한 대극장 뮤지컬이 뮤지컬의 전부인 줄 알았던 제게 신세계를 열어줬어요. 그때까지 노래 실력만 믿고 자만했던 전 연기 면에서도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걸 느꼈죠. 그래서 이미 합격했던 <오페라의 유령> 조셉 부케 역도 포기하고 학전의 또 다른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오디션을 봤어요. 설경구, 황정민, 김윤석 등 쟁쟁한 선배들이 단원으로 활동하던 시기라, 연기 좀 한다는 배우는 다 몰려왔죠. 그 안에서 제가 어떻게 뽑혔는지 지금도 모를 일이에요. 대사 하나 제대로 못 치는 애가 덜컥 합격해 1인 10역을 맡았으니, 2년간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욕이란 욕은 다 먹었죠. 대신 배우로서 배워야 할 것도 이때 다 배웠어요. 저를 그냥 노래 좀 하는 사람에서 배우로 만들어준 작품이죠.”



첫눈에 반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고등학생 때부터 성악만 공부한 제가 대학생이 되어 처음 접한 뮤지컬이 바로 <지킬 앤 하이드>예요. 이 작품을 보고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바로 오디션에 뛰어들어 다음 해인 2000년  <명성황후>의 베베르 역으로 데뷔했죠. 2004년에는 어터슨 역으로 꿈꿔 왔던 <지킬 앤 하이드> 무대에도 서게 됐어요. 뮤지컬로 인도한 작품에 실제로 참여했으니 그야말로 뜻깊은 순간이었죠. 하지만 어터슨을 연기하는 일 자체는 무척 힘들었어요. 그때 제 나이가 겨우 스물아홉이었거든요. 스물아홉 살짜리가 지킬 아버지의 친구를 연기하려니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요. 지금 들으면 참 우스운 얘기죠?”



이름을 알린 작품 <드림걸즈>
“<드림걸즈>는 제게 자신감을 심어준 작품이에요. 이 작품에서 지미 역으로 조연상을 받으면서 배우로서 이름을 알릴 수 있었죠. 그런데 사실 제작사로부터 처음 제안받은 역할은 지미가 아닌 커티스였어요. 당시만 해도 성악 전공자인 저는 쇼맨십 강한 소울 가수 지미 역에 고려 대상조차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전 이상하게 지미가 좋더라고요. 전에 영화 <고고 70>을 찍으면서 소울 음악을 배운 적도 있었고요. 결국 오디션을 통해 제가 원하는 역할을 따내고야 말았죠. 심지어 지미의 안무도 제가 직접 짰어요. 백인 안무가가 짜준 원래 안무는 춤 초보인 제겐 너무 어려울뿐더러 소울 음악과도 안 맞았거든요. 그래서 혼자 가수 제임스 브라운의 영상을 보며 안무를 짜 갔는데, 반응이 좋아 그대로 공연까지 가게 됐죠.”



매력적인 악역 <몬테크리스토>
“<몬테크리스토> 초연 때 유독 좋은 일이 많이 생겼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아이도 갖고, 두 번째 조연상도 받았거든요. 그때의 추억과 동료들을 못 잊어 재공연에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죠.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악역을 맡아봤지만 몬데고는 그중에서도‘악역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단순히 사랑 때문에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이 아니라, 한 남자의 내면에 도사린 야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죠. 그래서 연기하는 입장에서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제가 생각하는 몬데고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메르세데스를 몬테크리스토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것도 그녀를 진정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죠. 그런 심리가 객석까지 잘 전달되게끔 노력하고 있어요.”



캐릭터의 재발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롤로는 작곡가인 리카르도 코치안테가 제 노래를 듣고 제안한 역할이에요. 앞서 말했듯 악역을 연기할 때는 그가 악한 행동을 하게 된 동기를 분명히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여기서는 프롤로가 지닌 순수함에 초점을 맞췄죠. 그냥 에스메랄다를 쫓아다니는 탐욕스럽고 추악한 늙은이가 아니라, 신밖에 모르고 철저하게 자신을 통제하며 살아온 사람이 처음 느껴보는 사랑의 감정 앞에 어린아이처럼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동안 쌓아온 가치관과 신념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니 스스로도 얼마나 당황스럽고 화가 나겠어요. 게다가 그 사랑을 제대로 표현할 방법도 모르니, 아이처럼 울고 떼쓰는 걸로 표현된다고 생각하며 접근했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8호 2016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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