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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이나오 작곡가의 <콩칠팔 새삼륙> [No.160]

사진제공 |컴퍼니엠 정리 | 나윤정 2017-02-01 4,200

2008년 뉴욕에 있을 때, 한국말로만 쓸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경성시대를 떠올리게 됐고, 여자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 찾다 홍옥임과 김용주의 이야기에 끌리게 됐죠. 두 주인공은 특이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 시절의 당당했던 자줏빛 인생이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에서 ‘퍼플시대’라는 것은 무거운 상징이 아니라 내 피부 옆에 맞닿은 우리의 현실이에요. 때문에 이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지점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해요.





‘모던 걸즈’
삶이란 게 한판의 서커스 같잖아요. 그 시절 등장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서커스적인 장면이나 표현에 대한 테마들이 자주 떠올랐어요. 광대의 웃음이 아픈 것처럼 반어적인 느낌으로 그들의 아픔을 서커스 음악에 비쳐보고 싶었어요. 이런 특성이 잘 드러난 게 바로 ‘모던 걸즈’였고, 이 곡은 그 시대의 아엠송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곡의 테마를‘퍼플시대’에 반영하거나 군데군데 언더스코어로 씀으로서 서커스 테마를 연결시켰죠.


‘지금은 어디에’
초연 작업 때 아버지가 홀로 남아 부르는 곡으로 작곡했다가 쓰지 않았는데, 재연에서 선보이게 됐어요. 대신 이번 무대에서는 옥임과 아버지가 대면할 때 등장하는 곡으로 좀 더 능동적이게 역할이 바뀌었죠.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이지만, 결국 이 곡을 통해 옥임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깨닫게 되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어디에’ 리프라이즈에서는 옥임의 아버지가 딸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그녀가 어렸을 적 썼던 시가 콩칠팔새삼륙하는 세상에서 얼마나 치명적으로 다가오는지 알게 돼요. 이를 통해 험한 세상에서 옥임과 용주가 가장 자주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내 안에 스며든 그림자’
옥임이란 인물을 처음 만났을 때 무언가 애매했어요. 겉으론 화려하고 많은 걸 가졌지만 속은 너무 공허한 인물이다 보니, 이 인물의 색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예전에 다른 작품을 구상할 때 옥임처럼 삶을 헤매는 비슷한 캐릭터가 있었는데, 그녀의 테마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테마를 가져와 수정을 하면서 옥임의 말을 만들기 시작하니 옥임이 조금씩 이해되더라고요. 옥임과 합이 잘 맞았던 테마였던 거죠.


‘퍼플시대’
재연에서 추가된 곡 중 하나인데요. 용주의 ‘거울 속의 너’ 테마와 화동의 ‘모던 걸즈’ 테마가 섞인 곡이에요. 작품 초반 ‘모던 걸즈’가 남성이 주가 된 세상에서 한정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면, ‘퍼플시대’는 용주가 자신을 억누르고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원하는 삶을 선택하게 되는 이야기를 보여줘요. ‘모던 걸즈’의 화동은 무대에서만 자유로웠지만, ‘퍼플시대’의 용주는 무대뿐 아니라 삶마저 자유로워지기에 두 곡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죠. 결국 이 곡은 시대를 이야기하면서도, 나아가 구세대가 아닌 차세대가 자주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0호 2017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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