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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배우들이 전하는 <쓰릴 미>의 추억 [No.161]

정리 | 박보라, 안세영 2017-03-07 4,572




이창용

<쓰릴 미>는 데뷔 1년 차였던 제가 처음으로 큰 배역을 맡았던 작품이에요. 아직도 첫 공연을 하던 날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죠. 모든 관객이 절 집중해서 쳐다볼 거라는 생각에 많이 두렵고 얼떨떨했어요. 10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한층 성장한 모습, 저만의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에녹

2013년 <쓰릴 미> 프레스콜 때였어요. 기자 한 분이 정욱진 배우에게 상대역의 매력에 대해 물어보셨죠. 욱진이와 장면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했어요. 그런데 정작 욱진이 입에서 나온 말은 “얼굴이 하얀 것이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마시던 물을 분무기처럼 뿜어버렸습니다. 분사력이 대단했죠. 아직도 그 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정말 창피합니다.



정동화

아무래도 목포 지방 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최초의 지방 공연이기도 했고 생각보다 정말 많은 관객분들이 와주셨거든요. 전 목포 공연 전날 다른 공연을 마치고 갔는데, 피곤함도 잊고 너무 행복하게 첫 <쓰릴 미>의 지방 공연을 마무리했어요. 다시 한 번 <쓰릴 미>를 사랑해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를 전합니다. 



이율

<쓰릴 미> 초연 당시 공연을 며칠 앞두고 삭발을 했어요. 제 시원한 머리를 본 모든 분들이 당황하면서 혼을 내셨죠. <쓰릴 미>의 추억을 하나 꼽으라면 아무래도 그 일이 생각나네요.



정욱진

<쓰릴 미>는 등퇴장이 거의 없는 공연이라 보통 시작 직전에 화장실에 다녀와요. 그런데 2016년 공연 당시 (제가 추정하기로는) 약 30분간 바지 지퍼를 내린 채로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무릎을 꿇고 바닥에 장물 가방을 내리치며 "넌 이게 아무렇지도 않아?"라는 대사를 하다가 그 사실을 발견했죠. 황급하게 지퍼를 올렸지만, 그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스피커를 통해 제 귀에 들려왔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네요.



정상윤

공연 중에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정말 많아서 하나를 꼽을 수가 없어요. 대신 공연과 상관없는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릴게요. 2009년, 회식 후 2차로 김현정 음악감독님 연습실에서 (김)우형이와 술을 마신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 사온 소주 한 병이 아직도 연습실 냉장고에 남아 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제발 좀 가져가라고 하시는데, 미루다 보니 9년산 소주가 되었네요. 참고로 그날 우형이는 신발장 제일 따뜻한 곳에서, 전 그랜드 피아노 밑에서 잠들었답니다.



김재범

2010년에 조성윤 배우와 함께 공연할 때였어요. 리처드가 네이슨의 멱살을 잡는 장면이 있는데, 성윤이가 그냥 멱살을 잡은 게 아니라 제 가슴을 한 번 ‘퍽’ 치고 멱살을 잡았어요. 그때부터 숨 쉴 때마다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는데, 다음 날 병원에 가보니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고 하더라고요. 녀석 덕분에 갈비뼈에 금 간 게 어떤 느낌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배우로서 큰 재산이지요. 소중한 재산을 선물해 준 성윤이에게 아직도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송원근

2013년 공연 당시 파트너였던 (정)상윤 형의 구두 굽이 빠졌던 게 기억나요. 처음에는 빠진 줄도 몰랐는데 등장할 때 보니까 무대 사이드에 웬 까만 게 떡하니 놓여 있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형을 보니 까치발로 균형을 잡으며 무대에 서 있었어요. (웃음) 결국 제가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구두 굽을 무대 밖으로 쳐내고, 퇴장할 때 상윤 형 구두 좀 준비해 달라고 이야기했죠. 형은 다음 장면에서 무사히 구두를 갈아 신고 무대에 돌아왔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1호 2017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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