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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LIVE TALK] <더데빌> 임병근 [No.162]

진행·정리 | 안시은 2017-03-28 4,965

선함과 악함 그 어딘가


<더데빌>의 X역이 화이트와 블랙으로 나뉘어 돌아왔다. 임병근이 맡은 역은 선(善)의 상징인 화이트. 실제 성격은 <더데빌>처럼 선악이 공존하는 것 같다 했지만, 밝은 웃음과 다정한 목소리로 행복해 보이고 싶다 말하는 모습은 맡은 역할대로 선했다.





X의 변신                                             


THE MUSICAL 쉬는 동안 여러 작품들을 제의받았을 것 같은데 특별히 <더데빌>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kishyo)
임병근 음악이 정말 좋았고 스태프들이 믿어주셔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THE MUSICAL <더데빌>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zuowei1993)
임병근 대사가 많이 없구나. 노래를 잘해야 하겠구나….
“작품에 접근할 때 모티프였던 『파우스트』를 읽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안 그랬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파우스트』도 선과 악 같은 본질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많이 던져요. <더데빌>에서도 그런 부분이 인용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THE MUSICAL <더데빌> 초연과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StephaniaREN)
임병근 한 명이 연기했던 X가 두 캐릭터로 나뉘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죠.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푼 것도 큰 차이입니다.
“X 역이 화이트와 블랙으로 나뉘었기 때문에 캐릭터가 분명하게 보일 거예요. 두 역할은 존의 마음에 공존하는 선과 악을 대변하는 거라 생각해요. 둘 사이에 분명한 대결 구도는 있지만 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선과 악을 규정짓는 게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해요. 하면서 화이트가 과연 선한 것만 담당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THE MUSICAL <더 데빌>에서 관객들이 놓치지 않고 봤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lovelyjk25)
임병근 존의 감정을 잘 따라가다 보면 이 작품을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진짜 주인공은 코러스 친구들이에요. 고생도 많이 했고. 연출님께서 X 화이트와 블랙, 존, 그레첸을 통해 다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들을 통해 많이 표출하셨어요. 희랍 비극에 나오는 상징적인 몸짓과 제스처, 가면 등을 이용해서요. 주역들을 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코러스들이 하는 제스처나 감정 표현을 보시면 장면을 이해하시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THE MUSICAL X들은 인간이 희생을 통해 선을 택할 거라고 예상했을까요? (kafka0720)
임병근 신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선택은 인간 자신의 몫이라는 것.
“존이 타락과 유희에 휩쓸릴 때 화이트는 안타까워하고 다시 이끌어주고 싶지만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아요. 그것 또한 결국 인간의 선택이니까요. X가 흔히 생각하는 신이라고 하는데 저는 신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음에 있는 양심이라고 생각해요. 신이라면 전지전능하고 뭔가 해결해 줘야 하는데 <더데빌>에선 그렇지 않거든요.”


THE MUSICAL X-화이트를 연기하는 다른 배우들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suani96)
임병근 저는 키가 커서 가장 신같이 보인다는 말을 들었어요. (조)형균이는 익살스럽고 재미있고 인간적이고, (고)훈정이는 감성을 풍부하게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THE MUSICAL X-블랙 역할의 배우들과 연기를 할 때 각각 어떻게 다른가요? (d-a-b22)
임병근 지금까지 두 명과 공연했는데 (장)승조 블랙은 오래된 친구 같고 (이)충주 블랙은 굉장히 기품 있는 느낌이에요.


THE MUSICAL 존 파우스트를 해볼 생각은 없나요? (StephaniaREN)
임병근 없습니다! 크크크.
“존 파우스트를 연기하면 제게 큰 도움이 되겠지만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음을 연기하는 모습이 많이 힘들어 보였어요.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저는 화이트가 좋아요. 블랙도 좋고요. X 캐릭터가 하나였던 초연 때가 더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도 충분히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THE MUSICAL X-화이트가 그레첸에게 갖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pluckyduck98)
임병근 그레첸은 존 파우스트의 선한 양심을 상징합니다. X-화이트는 그레첸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죠. 그레첸이 고통스러워하면 저(화이트)도 고통스러워해요.
“그레첸이 존의 선한 양심을 대변하는 인물이지만 화이트의 마음이기도 하잖아요. 이 역을 연기하는 세 배우 모두 미세하게 다른데 (이)예은 그레첸은 내내 그 마음이 아파 보여서 치유해 주고 싶었어요. (이)하나 그레첸과는 아직 무대에 서보지 않았지만 리허설을 보니 강단 있게 표현해요. 리사 누나 그레첸은 강단과 여린 면이 공존했고요.”


THE MUSICAL <더데빌>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그 이유는요? (answer98)
임병근 ‘매드 그레첸’. 존의 선한 영혼을 상징하는 그레첸이 타락하는 모습이 가슴 아파요.


THE MUSICAL <더데빌> 연습 중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lovelyjk25)
임병근 훈정이가 ‘그 이름’을 처음 불렀을 때 입술에서 피가 났어요. 노래가 너무 힘들어서요. 모두 빵! 터졌죠.


THE MUSICAL 커튼콜 때 댄스가 참 인상 깊어요. 요즘 춤 배우나요? (rafuta)
임병근 춤을 배우진 않지만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흥이 조금씩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크크크. 여러분들이 많이 부끄러워 하셔서….
“춤을 못 춰서 부끄러워하시는 것 같아요. 키가 커서 춤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안무 시간에 땀이 엄청나게 흐를 정도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합니다.”




인생 최고의 선택                                    


THE MUSICAL 작품을 고를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reno)
임병근 작품성을 제일 먼저 봐요. 나와 맞지 않는 캐릭터라도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이면 주저하지 않고 선택합니다.


THE MUSICAL 캐릭터를 구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tmddus8)
임병근 저로부터 캐릭터 구축을 시작합니다.
“모든 연기는 배우가 지닌 본성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맡지만 결국 자기의 모습이 나오게 되거든요. 갖고 있는 본성에서부터 시작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이 캐릭터 구축에 큰 도움이 됩니다.”


THE MUSICAL 배우로 가장 기뻤을 때나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요? (lovelyjk25)
임병근 첫 무대에 섰을 때 관객들의 박수를 받고 부모님께서 저를 인정해 주셨을 때가 가장 큰 보람이었지요.


THE MUSICAL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kkkdkdk)
임병근 <에비타>의 체에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어요. 더 잘하고 싶거든요.
“체 역은 제겐 아픈 캐릭터예요. 노래가 힘들어서 완벽히 소화하지 못했어요. 다시 공연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완벽하게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체 게바라라는 인물도 좋아해요. 뮤지컬로 만들고 싶어서 대본을 쓰기도 했어요. 인물 연구도 하고 그 사람의 자취도 공부해 본 적이 있어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예요. 그의 삶부터 죽음까지 여정이 굉장히 매력 있어서 뮤지컬로 만들면 잘 될 수밖에 없는데 상업적으로 만들 수 없어서 지금까지 안 만들어진 것 같아요. 초상권을 딸이 갖고 있는데 아버지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걸 싫어한다더라고요.”



THE MUSICAL 맡았던 배역 중 가장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배역은? (seain_1004)
임병근 지금 <더데빌>이 그렇습니다.
“제 안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지킬 앤 하이드>처럼. 말투가 나긋나긋해서인지 선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인데 집에서는 가끔 욱하기도 하고. 그래도 화는 잘 내지 않으려고 해요. 살면서 화나는 일들이 많이 없어요. 남들이 화를 낼 일도 그냥 그러려나 보다 하고 낙천적으로 넘기는 편이에요.”


THE MUSICAL 별명은 도대체 어디서 알게 되었나요? (as4181)
임병근 주변에서 저를 빙그니라고 불러주세요. 연습실에서도. 크크크.


THE MUSICAL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dytnf0323)
임병근 <광화문연가> 때 할머니 한 분이 공연을 보시고 나서 너무 공연을 잘 봤다고 제 두 손을 꽉 잡아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할머니를 잊지 못하겠네요.


THE MUSICAL 제가 국악과라 국악을 전공한 배우님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이에요. 뮤지컬 배우로 생활하면서 국악 뮤지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 궁금해요. 보완점이라든가 살렸으면 좋겠다는 부분이라든지요. (vitaminc)
임병근 시대에 맞게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변화해야죠.
“공연 시장 환경도 그동안 많이 변화했는데 국악 뮤지컬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시도나 도전도 하고. 요즘 남성극들이 주로 올려지잖아요. 이것도 좋은 시대 흐름이겠지만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다양한 장르의 기발한 작품들이 많이 지원되어 나왔으면 좋겠어요. 보는 관객분들도 그렇지만 배우 입장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게끔. 그러려면 지원이 많이 되어야겠죠.”


THE MUSICAL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lovelyjk25)
임병근 일단 가정적으로는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는 게 목표이고 배우로서는 소극장과 대극장 구분 없이 좋은 작품들을 많이 하는 게 저의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행복해지는 법                                                         


THE MUSICAL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요? (seain_1004)
임병근 면 종류. 요즘은 다이어트 중이라 많이 자제하고 있습니다. 샐러드가 가장 맛있어요. 흑흑.


THE MUSICAL 키는 언제부터 그렇게 컸나요? (koichi7558)
임병근 원래부터 컸어요. 농구를 좋아해서 키가 많이 큰 것 같습니다.
“농구를 많이 해서 체력이 약한 편이 아닌데 요즘 체력이 조금씩 소진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든 일을 열심히 하고 나면 충분히 휴식을 취하려고 해요.”


THE MUSICAL 농구 말고 취미가 더 있나요? (rafuta)
임병근 여행.
“딸이 생긴 후론 많이 못 다니고 있지만 전에는 와이프랑 많이 다녔어요. 그 전에도 시간만 나면 여행을 다녔고요. 주로 사람이 많이 없는 곳으로 가요. 국내 여행도 많이 했고요. 워낙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와이프랑 자전거 타고 부산까지 간 적도 있어요. 물론 엉덩이가 굉장히 아팠지만. 며칠 전에는 부모님 모시고 가족들과 베트남엘 다녀 왔어요. 아진이는 크면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스위스에 갔을 때 거기 사람들은 열차 타고 이동할 수 있잖아요. 유모차 끌고 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어요. 아직 그 정도 체력은 되니까 꼭 해보고 싶어요.”


THE MUSICAL 예쁜 공주님 자랑해 주세요. (snailjjong)
임병근 사랑해 아진아♡ 아진이가 요즘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어요.


THE MUSICAL 팬들에게 들었던 말 중 좋았던 말이 있나요? (such12)
임병근 “오늘 공연 보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라는 말이 정말 듣기 좋았습니다.


THE MUSICAL 배우님 공연 보면 행복한 마음이 전달되어서 덩달아 행복해지는데 행복의 원천은 뭘까요? (firstsnow)
임병근 여러분들이에요.
“개인적인 행복의 원천은 가족이에요. 제 와이프와 딸. 일적으로는 저를 공연할 수 있게 해준 프로덕션이겠지만 그 이전에 저를 좋아해 주고 보러 와주시는 팬분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여기에 존재할 수 있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2호 2017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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