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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OMMENTARY] <미녀와 야수> 뮤지컬 배우 더빙 참여기 [No.164]

정리 | 안세영 2017-06-02 7,539

디즈니의 뮤지컬 영화 <미녀와 야수>가 누적 관객 490만 명을 넘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출연 배우와 원작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높은 싱크로율에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어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더빙판 캐스팅이 또 다른 화제다. 주인공 벨과 야수를 비롯한 주요 배역에 믿음직한 뮤지컬 배우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에게 무대 연기와 비슷한 듯 다른, 더빙 녹음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야수/왕자 황만익  


오디션  서울시극단 시절, 처음으로 가족 뮤지컬 주인공 왕자 역할을 맡겨주셨던 이나리메 음악감독님께서 오디션 기회를 주셨어요. 사실 이전에 <겨울왕국>의 크리스토퍼, <모아나>의 마우이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큰 기대는 없었어요. 합격 연락이 왔을 땐 ‘이게 무슨 일이지?’ 싶더라고요. 실력 있는 경쟁자가 많았는데 제게 기회가 와서 너무 감사해요.


새롭거나 어려웠던 점  무대에서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연기하던 것과 달리 혼자서 대사와 노래를 녹음하려니 처음에는 어색했어요. 하지만 머릿속으로 엠마 왓슨의 벨과 함께 연기한다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감정에 몰입했죠. 가장 어려운 작업은 오리지널 배우 댄 스티븐스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 연기하는 거였어요. 녹음 전에 댄 스티븐스의 영상을 찾아보며 그의 목소리와 연기 톤을 익혔습니다.


캐릭터 연기  야수 내면의 따뜻함, 슬픔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원작 애니메이션에는 없던 야수의 솔로곡 ‘Evermore’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컸죠. 이 곡을 녹음한 날은 디즈니 본사 스태프까지 와서 의견을 주고받았고, 대사 더빙 때보다 제 감정을 더 드러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어요. 


에피소드  작년에 아이들과 아동 뮤지컬을 보러 갔을 때, 여섯 살 난 딸내미가 이렇게 물었어요. “아빠는 왜 우리가 볼 수 있는 뮤지컬은 안 해?” 그 말을 듣고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좋은 추억을 남겨주자 생각했는데, 무대 밖에서 이렇게 기회가 찾아온 셈이죠. 하루는 집에서 영상을 틀어놓고 더빙 연습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딸내미가 엉엉 우는 거예요. 나쁜 개스톤이 우리 아빠를 죽이려 한다고. (웃음) 그러면서 “아빠는 개스톤 안 할 거지?”라고 묻는데, 아이들 때문에 착한 역할만 맡아야 하나 살짝 고민했습니다.




벨  이지혜              


오디션  정영주 선배님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미녀와 야수>는 어릴 적부터 무척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이라 재미있게 준비했어요.
새롭거나 어려웠던 점  더빙은 처음이라 모든 과정이 새로웠어요. 그냥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캐릭터의 상황과 호흡을 따라가며 노래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캐릭터 연기  저는 벨 역할에 노래 더빙으로만 참여했어요. 하지만 대사 더빙을 한 성우와 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먼저 녹음한 대사를 듣고 노래 연습을 했죠. 또 오리지널 배우 엠마 왓슨이 부른 노래의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야 영상에 제 목소리가 입혀졌을 때 조화로울 수 있으니까요.




촛대 르미에  이정열   


오디션  그동안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불러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가리지 않고 도와드렸어요. 가까운 선배 중에 애니메이션 제작 PD가 있어서 업계 사정을 잘 알기도 했고, 또 아이들이 어릴 적에 아빠 목소리가 애니메이션 주제가로 나오는 걸 무척 좋아했거든요. 그렇게 인연을 맺은 녹음실 중 하나가 디즈니와도 연결된 곳이었어요. 디즈니에서는 오디션을 거쳐 더빙 배우를 캐스팅하는데, 저도 제안을 받고 녹음테이프를 보내 캐스팅이 됐죠.


새롭거나 어려웠던 점  일단 캐스팅이 되면 녹음에 앞서 영상과 음원, 악보를 전달받고 그걸 보면서 연습을 해요. 그리고 스튜디오에 가서 감독님의 연기 지도를 받으며 녹음을 하죠. 라디오 드라마처럼 여러 성우들이 한 방에 모여 녹음하는 모습을 상상하실지 모르겠지만, 보통 사설 스튜디오에서 더빙을 할 때는 배우 각자가 맡은 파트를 따로 녹음한답니다. 그래서 합창이나 코러스 녹음이 제일 어려워요. 앞서 녹음한 배우의 호흡에 맞춰 소리를 얹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악보상으로는 두 박자 음이라도 앞서 녹음한 배우가 더 짧거나 길게 불렀다면 거기에 맞춰 부를 수 있어야 해요.


캐릭터 연기  르미에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프랑스인입니다. 영어를 구사하지만 프랑스식 발음과 프랑스 남자 특유의 분위기가 있죠. 우리말로 연기할 때도 이러한 특징을 담아내려고 애썼습니다.


에피소드  이전에 <모아나>에서 거대한 게 ‘타마토아’ 역을 맡았는데, 두 작품 연달아 참여하면서 디즈니 스태프들과도 친해졌습니다. <미녀와 야수> 더빙판을 재밌게 보셨다면 <모아나> 더빙판도 추천 드려요. 디즈니 본사에서 한국 더빙판을 보고 무척 감탄했다고 하더라고요. 참, 제 딸아이들도 간간이 더빙에 참여하고 있어요. 큰딸 지민이는 <겨울왕국>에서 ‘같이 눈사람 만들래’를 불렀고, 중학생인 막내는 이번에 동네 꼬마 아이로 출연했답니다. 덕분에 스튜디오에서 우리 집안이 다 해 먹는단 애길 듣고 있어요. (웃음) 





먼지떨이 플루메트  정영주                


오디션  디즈니 월드 프로덕션은 작품 출품과 동시에 전 세계 36개국의 판권을 움직이며 각국의 언어로 더빙 오디션을 실시해요. 역할 하나에 국가별로 서너 명, 즉 36개국에서 120여 명이 오디션을 보는 거죠. 은근 경쟁률 셉니다. 참고로 전 디즈니와는 23년째 작업 중이에요. 이젠 거의 생활 같은 느낌? 잘난 척입니다. 후후~


에피소드  2004년 뮤지컬 <미녀와 야수>가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올렸을 땐 제가 ‘옷장’ 역을 맡았어요. 그래서 이번 더빙 오디션에서도 ‘옷장’ 역에 도전했고, 더불어 ‘미세스 팟’ 역에도 도전했죠. 하지만 두 역할 다 근사한 후배들에게 돌아가는 바람에 눈물 찔끔하고 포기하려던 찰나, 디즈니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YJ 정(오디션을 볼 때 녹음 앞부분에 이니셜로 이름을 말해요. 제 이름은 ‘Young Ju Jeong’이니까 ‘YJ 정’이 되죠.)은 플루메트 역으로 재오디션 없이 통과라고! 신 나서 작업했습니다.


새롭거나 어려웠던 점  우선 오리지널 배우와 목소리 톤이 흡사해야 해요. 녹음할 때 디즈니 슈퍼바이저가 지켜보는데, 연기 호흡도 오리지널과 거의 같길 원해요. 거기에 한국어다운 악센트나 중요한 단어를 표현하는 배우만의 개성을 얹죠. 그에 대한 아이디어는 언제나 함께 상의하고 공유해요. 라이선스 뮤지컬 연습 때 크리에이티브 연출과 하는 작업과 흡사해서 배우들에게는 익숙한 환경입니다.


캐릭터 연기  가끔은 맡은 캐릭터 외에도 앙상블이나 효과음까지 녹음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더빙 작업을 할 때면 늘 ‘난 닭 소리도 낼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작하죠. 이번에도 저는 빨래터 아줌마2, 계란 사는 여자1, 리본장수, 선술집 처녀 등의 역할로 일당백 했답니다.




주전자 미세스 팟  류수화

   

오디션  1995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를 시작으로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교육용 프로그램 등 크고 작은 애니메이션 노래를 더빙해 왔어요. 그동안 여러 오디션을 봤지만 좋은 기회가 항상 오는 건 아니었는데, 이번 <미녀와 야수>에는 행운이 따랐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염원을 가득 담아 오디션을 봤거든요.


새롭거나 어려웠던 점  디즈니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녹음이 진행되어서 다른 때보다 훨씬 긴장되었어요. 아시다시피 타이틀곡인 ‘Beauty And The Beast’를 ‘미세스 팟’이 부르잖아요. 잘 알려진 노래지만 일반 팝송처럼 부르는 게 아니라 미녀와 야수가 춤을 추는 장면에 맞춰 불러야 하다 보니 박자 맞추기가 너무너무 어렵더라고요. 또 더빙 녹음은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수정 과정을 거친답니다. 관계자들이 검토를 한 후 수정 사항을 요청하지요. 영상에는 ‘플루메트’가 나오지만 대사는 ‘미세스 팟’이 해야 하는 장면이 있어서 놓친 대사를 재녹음하기도 했어요.


캐릭터 연기  이전까지 애니메이션 노래 더빙만 해왔던 것과 달리 실사 영화인 이 작품에서는 노래와 대사 모두를 더빙해야 했어요. 공식적인 연기 더빙은 처음이라 신경을 많이 썼지요. 그래도 가족 같은 애드원스튜디오 박원빈 감독님과 이나리메 음악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신 덕에 무사히 녹음을 마칠 수 있었어요. 개봉 후 극장에서 제 목소리를 듣는데 어찌나 부끄럽던지! 좀 더 훈련하면 연기 더빙도 맛깔나게 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옷장  신영숙                  


오디션  오디션에 참여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평소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애니메이션을 보며 풀 만큼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이번 영화에도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창의력 넘치는 유머와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좋아해요.


새롭거나 어려웠던 점  모니터로 장면을 확인하고, 헤드폰으로 오리지널 배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녹음합니다. 저는 뮤지컬 배우 데뷔 초에 <바비의 공주와 거지>라는 애니메이션을 더빙한 경험이 있어서 (조카들은 바비 인형 목소리가 이모라는 사실에 그럴 리 없다며 부인했지만…) 입 모양과 연기 호흡, 노래 길이 등을 오리지널 배우와 똑같이 해야 한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오리지널 배우의 호흡에 맞추면서도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에요.


캐릭터 연기  최근 연기한 뮤지컬 <팬텀>의 ‘카를로타’ 역은 오페라 발성으로 소리 지르는 장면이 많았죠. 사실 저는 평소에도 여러 사람과 대화하거나 큰 소리를 내야 할 때 노래 부르듯이 말하는 경향이 있어요. <미녀와 야수>의 ‘옷장’ 역시 마법에 걸려 옷장으로 변한 오페라 가수 역할이라 저와 공통점이 많았답니다. 주변에서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신 나게 녹음했습니다.


에피소드  옷장이 부르는 첫 곡 제목이 ‘아리아’여서 엄청난 대곡을 예상했는데 전주만 길고 노래는 짧았다는 반전!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4호 2017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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