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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과 SBS <영재 발굴단>의 만남 [No.164]

글 |박보라 사진 제공 | 신시컴퍼니, SBS 방송 캡쳐 2017-06-02 6,817

장면 하나. 늦게까지 이어진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들어간 소년이 불을 켜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작은 공간에서 이 소년은 음악도 없이 홀로 춤을 춘다. 쓰러지듯 침대에 누운 소년은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보고 싶은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한다.


장면 둘. 밤, 소년이 거실에서 무용 연습을 하고 있다. 소년의 아버지가 거실로 나와 “무용은 그렇게 계속 취미로 하는 게 낫지 않냐”며 연습하는 소년을 나무란다. 결국, 소년은 눈물을 보이며 방으로 들어간다.





열정을 품은 소년들

지난 3월 22일과 29일 SBS <영재 발굴단>에서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오디션이 방송됐다. <영재 발굴단>은 이번 <빌리 엘리어트>의 오디션을 100회 특집 장기 프로젝트에 선정했고, 2차 오디션이 시작된 지난해 8월부터 약 6개월 정도 촬영했다. 방송 직후에는 유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 탄광촌을 배경으로, 가난한 광산 노동자의 아들인 11세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이뤄가는 내용이다. 빌리는 두 시간 50분 동안 노래와 연기 그리고 발레, 탭 댄스, 스트리트 댄스 등을 완벽하게 소화해야만 하므로, 주인공 캐스팅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때문에 <빌리 엘리어트>는 다른 작품보다 훨씬 길고 까다롭게 오디션이 진행된다. 오디션은 크게 세 번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1차 오디션에 합격한 소년들은 일명 ‘빌리 스쿨’이라고 불리는 아역 배우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빌리 스쿨’은 발레, 탭 댄스, 현대무용, 애크러배틱, 스트리트 댄스, 필라테스, 보컬 등의 수업으로 구성됐다. 소년들은 ‘빌리 스쿨’에서 주당 약 74시간의 트레이닝을 받으며 2차와 3차 오디션을 준비한다.


<빌리 엘리어트>와 <영재 발굴단>이 만나게 된 계기는 작품과 방송의 취지가 잘 맞았기 때문이다. <영재 발굴단>은 남다른 열정과 재능을 지닌 아이들을 찾아 어떻게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가는지 관찰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빌리 엘리어트>는 발레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어린 소년이 꿈을 향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빌리 엘리어트>에 도전한 소년들은 ‘빌리’라는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소년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디션의 합격과 불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빌리에 도전하는 소년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영재 발굴단>을 통해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작품의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무엇보다 <빌리 엘리어트>의 오디션 과정을 방송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이유는 단 하나, 해당 오디션이 아역 배우를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데 있다. <빌리 엘리어트>의 오리지널 팀은 일곱 명의 빌리 후보들의 트레이닝 과정 공개 여부를 상당히 까다롭게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오랜 논의 끝에 <영재 발굴단>의 방송 취지와 <빌리 엘리어트>의 오디션 취지가 잘 맞는다고 판단했고, 마침내 오디션 과정의 대부분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 방송을 통해 공개된 부분은 심사위원의 평가나 회의 과정을 제외하고 빌리 후보들이 임하는 모든 오디션 과정(발레, 애크러배틱, 현대무용, 탭 댄스, 스트리트 댄스, 연기 노래 등)이다. <빌리 엘리어트>의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오리지널 팀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진행했던 부분은 바로 방송을 통해 소년들이 지닌 각자의 장점이 도드라지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영재 발굴단>에서는 각각 빌리 후보들의 장점을 주목했지만, 해외 스태프들의 인터뷰에서는 이들의 특정한 장점이 언급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영국 협력 연출가 사이먼 폴라드는 “가장 중요한 건 개성과 반짝거림이다. 우리는 발레를 잘하는 소년을 뽑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빌리처럼 열정을 품은 아이를 찾는다”라고 밝혔다. <빌리 엘리어트> 측은 최종 오디션에 참여한 일곱 명의 소년들은 각자의 장점은 물론 성장 가능성과 개성 그리고 열정을 보고 선발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곱 빌리의 이야기

<영재 발굴단>의 촬영은 <빌리 엘리어트>의 2차 오디션부터 빌리 스쿨의 트레이닝 과정, 빌리 후보들의 밀착 팔로우 취재, 그리고 3차 최종 오디션까지 약 6개월간 촬영이 진행됐다. <영재 발굴단>은 이 과정에서 빌리 후보들의 개인적인 에피소드에 집중했다. ‘2016 남아공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2등을 차지한 이승민 군은 김해에서 홀로 서울로 상경해 발레에 대한 열정을 키우고 있는 소년으로, 오디션을 앞두고 발목 부상을 입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가장 빌리 같은 빌리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가진 전민철 군은 무용하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부모님으로 인해 속상해하는 모습과 변성기로 마음앓이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빌리 후보로 뽑힐 당시 스트리트 댄스 외에는 접해 본 적이 없지만 약 4천 시간의 연습을 통해 실력을 키워온 노력파 김현준 군, 최연소 빌리 후보이자 다정한 아버지의 절대적인 응원를 받는 도전자 심현서 군의 모습이 소개됐다. 이렇게 <영재 발굴단>은 대중들이 알 수 없었던 빌리 후보들의 개인적인 사연과 빌리라는 꿈을 위해 흘린 땀방울을 더욱 섬세하게 다루며 <빌리 엘리어트>의 감동을 한껏 높였다.


무엇보다 <영재 발굴단>은 빌리로 최종 선발된 네 명의 소년을 주목하는 대신 안타깝게도 무대에 서지 못하는 전민철 군과 이승민 군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전민철 군은 <빌리 엘리어트>의 오디션을 계기로 가족의 인정을 받으며 무용에 대한 열정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됐고, 이승민 군은 예술중학교에 입학해 발레 유망주로 거듭났다. 오디션의 합격 유무를 떠나 여전히 꿈을 위해 나아가는 두 소년에게 응원의 손길이 쏟아진 건 당연한 일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영재 발굴단>이 큰 감동을 준 이유는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가 자신의 꿈을 위해 열정을 바친 것처럼 일곱 명의 빌리 후보들이 흘린 땀방울의 의미가 우리에게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빌리들의 각오


김현준 “태어나서 처음 본 뮤지컬이 <빌리 엘리어트>였어요. 그때는 제가 빌리가 될 거라는 상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이 모든 것들이 운명처럼 느껴져요.”


성지환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빌리가 되어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리고 그 꿈은 매일매일 점점 더 커졌어요.”


심현서 “걱정도 되지만 공연을 완벽하게 끝내고 관객과 만나는 걸 생각하면 너무 신 나요. 집에 가서 기절할 정도로 매일매일 열심히 할 거예요. 무대가 끝나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감동으로 남고 싶어요.”


천우진 “제가 포스터 속에 나오는 말처럼 기적의 소년이 되다니 기뻐요. 저만의 멋진 빌리가 되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4호 2017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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