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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다미로 작곡가의 <광염 소나타> [No.164]

사진제공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정리 | 나윤정 2017-06-05 4,332

‘방화와 살인을 하고 영감을 얻는 천재 작곡가.’ 저는 이 문장을 들을 때, 누구도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천국을 들여다보는 듯한 선율이 떠올랐어요. 살인을 통해 써 내려간 곡들이 마이너 풍의 우울한 분위기가 아닌 오히려 굉장히 밝고 신비스러운 선율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광염 소나타>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멜로디가 오히려 밝아요. 또한 애초 리딩 버전에선 피아노 세 대로만 연주를 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느껴져 바이올린과 첼로를 더했어요. 극에 출연하는 배우도 세 명. 연주자도 세 명. 그러다 보니 각 캐릭터마다 악기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죠. J가 노래할 때는 날카롭지만 아름다운 바이올린, S는 다양한 음색의 피아노, K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첼로를 이용해 이 세 캐릭터의 심리를 빗댈 수 있게 편곡에 힘을 쏟았답니다.



‘모티브의 시작’
가장 마지막에 작곡한 곡이에요. 이 넘버의 가사는 원래 S가 읽는 대사였어요. 창작산실 초연 막바지 연습 중 첫 뺑소니 사건을 극적으로 표현해야 했는데 무대에서 연출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공연 2주 전 지문을 토대로 가사화해 넘버로 바꾸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이 노래의 첫 도입부를 들으면 정말 울컥해요. 남 얘기 같지가 않거든요. 물론 전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지만요. (웃음) 특히 ‘밝아 오는 창문. 떠오르지 않는 멜로디. 몰려오는 조바심. 잡을 수 없는 모티브’란 가사는 새벽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지금도 이 넘버가 시작되면 J의 모습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눈물을 글썽거린답니다.


‘[Sonata of a flame 제 2악장] 죽음의 얼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이며 배우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곡이에요. 이 작품에서 최고 난이도 넘버라고 할 수 있죠. 진성과 가성을 오가야 하며 그 와중에 왈츠 장르의 박자를 맞춰야 하거든요. 배우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고 연습실로 갔는데, 초연 배우들이 완벽히 소화해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J는 첫 살인을 한 뒤 미안함과 괴로움을 노래하고, 마지막에 S는 J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그리움으로 노래하는 넘버에요. 두 캐릭터가 같은 가사의 넘버를 어떻게 다른 감정으로 표현하는지 들어보는 것도 이 극의 관전 포인트가 될 거예요.


‘[Sonata of a flame 제 5악장] 광염 소나타’
이 작품에서 가장 처음 작곡한 곡이에요. J 스스로 결국 파멸의 길에서 자신을 불태우며 마지막 5악장을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J는 극히 광적인 상태를 넘었기 때문에 모든 음들이 정상적으로 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모든 음악 용어들이 난무하는 정상적이지 않은 가사와 함께 자신이 무슨 기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의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첫 노래의 시작은 거의 노래처럼 안 들리죠. 피아노와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붓는 장면은 오히려 이 모든 것을 초월해 버린 순진한 어린아이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S와 함께 연주했던 ‘빛 바래지지 않게’를 중간에 삽입했어요. 가장 극적인 순간에 오히려 굉장히 서정적인 멜로디가 연주되는 것이 <광염 소나타>의 묘미라고 할 수 있죠.


‘너와 나’
이 곡은 초기 대본 작업 중 J와 S의 테마곡 혹은 오버추어로 써야겠다 싶어 간단히 스케치만 해 놓았어요. 그런 뒤 점점 더 보완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죠. 사실 둘의 연주 장면에서는 ‘모차르트의 두 대를 위한 소나타’ 같은 테크닉이 묻어나는 풍성한 소나타 음악이 나오는 걸 상상했어요. 그런데 작업을 거치면서 오히려 간단하면서도 멜로디컬한 소나타가 저희 극과 맞다고 판단했죠. 배우들은 이 곡을 치기 위해 몇 달을 고생했어요. 무대에 오를 때마다 많이 긴장했고요. 굳이 말로 서로 주고받지 않고, 가사로 표현하지 않아도 배우들의 손끝에서 직접 나오는 피아노 선율의 울림. 이것이 극장 안의 모두를 숨죽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곡이랍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4호 2017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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