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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ODD NOTE] <틱틱붐> 조나단 라슨 [NO.168]

글 |박보라 2017-09-26 4,312

젊은 예술가의 자화상


천재적인 작곡가이자 극작가로 알려진 조나단 라슨. 그의 작품은 다문화주의, 마약 중독, 호모포비아, 에이즈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다뤄 조명을 받았다. 오는 9월에는 조나단 라슨의 대표작 <틱틱붐>이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렌트>와 <틱틱붐>을 통해 자신의 가난과 열정을 투영한 조나단 라슨, 아름답게 타오른 짧은 그의 일생을 살펴본다.


“세상의 모든 경계가 다 찢겨져 나가고 있는
이 위험천만한 시대를 잇는 우리는, 매일
죽음의 얼굴을 직면하며 사는 이들에게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20세기 말 삶의 공포에 질린 우린 이렇게
숨어 있지 말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며,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 조나단 라슨이 죽기 며칠 전 컴퓨터에 남긴 글





운명의 길         
조나단 라슨은 1960년 2월 4일 유대인 부모 알란 라슨과 나네테 라슨 아래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트럼펫, 튜바, 코러스, 피아노 등 음악을 접하며 성장한 그에게 예술인으로서의 삶은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조나단 라슨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열렬한 팬으로, 그에게 틈날 때마다 편지를 보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이외에도 엘튼 존, 빌리 조엘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창작 활동에 열의를 불태웠다. 조나단 라슨은 화이트 플렌인즈 고등학교 연극반의 리더를 역임하며 예술적인 능력을 쌓았다.


이후 조나단 라슨은 아델피 대학에 연극 전공으로 입학해,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며 많은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참여했다. 카바렛츠라는 학생 그룹에서 작곡을 시작한 그는 잭퀴스 버딕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며 조언을 얻는다. 후에 조나단 라슨은 잭퀴스 버딕이 쓴 뮤지컬 의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시간주의 마우구스타의 반 극장(Barn Theartre)에서 피아노를 연주해 ‘Actor’s Equity Association’의 멤버십 카드를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뉴욕에 거주하며 뮤지컬 작품 활동에 매달렸던 조나단 라슨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렌트>의 드레스 리허설을 마친 다음날인 1996년 1월 25일,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한 뒤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그의 나이는 고작 서른여섯이었다. 사인은 대동맥류파열로 알려졌다.






브로드웨이의 미래      
1982년 대학 졸업 후 조나단 라슨이 자리를 잡은 곳은 뉴욕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 위치한 난방도 되지 않고 다 쓰러져 가는 건물의 꼭대기 방이었다. 그의 집 가구들은 길거리에서 주워 왔으며, 돈이 없어 식사를 거르는 것은 일상이었다. 당시 이스트 빌리지는 마약 판매로 유명한 곳이었고 임대료가 매우 저렴했던 탓에 가난한 예술인들이 주로 거주했다. 추운 겨울이면 이들은 커피와 50센트짜리 칠리 수프를 파는 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조나단 라슨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생계를 위해 10년 넘게 주말마다 근처 레스토랑 문댄스 다이너에서 웨이터로 일했고, 최소한의 돈으로 생활하며 창작 활동에 몰두했다. 심지어 작품의 오디션도 이런 열악한 방으로 배우들을 불러 진행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이 그에게는 어떠한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 수없이 바뀌는 룸메이트들과 밤을 새우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낙천적인 성격의 조나단 라슨은 스스로 ‘브로드웨이의 미래’라고 부르며 다닐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수많은 제작자와 극단을 방문했지만, 안타깝게도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무대를 볼 수 없었다.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       
조나단 라슨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렌트>와 <틱틱붐>으로 만들었다. 가난하지만 열정 넘치는 젊은 예술가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사실 조나단 라슨은 조지 오웰의 『1984』를 각색한 작품을 만들려고 했지만 저작권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만든 <슈퍼비아>를 완성시킨다. 그러나 이 작품은 공연되지 못했다. 이후 그는 고전 오페라 <라보엠>을 새롭게 각색한 <렌트>로 힘든 환경을 딛고 예술을 창조하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조나단 라슨 특유의 긍정적인 시선은 에이즈, 거리의 부랑아, 마약 중독 같은 어두운 주제를 재조명했다. 장장 7년 동안 <렌트>를 위해 달렸던 조나단 라슨. 공연 전날 맞이한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은 <렌트>가 그리는 메시지와 부합되어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렌트> 이외에도 조나단 라슨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틱틱붐>이다. 생전 스티븐 손드하임을 존경했던 조나단 라슨은 이 작품에서 그의 <조지와 공원에서의 일요일>에 나오는 노래 ‘선데이’를 패러디해 소소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틱틱붐>은 조나단 라슨이 죽기 전 1인극으로 스스로 무대에 올라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적이 있지만, 당시엔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의 죽음으로 다시 공연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던 작품은, 조나단 라슨의 오래된 친구이자 제작자인 빅토리아 리콕이 유명한 극작가 데이비드 어번에게 의뢰해 각색 작업을 거쳤고, 빛을 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1인 3역의 독백극이 3인극으로 수정되는 큰 변화가 생겼다. 작품은 조나단 라슨이 세상을 떠난 5년 뒤인 2001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다. <틱틱붐>의 오리지널 레코딩 앨범은 당시 많은 사랑을 얻어 뮤지컬 음반 판매점에서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8호 2017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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