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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TRAVEL] <마이 버킷 리스트> 중국 공연 [No.168]

글 |박병성 사진제공 |상하이문화광장 2017-10-11 4,338

새로운 감성으로 만난
<마이 버킷 리스트> 중국 공연


<마이 버킷 리스트>(제작 라이브)의 중국어 라이선스 공연이 성사됐다. 지난 8월 8일부터 20일까지 공연하는 상하이 공연을 보기 위해 중국을 다녀왔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대략 3천5백억 원 시장으로 본다. 우리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고 경제력도 높은 일본은 뮤지컬 시장이 5천억 원 정도이다. 인구 5천만 명의 현재 경제 수준을 감안하면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굉장히 발달한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공연 제작자의 해외 시장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높았다. 2010년 초반에는 K-POP을 전면으로 내세워 일본 시장에 관심을 보였다면, 지금은 이제 막 문화 시장을 키우려는 중국에 쏠리고 있다. 사드 문제로 여전히 한중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하이문화광장에서 <마이 버킷 리스트> 라이선스 공연이 이루어졌다.





국가 주도의 중국 뮤지컬     

상하이 공연을 보기에 앞서 중국 측에서 제작한 <마이 버킷 리스트> 뮤직비디오를 봤다. 웬만한 영화 티저 광고에 버금가는 수준의 홍보 영상이었다. 중국 제작사가 어떤 태도로 이 작품의 제작에 임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2인극인 <마이 버킷 리스트>를 600석 규모로 키웠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이 정도 규모의 홍보, 마케팅을 할 수 있을까. 기존 공연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 뮤지컬 시장은 이해되지 않는 지점들이 있다. <위키드>급의 블록버스터 뮤지컬도 2주 남짓 공연하고 마는 경우도 허다하다. <위키드>는 1천 석 대 극장이라면 2주 공연으로는 절대 수익이 나올 수 없다. 중국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수익과 손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계획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중국에서 블록버스터급 뮤지컬을 공연하는 것이 가능했다.


상하이문화광장은 2011년 완공된 2천 석 규모의 상하이의 대표적인 공연장이다. 주로 대관 사업을 하다 지난해 콘서트 형태로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제작한 이후, 제대로 된 작품 제작은 <마이 버킷 리스트>가 처음이다. 그런 만큼 상하이문화광장 측에서도 정성을 쏟았다. 본 공연을 보기에 앞서 리허설 공연을 본 후 프로듀서와 연출, 배우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놀라운 것은 상하이의 대표적인 공연장의 예술감독, 연출, 그리고 이 작품의 프로듀서가 굉장히 젊다는 사실이었다. 이 작품에 참여하는 이들은 중국에서 뮤지컬에 경험이 많은 스태프라고 했는데 우리와 비교하면 너무 어렸다. 후에 관계자로부터 중국 뮤지컬계나 공연계 사람들이 젊은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중국의 뮤지컬은 초기 단계로 해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해외파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중국의 공연 문화     

평일 공연 시간이 7시 15분이었다. 15분에 공연을 시작한다는 것이 특이했다. 첫날 공연이라 그런지 객석은 관객들로 가득했다. 비교적 젊은 관객들이 많았고 작품 내용 때문인지 20대 초반 또는 10대로 보이는 관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젊은 관객들이 굉장히 즐기면서 관람했다. 많은 장면에서 웃음이 터졌고 완전히 몰입해서 관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의 공연 관람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못해 관극을 방해하는 일들이 많다고 들어왔는데, 적어도 <마이 버킷 리스트> 첫 공연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다.


<마이 버킷 리스트>를 올린 백옥란 극장은 600석 남짓 중극장 규모였다. 소극장에서 올린 한국 공연보다 규모가 커졌다. 얼기설기 겹쳐놓은 철제 프레임들 사이로 망가진 거대한 시계들이 보였고 버킷 리스트를 적은 거대한 메모지들이 함부로 찢긴 두루마리 휴지처럼 널려 있었다. 상징적인 무대였다. 대부분 비사실적인 무대였는데 해기와 강구가 콘서트를 여는 바다는 잔물결을 만들어내는 회전 기구로 비교적 사실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연출됐다. 둘의 마지막 버킷 리스트를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에 환상적인 연출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어 공연인데도 노래가 나올 때는 자막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우리식으로라면 라이선스 공연에서 한국어 자막을 넣은 셈인데 중국 관객들은 자막 문화를 좋아한다고 한다. 중국어에는 성조가 있기 때문에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가사의 의미를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고, 중국인들은 자막에 익숙하기 때문에 없으면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매우 드문 경우이지만 자막 없는 공연은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다니 중국인들이 얼마나 자막 문화를 즐기는지 알 수 있었다.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몇몇 장면에서는 한국 공연과 다른 점이 느껴졌다. 소년원에서 가출옥된 후 강구가 밴드 친구들에게 출옥 사실을 알리는 장면은 해기에게 강구의 밴드 맴버 역할을 맡겼다. 클럽 장면에서 에로틱한 농도를 적절히 순화했으며, 아버지를 폭행해 소년원에 들어가는 장면도 구체적인 이유를 삭제했다. 국내 공연에서 모가 난 드라마 부분을 완곡하게 표현하다 보니 좀 더 공감의 여지가 컸다. 전반적으로 중국 공연이 드라마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인물에 가깝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해기는 장면 곳곳에서 약을 챙겨 먹고 점점 쇠약해져가는 모습이 눈에 띄게 드러나도록 연기했다. 작품의 톤은 밝고 명랑했지만, 죽음의 흔적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면서 가볍지만은 않게 이끌어갔다. 음악적으로도 브리지 음악을 적절히 살려 좀 더 드라마틱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이 버킷 리스트>의 김혜성 작곡가는 중국 공연을 보고 “배우들에게 매우 순수한 열정을 느꼈다. 그런 점이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음악적인 구도는 거의 똑같지만 중간중간 백그라운드 음악을 많이 붙여 드라마를 이어가려 했다. 같은 형식의 음악이 앞뒤로 붙으니까 친절해진 측면도 있지만 느슨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2인극을 중극장에서 공연하고 아기자기한 연출로 넓은 공간을 메우려다 보니 한국 공연과는 다른 장단점이 노출됐다. 기차 여행에선 장난감 기차를 이용한다거나, 강구가 해기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에서는 드론이 사용되는 등 디테일한 연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그러나 암전이 많고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여백이 길어 극의 흐름이 곳곳에서 끊긴 점은 아쉬웠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 관객은 “한국 공연인지 알고 왔지만 특별히 한국 공연이라고 느끼지는 않았다며 충분히 중국적으로 각색되었다”고 평했다. 한국 공연인지 모르고 온 관객 역시 “특별한 국가색이 드러난 작품이 아니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며 작품이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국 제작사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는 “한국 공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배우들이 감정을 디테일하게 잘 살렸고 기차라든지, 드론의 사용이나 세부적인 연출 면에서도 재미있는 지점이 많았다. 상하이문화광장이 열정적으로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도 라이선스가 가능한 공연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혀 이후의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MINI INTERVIEW

 예술감독 페이위안홍 & 연출가 마다  



<마이 버킷 리스트>는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나?
페이위안홍   1년 전 K 뮤지컬 로드쇼에서 <마이 버킷 리스트>를 알게 되었다.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바로 중국어 버전 작업을 위해 제작사에 연락을 취했다. 내용의 각색이나 무대 디자인을 별도로 현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는데 한국 측에서 잘 협의해 주어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K 뮤지컬 로드쇼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본 후, 일본에서 한국 배우들의 투어 공연을 통해 전체 공연을 봤다.


공연을 본 소감은?
마다   나를 비롯해 무대감독, 음향디자이너 등 상하이에서 8명의 스태프가 일본 공연을 가서 봤다.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중국의 젊은 사람들에게 잘 맞는 가치관을 담고 있어서 제작할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 공연에서 현지화된 부분이라면?
페이위안홍   개사와 편곡에서 음악적으로 관객에게 좀 더 편안하게 전달하려고 했다. 무대 디자인은 시간과 관련된 이미지를 넣어서 무대를 통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아주 적은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마다   원작도 훌륭하지만 대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중국적인 풍자나 현재 중국의 젊은이들의 트렌드에 맞는 유머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각색하는 데 신경썼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풍은 밝은데, 철제 구조물로 이루어진 무대는 어둡고 무겁다.
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디자인했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세상에 대해 비관적이다. 그런 것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 디자인을 어둡게 했다. 최근 20년 동안 중국은 빠르게 발전했다. 젊은 사람들이 그런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심지어 삶과 죽음의 문제까지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이들 중에는 강구 같은 사람이 많다. 강구 같은 사람도 삶에 대해 애착을 지니고 있다는 반전을 통해 희망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첫 공연을 올렸다. 관객들에게 원하는 반응을 얻었나?
마다   첫 공연이다 보니 사소한 문제들이 발생하긴 했지만 관객들이 원하는 반응을 보인 것 같다.
페이위안홍   <마이 버킷 리스트>는 배우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오늘 캐스팅은 브로맨스 느낌을 주는 재밌는 버전이었다면, 내일은 형제 느낌을 주는 진지한 공연을 보여줄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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