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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OPLE] <아이러브유> 김찬호 [NO.171]

글 |나윤정 사진 |이배희 2017-12-22 6,624

따뜻하게 다가가기



올 한 해 김찬호는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변신을 보여주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패리스를 시작으로, <베헤모스>의 이 변호사, <데스트랩>의 클리포드 앤더슨,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츠네오로 이어진 연극 무대는 진중한 그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다. “상반기에는 연극을 많이 했어요. 물론 모든 역할들이 쉽지 않았지만, 특히 <데스트랩>이 생각나요. 클리포드 앤더슨 같은 경우 처음엔 저와 비슷한 면이 없어서 다가가기 어려웠거든요. 그러다 전작인 <베헤모스> 이 변호사를 통해 표현했던 나쁜 성향을 끌어오면서, 인물의 강한 욕망을 한껏 드러내 보았어요. 덕분에 관객들이 많은 사랑을 주셨어요. 공연이 빨리 끝나서 속상하고 안타까웠지만, 저에게는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 되었어요.”


뮤지컬 무대에서도 그는 변신을 멈추지 않았다. 등장부터 시선을 끌었던 <록키호러쇼>의 리프라프부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쇼, 그리고 옴니버스 뮤지컬인 <아이러브유>의 남자1 역까지. 배우 김찬호의 색깔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무대들이 차례차례 이어지고 있다. “올해 가장 즐거웠던 일을 꼽으라면 <록키호러쇼>가 떠올라요. 정말 행복했거든요. 올해 했던 작품 중에서 땀을 가장 많이 흘렸을 거예요. 흘린 땀에 비례하게 한여름을 정말 즐겁게 불태웠죠! (웃음) 쉽지 않은 노래들이라 목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다행히 큰 사고 없이 공연이 끝나서 무척 감사했어요.” 



한창 공연 중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쇼는 김찬호가 그간 맡았던 강하고 센 역할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 더욱 눈길이 간다. “쇼는 굉장히 섬세하고 감성적인 인물이에요. 사실 이전에 맡았던 역할들에 비해 저와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이 많아요. 평소에 제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편이거든요. 그러면서 사람들과 공감해 나가려는 성향이 있어요.” 작품 속 쇼는 고모인 마츠코가 죽기 전 살아온 행적을 추적하며,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쇼는 마츠코 고모의 순간순간을 쫓아가면서, 그녀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돼요. 그러면서 고모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죠.” 이렇듯 쇼는 마츠코의 일생을 되짚어보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서 퇴장하지 않는다. “마츠코 고모의 삶을 지켜보면 실시간으로 멘탈이 무너지고, 가슴이 너무나 아파요. 그러다 보니 무대에서 정말 많이 울게 돼요. 특히 마츠코가 온갖 풍파를 겪고 허름한 차림으로 메구미를 만나는 장면에선 눈물을 참을 수가 없죠. 공연이 끝나기 20여 분 전부터 혼자 눈물을 뚝뚝 흘려요. 그래서 노래 부르기가 힘들어요.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는 노래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쇼로 무대에 오를 땐, 이런 부분을 제일 신경써야 하더라고요.”


올 연말, 김찬호는 또 한 편의 뮤지컬 <아이러브유>로 특별한 변신을 예고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에요. 재밌는 건, 네 명의 배우가 각각 15명이 넘는 인물을 연기해요. 실질적으로 관객들이 60여 명의 인물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거죠. 이 자체가 <아이러브유>의 매력이에요. 저는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각각의 인물을 개성 있는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러브유>는 작품 제목에서 느껴지는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만큼, 팀 분위기도 매우 활기차단다. “연습 때마다 깔깔거리면서 기분 좋게 참여하고 있어요. 그중 분위기 메이커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조)형균이? (송)용진 형, (고)영빈 형도 분위기를 잘 잡아줘요. 동생들을 챙겨주면서 편하게 팀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그런데 오루피나 연출이 이 작품을 하면 꼭 싸우게 된대요. 이유는 아카펠라 때문이라고.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인데 싸우면 안 되니까, 서로 피치를 신경쓰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웃음) 실제로 해보니 화음을 맞추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조금만 피치가 달라도 신경이 쓰이고, 노래가 산으로 가버려요. 그래서 요즘 피치를 맞추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래야 평화가 오지 않을까 싶어서. (웃음)”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담아낸 <아이러브유>. 실제로 이 작품을 경험하면서 김찬호가 사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을지도 궁금했다. “작품 말미에 이런 이야기들이 나와요. 사랑하면서 시련도 겪고 아픔도 있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라. 분명히 자기에게 맞는 사람은 없겠지만 맞춰가면서 살아라. 사실 남자와 여자의 만남은 너무 다른 행성의 충돌이잖아요. 어떻게 맞을 수가 있겠어요? 다르지만 서로 맞춰가는 게 이상적인 사랑이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어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아이러브유>를 오가며 올 연말을 보내게 된 김찬호. 바쁜 스케줄 탓에 그가 소망하는 연말 계획은 예상과 달리 다소 소박하게 느껴졌다. “요즘 작품에 매진하고 있어서, 다른 곳에 신경쓸 겨를이 없어요. 시간이 된다면 노천탕에서 쉬고 싶어요. 따뜻한 온천탕에 들어가서 찬바람을 쐬고 싶은 바람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집 대청소를 해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 아내 (박)혜나와 저 둘 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때문에 바쁘다보니, 집이 마츠코 방처럼 되어 가고 있거든요. (웃음)” 소탈한 그의 답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실제로 그와 인터뷰를 나누는 내내 따뜻함과 인간미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배우로서 김찬호가 지향하는 방향 또한, 이런 그의 성향과 닮아 있어 인상적이었다. “배우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항상 열심히 작품에 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제가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한식을 참 좋아하거든요. 특히 청국장을 좋아해요. 그래서 관객들에게도 청국장 같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 사람 냄새 가득 나는 배우로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1호 2017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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