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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댄스 앙상블의 세계, <브로드웨이 42번가> 김영호·손준범·전하린 [No.178]

글 |배경희 사진 |심주호 2018-08-02 7,881

댄스 앙상블의 세계

<노트르담 드 파리>,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국내 초연 10주년을 넘긴 스테디셀러라는 것, 그리고 뮤지컬의 세 가지 요소 중 하나인 춤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 <노트르담 드 파리>의 애크러배틱,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탭댄스, <시카고>의 재즈 댄스가 작품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요소라는 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올여름 각기 다른 매력으로 무장한 뮤지컬 세 작품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 것을 기념해 오랜 시간 작품과 함께해 온 앙상블 배우들을 조명해 보았다. 

<브로드웨이 42번가> 김영호·손준범·전하린 

발이 만드는 음악의 희열

 

발을 구르며 소리를 내는 춤. 이것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탭댄스의 정의 아닐까. 물론 탭댄스가 발로 리듬을 만들어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는 춤인 것은 맞다. 하지만 단순히 발을 구른다고 해서 소리가 나는 춤이 아니라는 것. 대표 탭댄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앙상블 세 배우들이 어떻게 탭댄스의 세계에 빠져들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탭댄스의 매력 

어떤 작품으로 뮤지컬계에 입문하게 됐나요.

김영호  제 정식 첫 뮤지컬은 2013년에 공연된 <미스터 온조>라는 작품이에요. 그 전에는 탈을 쓰고 하는 가족극에 주로 참여했는데, 그 가족극을 만들던 제작사가 <미스터 온조>를 제작하면서 대극장 뮤지컬에 출연하게 됐어요.

손준범  저도 뮤지컬과 졸업 후에 어린이 공연을 주로 했어요. 탈 속에 들어가서 탈 연기를 열심히 했죠. (웃음) 처음부터 어린이 공연을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일반 뮤지컬 오디션 기회도 많지 않고 군대도 다녀와야 해서 할 수 있는 작품을 찾다 보니 하게 된 거였죠. 전역 후에 참여한 첫 작품이 <브로드웨이 42번가>(이하 <42번가>)예요.  

전하린  저는 원래 가수를 꿈꿨어요. 유치원생 때부터요. 그러다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직업을 삼게 될 줄은 몰랐어요. 고등학생때만 해도 일반 대학에 진학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수시 전형에서 지원한 대학에 다 떨어지게 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원한 뮤지컬과에 덜컥 붙은 거예요. 하고 싶은 걸 해보라는 부모님 말씀에 뮤지컬이 생각나서 급하게 준비한 거였거든요. 뮤지컬과에 온 이상 열심히 해보자 해서 작년에 <42번가>로 데뷔하게 됐어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어떻게 접하게 된 작품인가요. 이 작품을 하기 전부터 탭댄스에 관심이 있었어요?

김영호  2015년이었나, 당시 행사 공연에 참여하면서 <42번가>를 알게 됐어요. 그때 행사에서 공연했던 장면 중 하나가 <42번가>의 오프닝인 ‘오디션’ 신이었거든요. 이전에 탭댄스를 배운 적이 없어서 저 혼자 그 장면을 못했는데, 옆에서 동료 배우들이 하는 걸 지켜보니까 무척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그게 계기가 돼 탭댄스를 배우게 됐죠. 탭댄스를 배울수록 자연스럽게 <42번가>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2016년 오디션에 합격해 이후론 매해 참여했어요. 올해가 세 번째예요.

전하린  저는 원래 이 작품을 좋아했어요. 개인적으로 꿈과 희망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좋아하거든요. 사실 저도 2016년에 오디션을 봤는데, 볼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한번 지원해 봤더니 역시나 안 되더라고요. 그땐 탭댄스를 배우기 전이기도 했고요. 꼭 <42번가>뿐만 아니라 앞으로 뮤지컬을 하려면 탭댄스를 할 줄 알아야겠다 싶어서 정식으로 탭댄스를 배워서 일 년 뒤 오디션에 재도전했죠. 작년에 이어 올해 공연에도 다시 참여하게 돼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손준범  전 학교 다닐 때 탭댄스 수업을 들었어요. 그래서 <42번가>라는 작품도 알고 있었고요. 처음 오디션을 본 건 2014년 공연 때였는데, 그땐 떨어졌고 학교 졸업 후 2017년 공연 오디션에 지원해서 붙었어요. 저도 이번이 두 번째 출연이에요.


김영호 2016, 2017, 2018 시즌 참여


탭댄스를 처음 배웠을 때 뭐가 가장 어려웠어요?

김영호  초반에 제일 어려웠던 점은 상체와 하체를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러면서 노래와 연기도 해야 하니까 신경 쓸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닌 거예요. 특히 탭댄스는 엇박자 리듬을 많이 쓰다 보니 노래를 같이하기가 헷갈리거든요. 또 탭댄스를 배우기 전에는 발을 걷고 뛰는 데만 쓰는 신체 부위라고 생각했는데, 발로 박자를 맞춰 악기 같은 소리를 낸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신기하기도 했고요. 저 같은 경우엔 <42번가>의 안무감독님이 운영하시는 학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다행히 재미있게 탭댄스를 배울 수 있었죠. 

손준범  내 몸을 내 맘대로 다루지 못하는 게 화가 나서 그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몸과 발이 너무 따로 놀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처음엔 단순히 발을 빨리 굴리면 소리가 날 거라 생각했거든요. 제가 오해했던 거죠. <42번가>는 정식 연습이 시작되기 한두 달 전에 앙상블 배우들만 따로 탭댄스 연습을 먼저 시작하는데, 그때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42번가>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 머리로 리듬을 익혔던 것도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탭댄스는 기본기를 잘 닦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전하린  전 학교 다닐 때 발레나 재즈 댄스 같은 춤 수업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상체하고 발을 같이 움직이는 건 비교적 수월했는데, 발목을 움직일 때 힘을 빼야 하는 게 어려웠어요. 보통 다른 장르 춤을 출 때는 발목 힘을 많이 쓰지만 탭댄스는 소리를 잘 내려면 발목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안 되거든요. 발목 힘을 쓰지 않는 데는 다른 특별한 방법이랄 게 없어서 연습만이 살 길이다 하는 생각으로 계속 연습했던 것 같아요. 

 

땀으로 거둔 결실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안무가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장면은 뭐예요?

김영호  제가 하는 건 아니지만, 극 중 여배우들이 식당으로 향하면서 탭댄스를 추는 ‘Go Into The Your Dance’가 가장 어려운 장면인 것 같아요. 단 네 명이서 탭댄스로 대극장을 채울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거든요. 안무에 쓰인 동작 자체도 어렵고요. 어려운 만큼 멋있는 장면이죠. 

손준범  전 극중극 <프리티 레이디>의 클라이맥스로 나오는 ‘Stairs’ 장면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제목 그대로 계단 위에서 탭댄스를 추는 장면인데, 좁은 계단에서 전체 앙상블 배우들이 합을 맞춰 군무를 춘다는 게 무척 어렵거든요. 춤추면서 노래도 해야 하고요. 작년에 이미 한 번 경험해 봤지만 이번 공연 연습에서도 여전히 어려운 장면이에요.

전하린  저도 ‘Stairs’ 장면이 저희 작품 탭댄스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에게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하나 더 꼽자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오프닝도 어려운 장면 중 하나예요. 극중극 <프리티 레이디>의 오디션으로 오프닝이 시작되는데, 더블이나 트리플, 윙타임 스텝 같은 다양한 종류의 타임 스텝이 쓰이거든요. 관객들과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보니 제일 공을 많이 들이기도 하고요. 저희 안무감독님 말씀으론 오프닝을 잘 마치면 이후 공연도 탄력을 받고 오프닝이 아쉬운 날에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조금 처진대요.


손준범 2017, 2018 시즌 참여


부상의 고충이 많이 따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전하린  아무래도 뼈나 관절을 많이 쓰다 보니 무리가 많이 가요. 탭댄스를 추는 배우들이 겪는 가장 흔한 부상 중 하나가 피로골절인데, 뼈에 반복적인 충격들이 쌓여서 미세한 골절이 생기는 거죠. 무릎이나 종아리, 발목을 다치는 경우도 많고요.   

김영호  관절이나 인대를 다치는 경우도 많죠. 연골이 닳기도 많이 닳고요. 조금 슬픈 이야기이지만, 벌써 계단을 오르는 게 힘겨울 때가 있어요. (웃음) 공연 전 부상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트레칭은 필수인데, 스트레칭만큼 중요한 게 공연이 끝난 후 근육 마사지를 해주는 거예요.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많이 쓰기 때문에 근육을 풀어주는 게 중요하거든요. 뭉친 근육을 제때 풀어주지 않으면 다음 날 고생하게 되기도 하고요.


이미 했던 작품에 다시 출연하게 하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김영호  작품이 지닌 밝고 희망적인 에너지가 가장 큰 매력 아닐까 싶어요. 몸은 힘들어도 공연할 때 저절로 웃게 되니까 공연이 끝나도 종종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번에 함께하지 못한 지난 시즌 배우들도 자꾸 <42번가> 생각이 난대요.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페기 소여의 이야기가 초심을 떠올려줘서 좋고요. 개인적으론 안무 선생님이 정말 좋으셔서 저도 안무 선생님을 따라 이 작품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오디션을 볼 때마다 뽑아주셔서 감사하죠.  

전하린  저도 영호 오빠랑 비슷한데, <42번가>가 전하는 희망찬 메시지가 좋아요. 연습할 때는 너무 힘들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행복해져요.

손준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작품이 지닌 밝은 분위기와 배우들이 밝은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태프분들이 <42번가>의 매력인 것 같아요. 누가 와도 밝아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42번가>를 계속하고 싶은 이유죠.


전하린 2017, 2018 시즌 참여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다른 장르의 춤이 있나요?

손준범  언젠가 애크러배틱을 배워보고 싶어요. 애크러배틱이 많이 쓰인 작품들을 보면 탭댄스와는 또 다른 에너지가 느껴져서 멋있더라고요.

전하린  저는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어요. <온 더 타운>이라고 1940년대 뮤지컬인데, 제롬 로빈스의 <팬시 프리>라는 발레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어 무용적인 요소가 많거든요. 토니 어워즈에서 최근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시상식 공연을 보고 한눈에 반했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공연된 적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출연하고 싶어요.

김영호  한 장르를 콕 짚어 배우고 싶다기보다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춤을 추고 싶어요. 작품 중에서는 <아가씨와 건달들>하고 <코러스 라인>을 해보고 싶어요. 둘 중에서도 <아가씨와 건달들>은 꼭 해보고 싶죠. 그걸 보고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거든요. 현대무용이나 재즈, 브레이크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도 욕심이 나고요. 


끝으로 아직 무대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김영호  흔히 오래 버티면 살아남는다는 말을 하잖아요. 어렸을 때는 그 말이 정말 버티기만 하면 되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오래 버티려면 자기가 어떻게 버틸 수 있는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화려한 겉모습에 매료돼 배우를 하려고 하면 금세 지치기 쉽거든요. 배우를 꿈꾸는 사람은 많은데 작품은 한정돼 있다 보니 기회를 얻기가 힘들지만, 배우로서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 명확한 목표가 있으면 하루하루 발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손준범  열심히 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어떤 사람들은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제 생각엔 열심히 하면 잘하게 돼있거든요. 저 역시 <42번가> 오디션에 어렵게 붙었고, 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합격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을 했어요. 열심히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올해 다시 뽑힐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전하린  저 역시 자기 자신을 알고, 연습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연습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전 학교 다닐 때부터 연습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어서 그날 배운 건 꼭 그날 복습했어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하루는 연습이 생각대로 안 돼서 계속 연습을 하다 학교 문 닫을 시간이 된 거예요. 경비 아저씨한테 들키면 나가야 하니까 연습실 불을 끄고 비상구 표시 불빛에 의지해서 연습을 했던 추억이 있죠.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기회는 언젠가 꼭 오는 것 같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8호 2018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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