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ODD NOTE] <록키호러쇼>가 패러디한 영화들 [No.179]

글 |안세영 2018-08-23 6,512

<록키호러쇼>가 패러디한 영화들




한 순진한 커플이 외딴 성에서 외계인 과학자와 그의 피조물을 만나 쾌락에 눈뜨는 이야기. 줄거리만 요약해 놓고 보면 황당무계한 ‘아무말 대잔치’에 다름 아닌 <록키호러쇼>는 알고 보면 각종 고전 SF 호러 영화에 대한 촘촘한 인용과 패러디로 이루어져 있다.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면 더 재밌는 <록키호러쇼>의 레퍼런스! 뮤지컬을 영화화한 <록키 호러 픽쳐 쇼>(1975)를 토대로 작품 안에 숨어 있는 다른 영화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Science Fiction Double Feature’ 속 SF 영화
<록키호러쇼>의 첫 곡인 ‘Science Fiction Double Feature’는 제목 그대로 고전 SF 영화에 바치는 찬가다. 무슨 소린지 모를 가사의 내용은 사실 11편의 SF 영화를 가리키는 것. 가사에 언급된 순서대로 살펴보면 ‘지구가 멈춘 날 마이클 레니는 부상을 입었지’는 <지구가 멈춘 날>(1951), ‘플래시 고든은 은색 팬티를 입고 거기 있었지’는 <플래시 고든>(1936), ‘클로드 레인스는 투명 인간이었지’는 <투명 인간>(1933), ‘페이 레이와 킹콩에게 문제가 생겼지’는 <킹콩>(1933), ‘무서운 속도로 우주로부터 날아왔지’는 <아웃 스페이스>(1953), ‘닥터 X는 피조물을 만들지’는 <닥터 X>(1932), ‘앤 프랜시스는 금단의 행성에 출연하지’는 <금단의 행성>(1956), ‘타란튤라가 언덕을 점령하자 레오 G 캐롤은 궁지에 몰렸지’는 <타란튤라>(1955), ‘자넷 스콧이 독을 뱉는 트리피드와 싸워 이겼지’는 <트리피드의 날>(1962), ‘다나 앤드류는 바보들에게 룬을 달라고 말했지’는 <악마의 저주>(1957), ‘조지 팔은 신부에게 말했지, 세계가 충돌할 때 무시무시한 스릴을 보여주겠다고’는 <세계가 충돌할 때>(1951)와 연관된 대목이다. 



 

<프랑켄슈타인>(1931), <프랑켄슈타인의 신부>(1935), <프랑켄슈타인의 복수>(1958)과학자 프랭크 N 퍼터와 그가 창조한 이상형 록키. 두 인물의 관계는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의 관계를 비튼 것이다. 프랭크 N 퍼터라는 이름부터 프랑켄슈타인의 패러디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전설적인 호러 영화 <프랑켄슈타인>도 뮤지컬에 영향을 주었다. 곱사등이 하인 리프라프가 촛대로 록키를 겁주며 놀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장면은 <프랑켄슈타인>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하인인 곱사등이 프리츠가 괴물에게 횃불을 들이밀며 위협하는 장면을 본떴다. 1931년 영화 <프랑켄슈타인>이 큰 성공을 거두자 1935년 후속작인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가 나왔다. <록키 호러 픽쳐 쇼>에서 마젠타가 마지막에 하고 나오는 올림머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에 등장하는 여자 피조물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모방한 것이다. 한편 록키가 생명을 얻기 직전 붕대를 감고 물탱크에 누워 있는 이미지는 또 다른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복수>에서 따왔다.



 

<드라큘라>(1931)
<록키호러쇼>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스스로를 ‘트랜실바니아인’이라고 칭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트랜실바니아는 흡혈귀 드라큘라의 고향. <록키 호러 픽쳐 쇼>에서 프랭크 N 퍼터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보라. 검은 망토를 두른 그는 영락없이 고전 영화 속 드라큘라의 모습이다. 드라큘라를 창조한 건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이지만,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드라큘라의 이미지를 정립한 건 1931년 개봉한 영화 <드라큘라>다. 이 작품을 통해 드라큘라는 검은 망토를 두른 묘하게 섹시한 신사로 거듭났다. 드라큘라가 여성의 목을 무는 행위는 성적 접촉을 은유하는데, 이는 드라큘라로 대변되는 프랭크 N 퍼터가 밤중에 브래드와 자넷을 덮치는 장면과 연관된다. 또한 흡혈귀에 물린 인간이 마력에 의해 지배당하듯, 브래드와 자넷 역시 마지막에 프랭크 N 퍼터에 의해 몸과 마음을 지배당한다. 

 

<미지의 형체>(1964)
<록키호러쇼>의 주인공인 브래드와 자넷은 차를 몰고 가다가 폭풍우를 만나 외딴 성으로 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상한 과학자 프랭크 N 퍼터와 그의 하인들을 만난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1964년 방영된 미국 TV 시리즈 <아우터 리미츠(The Outer Limits)>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미지의 형체(The Forms of Things Unknown)>와 유사하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공갈범을 살해한 두 여자가 시체를 차에 싣고 달리다가 폭풍우를 만난다. 이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외딴 저택을 방문하고 눈먼 하인이 문을 열어준다. 그곳에 사는 발명가는 시간을 되돌리는 장치로 죽은 자를 되살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결말에 이르면 문을 열어준 하인이 저택의 진짜 주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록키호러쇼>에서도 하인이었던 리프라프와 주인이었던 프랭크 N 퍼터의 지위가 마지막에 뒤바뀐다. 오프닝과 엔딩에 내레이션이 들어가는 구조 또한 두 작품의 닮은 점. 

 

<국외자들>(1964)
<록키호러쇼>의 ‘The Time Warp’ 댄스는 프랑스 영화 <국외자들>(1964)에 나오는 댄스 시퀀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 <국외자들>은 함께 돈을 훔칠 계획을 짜는 두 남자와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 특히 세 사람이 카페에서 매디슨을 추는 장면이 유명하다. 라인 댄스의 일종인 매디슨은 여럿이 한 줄로 서서 앞뒤로 움직이며 추는 춤이다. ‘The Time Warp’ 댄스가 끝난 뒤, 브래드가 “누구 매디슨 출 줄 아시는 분?”이라고 묻는 장면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사냥꾼의 밤>(1955)
<록키 호러 픽쳐 쇼>에서 에디는 양손 손가락에 ‘LOVE’와 ‘HATE’라고 쓰인 문신을 하고 있다. 이 문신은 <사냥꾼의 밤>에 등장하는 연쇄 살인범 해리 파웰의 손에 있는 문신과 똑같다. 해리 파웰은 살인범이지만 평소에는 전도사를 자처하며 성실하고 호감 가는 인물을 연기한다. 극 중 해리의 설명에 따르면 그의 손에 새겨진 문신은 선과 악 사이의 영원한 투쟁을 나타내는 것이다. 



 

<유인원 타잔>(1932)
자넷이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어린아이 수준인 록키에게 끌리는 장면은 제인과 타잔 커플을 연상시킨다.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소설 『유인원 타잔』은 지금껏 수없이 영화화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타잔 역할 배우는 1932년 <유인원 타잔>에 출연한 조니 와이즈뮬러다.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딴 수영 선수 출신으로, <유인원 타잔>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영화사 MGM과 RKO에서 만든 12편의 타잔 영화에 연달아 출연했다. 이 영화에서 타잔은 원작과 다르게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록키호러쇼>의 록키 역시 (노래할 때를 제외하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며, 근육질 몸에 팬티 하나만 걸친 모습이 영화 속 타잔과 비슷하다. 특히 자넷이 옷을 찢어 록키의 상처를 감싸주는 장면은 <유인원 타잔>에서 제인이 옷을 찢어 타잔의 상처를 감싸주는 장면과 유사하다. 

 

<로프>(1948)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첫 컬러 영화 <로프>는 뮤지컬 <쓰릴 미>의 모티프이기도 한 레오폴드와 롭의 살인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두 남자는 스릴을 맛보기 위해 대학 친구를 살해한 뒤 자신들의 아파트에 시체를 숨긴다. 그리고 완벽한 범죄를 과시하기 위해 피해자의 부모와 약혼녀, 그들의 은사인 교수를 비롯해 여러 손님을 아파트로 초대한다. 영화에는 두 살인자가 시체를 숨겨둔 상자 위에서 손님들과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록키호러쇼>에서 프랭크 N 퍼터가 에디의 시체가 숨겨진 테이블에 손님들을 모아 놓고 건배와 식사를 하는 장면은 바로 이 영화를 패러디한 것이다. 



 

<킹콩>(1933)

뮤지컬 넘버 ‘Don't Dream It, Be It’의 첫 대목에서 프랭크 N 퍼터는 이렇게 노래한다. “페이 레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든 그 부드러운 새틴 드레스가 그녀의 허벅지를 덮는 걸 본 순간 눈물이 쏟아졌어. 나도 똑같이 입고 싶어서.” 페이 레이는 영화 <킹콩>의 여주인공 앤을 연기한 배우로, 프랭크는 영화 속에서 그녀가 입었던 드레스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록키 호러 픽쳐 쇼>에서는 이 장면의 배경에 <킹콩>을 제작한 영화사 RKO의 로고가 나타난다. 마지막에 록키가 프랭크 N 퍼터를 등에 업고 RKO 로고와 똑같은 방송탑을 기어오르다가 떨어져 죽는 장면 역시 킹콩이 앤을 납치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죽는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9호 2018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