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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빌리 엘리어트> 김범준 .이성훈 .박예은 [No.88]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1-01-26 6,714


 

모든 공연에서 그렇듯이 <빌리 엘리어트>에도 빛나는 조연들이 등장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관객들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이들은 평균 연령 13세의 아역 배우라는 것이다.

 

 

오늘 학교는 조퇴하고 온 거예요?
범준
  아뇨, 다 끝나고 왔는데. 시험 기간이에요.


아, 요즘 기말고사 기간이구나. 시험은 잘 봤어요?
예은 
네.

범준  아뇨.

성훈  아니요, 아….

 

왜 잘 못 봤어요?(웃음) 공연하느라 공부를 많이 못해서 그랬나?
범준
아뇨, 원래 공부를 못해서. 공부파가 아니어서요. 흐흐.

 

하하. 예은이는 전에도 뮤지컬을 해본 적이 있고, 범준이랑 성훈이는 <빌리 엘리어트>가 첫 뮤지컬이죠? 오디션은 어떻게 보게 된 거예요? 오디션을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범준
  네, 전 처음이에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오디션 보라는 포스터를 보고 엄마 아빠가 “해볼래?” 해서 “네, 해볼래요” 하고 바로 신청했어요. 성훈  전 옛날에 MBC 아카데미…,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연기 아카데미 들어가려고 오디션을 본 적이 있어요. 범준  거기서 상 받았대요.

 

어떤 상 받았어요?
성훈  6개월 동안 수업 듣고 끝날 때 대상 받았어요.

 

와, 연기 수업을 들어보니까 연기하는 게 재밌었어요?
성훈
  네. 계속 연기 쪽으로 나가고 싶었어요.

 

범준이는 연기 자체가 처음인 거고요? 그럼 뮤지컬은 왜 해보고 싶었어요?
범준
  이유는 하난데요. 공부하기 싫어서요. (전원 하하하) 아니, 공부보다 이런 게 좋아서요.

오디션 전에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보고 갔어요?
범준
  영화는 좀 시시했어요.

성훈  저도 별로. 흐흐. 뮤지컬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예은  솔직하다, 너무 솔직해. 전, 빌리의 일생이 좀…. 빌리는 춤에 재능이 있는데 그때는 전쟁도 많고 남자는 싸움을 잘해야 하니까, 권투를 배우게 하고 발레를 못하게 하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불쌍했는데 꿈을 이뤄서 감동적이었어요.

 

오디션을 볼 때는 이걸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영화는 재미없었지만?(웃음)
범준  성훈
  (동시에) 네. 하하하.

마이클 역이 싫진 않았어요? 여자 옷도 입어야 하고, 빌리를 좋아하잖아요.
범준 
싫진 않았어요. 처음 해봐서 그런지 아무거나 다 재밌었어요.

 

범준이는 빌리 스쿨의 맏형이었잖아요. 맏형 노릇은 했어요?
범준
  빌리 스쿨에 있을 때는 잘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잘해줬는데…. 

성훈  요즘엔 마왕 소리 들어요. 킥킥. 사춘기라서요.

범준  전 못 느끼겠는데 그런 게 있나 봐요. 근데 사춘긴 거 알면서도 이렇게 꼭 까불어요.


 

                                                                                                                                            <이성훈>

 

하하. 질풍노도의 시기구나. 연습 처음엔 뭐가 제일 어려웠어요?

범준  성훈  발레요.

범준  연기요. 연기가 어려웠어요.

예은  나쁘게 말해야 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노래 연습은 안 힘들었고요?
성훈
  음…, 뭐라 애기해야 되지? (빌리 흉내를 내며) 뭐라 설명할 수 없어.

범준  성훈이 노래할 때 힘들었던 점이요, 목소리가 잘 쉬어요.

성훈  (목 보호를 위해) 선생님들이 말을 하지 말라고 해서 그게 제일 답답했어요.

범준  근데 말을 안 했던 적은 없어요. 마스크를 쓰고도 막 ‘왈왈왈왈왈’. (전원 하하하)


그럼 제일 재밌었던 건 뭐예요?
범준  성훈
  탭 댄스!

예은  난 탭은 싫었는데. (이)정걸 선생님이 하도 무한 반복해가지고. 저는 탭보다는 ‘샤인’ 때 춤추는 거랑 외국 안무가 선생님하고 같이 춤췄던 거요.

연습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예요?
성훈 
못한다고 꾸중 되게 많이 들을 때, 그때 하기 싫었어요.

예은  저는 “병신 같았어. 병신아” 이 대사를, 못되게 하면 힘 좀 빼라 그러시고, 힘 빼고 하면 못되게 하라 그러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그게 제일 어려웠어요. 범준  저도 그런 거 힘들었어요. 그리고 한 장면만 계-속 연습해요. 그래서 좀 지루하고 힘들었어요. 성훈  대사 하나하나마다 노트를 주시고, 절대 그냥 안 넘어가세요. 말투나 억양, 대사의 의도를 하나하나 찍어 주셨어요. 범준  아주 섬세하세요. 움직일 때 표정, 대사할 때 표정, 누구한테 걸어가야 할 때는 몇 초 안에 걸어가야 하고 이런 것까지 다 정해주세요.


와, 다 기억하기 힘들었겠다. 기억해뒀다 대본에 열심히 적고, 하지만 집에 가서 보진 않고요? (웃음)
범준  성훈  예은 
(동시에) 네! 절대 안 보죠. 으흐흐흐흐.

 

계속 지적을 받다가 성공했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겠어요?
범준
  완-전 좋아요.

예은  날아갈 것 같아요.

 

그럴 땐 선생님이 ‘오케이’라 그래요? 뭐라 그러셨어요?
범준
오케이, 퍼펙트라는 말은 안 하시고 그냥 ‘베타(Better)’. 베타만 한 삼백 번 들었어요. 아, 처음 연습할 땐 ‘펄펙, 에엔드’ 라고 말하세요. “잘했어, 완전 잘했어. 근데 있잖아.” 이런 식이에요.

성훈  잘했다고 하시면서 노트를 무조건 주세요. 열 개는 기본이고, 두 개가 제일 적은 거예요. 그런데 제가 계속 안 고치면 간식을 바깥에다 던지세요. 똑바로 해, 똑바로 해 이러다 계속 안 되면 이렇게 휙 던져요.

범준  쓰레기통에 넣으려고 그러시고. 어떨 땐 진짜 너무 황당했어요.

 

하하. 선생님 지도 방식이 독특했나 봐요? 연출가가 외국인이라서 더 낯설겠어요.
범준
  익숙한 사람도 아닌데 한국인도 아니고, 어떻게 말해야 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걱정했던 거 다 생각나요. ‘외국인들은 원래 이런가?’ 하면서 고민하고.

예은  외국 연출가 선생님이 두 분 계셨거든요. 비티 선생님하고 라이나 선생님. 라이나 선생님은 표정으로만 얘기하시는데, 비티 선생님은 좀 독특하셔서 그분이 오시는 날에는 벌벌 떨었어요.

범준  진짜 특이하세요. 빌리가 기분이 안 좋을 때 제가 웃겨야 하는 장면이 있어요. 선생님이 제가 빌리를 웃기면 오천 원을 주고, 못 웃기면 저보고 오천 원을 내래요. 처음엔 너무 놀랐어요. 왜 이러시지 하고. 근데 그게 외국식 장난인 것 같아요.

예은  대사 중에 “아니거든”이라는 말이 있는데 느낌이 애매모호해서 모르겠는 거예요. 나쁘게 할 수 있고, 억울하게 할 수도 있잖아요. 제 제일 친한 친구 이름이 지혜거든요. 그런데 비티 선생님이 “지혜는 쓰레기장에서 일한다”, “지혜는 더럽다” 이렇게 욕을 하시는 거예요. 그럼 제가 “아니거든!!!!”, “아니거든!!!!”, “아니거든!!!!” 하고 답하게 돼요. 그렇게 수백 번 한 다음에 그 대사가 됐어요. 그럼 나중엔 “어, 그래 지혜 예뻐” 그러세요. 완전 병 주고 약 줘요. 근데 그러니까 이렇게 잘된 것 같아요.

 

예은이는 대사에 욕도 많고, 대사를 소화하기 좀 힘들었죠?
예은
  뭐, 대사니까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원한다면 찌찌 보여줄게’ 이런 대사도 있잖아요.

범준  그 대사가 제일 힘들 것 같아.

예은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에이 이거 대산데 어때’ 이랬는데 막상 신이 끝나면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하루는 초중학교 애들이 단관을 왔는데 그 대사를 했더니 애들이 ‘아악’ 이러면서 소리 지르는 거예요. 어른들은 그 소리를 듣고 웃고.

성훈  제가 빌리한테 뽀뽀하는 장면에서도 뽀뽀하면 다 비명을 질렀어요. ‘악!!!’ 이러면서.

                                                                                                                                            <박예은>

그럴 땐 반응에 신경이 쓰일 텐데 그래도 신경 안 쓰고 연기에 집중한다는 게 대단한걸요. 연습실에서 연습하다가 첫 공연 날 무대에 섰을 때 긴장되지 않았어요?
성훈
  처음엔 너무 떨렸는데 박수 받으니까 되게 좋았어요.

범준  공연 올라가기 전에는 완전 떨렸는데 올라가니까 재밌었어요.

예은  8월 11일이 첫 공연이었는데 그날이 제 생일이었거든요. ‘내 생일에 첫 공연이야’ 하면서 엄청 긴장했어요. 머리를 하도 긁적긁적 해서 피도 나고.

 

<빌리 엘리어트>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뭐예요?
예은
  솔리대리티요. 광부하고 경찰하고 덤벼! 싸워! 그러다 하나가 되자고 합창할 때. 그 장면에서 마이클하고 스몰 보이 빼고는 모든 배우가 다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왠지 하나가 되는 기분이에요.

범준  저는 제 ‘익스프레싱 유어 셀프’ 장면이 제일 좋아요. 제가 많이 나오고, 무대에서 춤추고 그러니까 그냥 신나요. 성훈  저도요.

범준  처음엔 제정신이에요. 정신에 불이 들어와 있고, 어떻게 해야 되겠다 생각하면서 잘해요. 그런데 춤을 추기 시작하기 정신을 놓아요.

성훈  관객들의 박수 소리에 맞춰 탭 댄스를 추면요, 정신이 혼미해져요.


빌리가 네 명이잖아요. 네 친구하고 연기하는 것도 다 다르죠?
예은
  빌리 네 명이 생각도 다르고 색깔도 다 달라요. 빌리 대사를 빼먹을 뻔한 적도 있어요. 3초 쉬고 말해야 하는데 서로 세는 속도가 다 다르잖아요. 그리고 한번은 리허설 때 진호를 세용이 오빠 밀 때처럼 세게 밀어서 진호가 프로세니움까지 날아 간 적이 있어요. 다행히 멈췄지만 너무 미안했어요.

 

정말 그렇겠다. 친구들마다 미는 강도도 다르게 해야겠어요. <빌리 엘리어트>에 참여해서 가장 많이 배운 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범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게 많아요. 처음엔 잘 모르니까 눈치 없이 행동하고 그러잖아요. 성인 배우님들이 ‘어른들 있을 땐 이렇게 하는 거 아냐’ 하고 가르쳐 주시고, 사회에 나가서 이땐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분위기 파악 잘해야 한다, 그런 걸 배운 게 좋아요.

성훈  저도 범준이 형이랑 똑같아요. 학교에서는 장난치면 그냥 웃고 넘어가요. 근데 여기서는 장난 한번 치면 일이 크게 벌어져요.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되고 그런 걸 많이 배웠어요. 예은  저도 동감해요. 단체 생활을 해서 배운 게 제일 커요.

 

마지막 질문, 스무 살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범준
  전 계속 이런 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성훈  예은  저도요. 배우하고 있을 거예요.

                                                                                                            <김범준>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8호 2011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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