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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2) <광화문 연가>의 윤도현 [No.90]

글 |김영주 사진 |김호근 2011-03-22 5,210

시간의 벽 위로 노래의 날개를 타고


아주 많은 스타들이 줄지어 뮤지컬 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따금 그를 생각했다. 윤도현은 지금처럼 너도나도 뮤지컬을 하지 않을 때 김민기 대표와의 인연으로 학전의 <개똥이>(1995)에 출연했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1997), <하드락카페>(1998)에서 남다른 에너지와 진정성으로 ‘좋은 배우’의 기본을 보여주었다. 록뮤지컬을 만드는 이들이 캐스팅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이름을 떠올리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던 그는, 그러나 지난 12년 동안 뮤지컬 무대에서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다. 2010년 <헤드윅>으로 깜짝 복귀를 하기 전까지 내내 그랬다.

 

 

“혼자가 아니라 YB라는 밴드의 멤버로서 해야 하는 음악도 있었고, <러브레터>를 7년쯤 진행하다보니 집중력이 필요한 뮤지컬을 섣불리 선택하기가 어려웠어요. 사실 그 전까지는 뮤지컬 무대가 그립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었고요. 밴드 활동이 순조롭게 잘되어가고 있었다면 그런 감상을 느낄 여유가 있었을 텐데 YB의 하루하루가 힘들다보니까... 그러다가 <러브레터>를 접으면서 작년에 <헤드윅>을 하게 됐는데, 그 공연을 하면서 좋은 작품에 대한 욕심이 부쩍 생기더라고요.”


생전의 이영훈 작곡가에게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 대한 구상을 직접 들었고, 함께 작업을 해보자는 권유를 받았던 그가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영훈 작곡가의 삶이 반영된 ‘상훈’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고인의 실제 모습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큰 도움이 되리라. “노래만 들어도 충분히 느낄 수 있겠지만, 아주 작은 감정도 놓치지 않고 음악에 담아내는 분이셨어요. 목소리도 크지 않고 늘 조용하게 웃는 분인데, 함께 있으면 제가 잊어버렸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셨어요. 술 좋아하고, 맛있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하고, 외로움도 많이 타고... 한순간에 스쳐갈 원하는 멜로디, 가사 한 줄을 찾아내기 위해서 언제까지라도 기다리는 분이셨고...  ‘슬픈 사랑의 노래’ 는 곡을 완성한 후에 15년 만에 가사를 다 쓰셨다죠.”

 

이영훈 작곡가의 성품을 알고, 음악에 모든 것을 쏟아낸 그의 삶을 알기 때문이겠지만, 윤도현은 이 작품에 대해 누구보다도 조심스럽고 진심 어린 태도를 보인다. “<광화문 연가>에서는 가사나 음정을 틀리지 않고 부른다고 해도, 원래 곡에 담겨 있는 그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연기 중에 대사를 틀린 것 이상으로 타격이 클 것 같아요. 제가 가수니까 노래는 어려울 게 없겠다고 말씀들을 하시는데 사실 저는 이 작품을 위해서 노래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곡을 쓸 때도 순식간에 해버리기도 하고, 노래도 툭툭 던지듯이 부르는 편인데 선배님의 곡은 절대로 그렇게 부르면 안 되는, 디테일을 모두 표현해야 하는 노래거든요.”

 


데뷔작 <개똥이>부터 <헤드윅>까지 록뮤지컬로만 이어져온 그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광화문 연가>는 분명 도전이다. 여장을 했던 <헤드윅>조차도 윤도현이라는 존재가 선명하게 투영되는 방식으로 밀어붙였던 그간의 연기 스타일과는 다른 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오히려 기대하는 눈치였다. “저는 배우로서 자질이 있어서 뮤지컬을 시작했던 게 아니라 학전의 김민기 선생님 덕에 정말 운이 좋게 발을 들이게 됐어요. 그러니까 대학에서 전공을 하시거나 꾸준히 경력을 쌓아온 다른 배우 분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죠. 특히 자기 틀을 깨는 것을 정말 못해서 연습을 하다가 내가 못하는 것 같으면 더 나아가지를 못하고 머리부터 긁적거려요. <헤드윅> 때 이지나 선생님이 그걸 많이 깨주셨는데, 그래도 뮤지컬 배우로서 아직도 멀었죠. 큰일 났어요.”

 

사랑하는 여학생의 방 창문 아래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소녀’를 불렀던 고교생은 세월이 흘러 ‘어느 순간부터 고통을 즐기는 법을 깨쳤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었다. 온 마음을 다해 노래했던 어린 시절, 그의 옆에서 함께 노래해주었던 단 하나뿐인 친구는 세상을 떠났고, 소녀였던 첫사랑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이제 그에게는 다만 그때 그 시간과 노래가 남겨졌을 뿐이다. <광화문 연가>를 보기 위해 객석에 앉아있는 아주 많은 관객들이 그런 것처럼. 윤도현은 그 수많은 사연과 마음들을 향해 노래하고 연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상훈은 자신을 많이 표현하고 감정을 내지르는 캐릭터가 아니거든요. 대놓고 펑펑 우는 장면은 없을 것 같지만 울지 않더라도 그 슬픔이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0호 2011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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