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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ENSEMBLE] <영웅> 김대현, 무대 밖으로 전해지는 간절함을 담아 [No.187]

글 |박보라 사진 |윤상길 사진제공 |에이콤 2019-04-02 6,498

<영웅> 김대현, 무대 밖으로 전해지는 간절함을 담아

 

10주년을 맞은 <영웅>으로 데뷔한 ‘따끈따끈한’ 뮤지컬배우, 김대현. 그는 <영웅>에서 1막과 2막에 걸쳐 여덟 장면에서 독립군과 일본 경찰, 군인 등으로 등장한다. 첫 공연 이후에도 오랫동안 꿈꿔 온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다는 그의 들뜬 목소리엔 진심이 묻어난다. 여기서 잠깐, 순식간에 바뀌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한 그의 비법은? 바로 확고한 캐릭터 정체성이 묻어나는 의상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영웅> 속 김대현의 인물들을 만나보자. 

 


 

1막 1장 ‘단지동맹’ 中 독립군 역

 

<영웅>은 대한제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독립군의 이야기에요. 첫 장면 ‘단지동맹’은 안중근 의사와 단지동맹을 함께한 독립군의 노래죠. 전 이 장면에서 단순히 한 명의 앙상블이 아닌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독립투사 11인 중 한 명으로 무대에 서요. 저뿐만 아니라 이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가 같은 마음일 거예요. 무엇보다 이 장면이 감동스러운 이유는 이토 히로부미를 3년 안에 암살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단지동맹을 한다는 점이에요.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독립군 모두가 같은 목적으로 단지동맹을 하기 위해 만났다는 사실에 매번 뭉클함을 느끼죠. 참고로 전 안중근 의사 옆에서 울부짖으며 노래를 부르는데, 매일 공연할 때마다 당시 독립군들의 독립을 향한 간절함이 객석에 전해지길 바라요. 


↑<영웅> 1막 1장 ‘단지동맹’ 

 

1막 3장 ‘가야만 하는 길’ 中 제국익문사 요원 역  

 

‘가야만 하는 길’은 설희가 경복궁 옥호루에서 벌어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떠올리며 악몽을 꾸는 것으로 시작해요. 이어서 등장하는 안중근 의사와 제국익문사(고종이 설립한 비밀 정보 기관) 요원들은 대한제국의 위태로운 상황을 알리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요. 저는 이 장면에서 제국익문사 요원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데, 대한제국의 군인으로 엘리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굳센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답니다.  

 

1막 4장 ‘비상구는 없다’ 中 일본 경찰 역

 

‘비상구는 없다’는 숨 막히는 퀵체인지를 소화해야 하는 장면이에요. 단 30초 만에 제국익문사 요원에서 일본 경찰로 변신해야 하거든요. 앞 장면 ‘가야만 하는 길’이 끝나고 암전이 되자마자 소대로 뛰어나가 무대 바로 옆에 준비된 의상으로 단숨에 옷을 갈아입고 곤봉을 챙겨서 나오면 미션 완료. 1분 남짓한 시간에 캐릭터 변신을 하기 위해 무대에 서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여기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잊지 않으려고 매일 변신의 주문을 외우죠. 한번은 넥타이를 풀던 중 마이크에 걸려서 10초 정도 헤맨 적이 있는데, 그 짧은 시간이 1년처럼 느껴졌어요. 참고로 이 장면에서 저는 날카로운 정예군의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본답니다. 무대 위에서 제가 어디 있는지 잘 찾아봐 주세요.


↑<영웅> 1막 4장 ‘비상구는 없다’ 

 

1막 7장 ‘추격 1’ 中 독립군 역

 

‘추격 1’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뒷골목에서 이뤄지는 추격전이에요. 제국익문사처럼 억울한 대한제국의 상황을 외부에 알리고 나라를 위해 몸 바치려는 독립군들이 일본 경찰과 일본 군인을 피해서 그들을 따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거든요. 앞선 장면인 ‘단지동맹’에서 간절함과 희망을 담는다면, 이 장면에서는 쫓기는 급박함을 생생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저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이 죽어라 열심히 뛰는 장면인 만큼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2막 2장 ‘출정식’ 中 일본 군인 역

 

2막에서 저는 계속 일본인으로 등장해요. 다양한 역할로 변신하는 1막보다 수월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무대에 서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특히 ‘출정식’은 칼을 사용하는 군무로 이루어져서 칼의 각도는 물론 동작이 완벽해야 해서 어려운 장면이죠. 또 실수를 하면 바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 해요. 지금도 공연장에 도착하면 이 장면은 꼭 한 번씩 연습하고 무대에 서요. 여기서 하나 고백하자면 이 장면 때문에 남몰래 울기도 했어요. 군무를 정말 잘하고 싶은데, 몸이 제대로 안 따라준다는 속상함에 갑자기 울컥하더라고요. 죽을 각오로 몸에 익을 때까지 연습을 반복했고, 그 결과 지금은 몸이 먼저 반응할 정도랍니다. 



 

2막 3장 ‘추격2’ 中 일본 행인 역

 

‘추격2’도 빠르게 의상을 갈아입은 후에 무대로 나가야 하는 장면 중 하나예요. 이 장면에서는 일본 군인에게 신분 검사를 당하는 지나가는 행인을 연기하거든요. 앞 장면인 ‘출정식’에서 강도 높은 춤을 추고 난 후 재빨리 무대 밖으로 달려 나가서 행인으로 변신하고 돌아와야 하죠. 



 

2막 7장 ‘하일빈역’ 中 일본 군인 역

 

‘하얼빈역’ 장면에서는 이토 이로부미의 환영식에 임하는 일본 군인으로 등장해요.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위해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죠. 이 장면에서는 총을 사용하는데, ‘출정식’ 때와 마찬가지로 총 제식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영웅> 2막 7장 ‘하일빈역’ 



 

2막8장 ‘누가 죄인인가’ 中 일본 헌병 역

 

저는 뮤지컬배우를 꿈꾸며 수없이 ‘누가 죄인인가’의 동영상을 찾아봤죠. 그래서 이 작품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아직도 잘 실감 나지 않아요.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내가 어떻게 여기에 서 있을 수가 있지?’ 하고 놀라곤 합니다. 공연때마다 <영웅>에 참여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영웅>  2막8장 ‘누가 죄인인가’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7호 2019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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