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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젊음의 행진> 이창용 - 유쾌하고도 진지한 이 청년 [No.91]

글 |김유리 사진 |김호근 2011-04-18 5,416

이창용은 늘 더 잘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배우다. 이는 관객들의 눈에도 공통적이다. 예매 사이트 배우 평에 올라와 있는 관객의 코멘트 이야기를 건네니 진짜 열심히 해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그에 미치지 않는다며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짜 열심히 하는 게 무엇인지 묻자 “밥 먹을 때든 뭘 할 때든 그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계속 생각하는…” 이 정도면 알겠지, 그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습해야 직성이 풀리는 정공법의 배우다. 

 

인터뷰 이틀 전 <젊음의 행진> 쇼케이스에 왕경태로 나온 안경 낀 이창용을 보고 웃음이 났다. 안경 낀 모습 하나만으로도 어린 시절에 봤던 TV만화 <영심이>의 왕경태가 떠오른 탓이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었다. 인터뷰 당일, 변덕이 심한 날씨 탓이기도 했겠지만 이창용은 심한 감기에 걸린 상태였다. 주 중에는 <젊음의 행진> 연습, 주말에는 지방 공연으로 힘들어하면서도 “내 한마디 한마디에 보내주는 관객의 웃음과 박수가 좋다”며 조심스럽게 웃는다. 생각해보면 이창용은 대부분의 공연에서 관객과 가까이 호흡을 나누며 유쾌함을 주었고, 조근조근한 말투와 선한 인상, 안정적인 노래 실력, 그리고 무대에서 느껴지는 성실함에서 ‘신뢰와 믿음,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배우였다.

 

쉼 없이 달린 2년, 되찾은 여유                  
2007년 <알타보이즈>의 순수남 ‘에이브러함’으로 데뷔한 이 4년 차의 배우는 데뷔 후 2년 간 여섯 작품에 출연하며 꽤 단시간에 이름을 알렸다. <이블 데드> 초연의 멀티맨 루돌프를 거쳐 재공연 때는 주인공 애쉬를 맡았고, <쓰릴 미>의 나, <돈 주앙>의 라파엘, <내 마음의 풍금>의 강동수, <어쌔신>의 쥬세페 장가라까지 쉼 없이 내달린 그의 리스트에는 겹치는 캐릭터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재공연을 포함하여 1년에 네 작품 꼴로 출연하던 당시를 “좋은 경험이었지만, 작품에 100% 몰입하기는 어려웠던 때”라 회상하는 그는 “3년 차부터 여유를 가지고 한 작품 한 작품 몰입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여유를 생각할 수 있었던 건 <어쌔신> 이후 겪은 개인적인 혼란 때문이었다. “데뷔 후 5주를 쉬었는데 처음으로 쉬는 거라 너무 힘들더라고요. 누가 요즘 뭐하는지 물으면 ‘잠깐 쉰다’라는 말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어요.” 이후 작은 역할이지만 평소 함께하고 싶었던 스태프와 배우와 공연하게 되어서 기뻤던 <로맨스, 로맨스>로 공연이 중간에 막을 내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사실 어린 나이에 주요 역할을 하다 보니 2년 사이 욕심이 자라 있었더라고요. 게다가 공연이 중간에 내리게까지 되니 참 혼란스러웠어요.” 하지만 변희석 음악감독의 추천으로 이창용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워크숍에 참여하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 “워크숍이라 캐스팅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하게 돼서 참 좋았어요. 워크숍 때 음악을 미리 연습해놓고, 연습 때는 연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말 마음이 편했어요. 워낙 멋진 선배 형들과 하게 돼서 약간의 부담도 있었지만, 마음만은 정말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캐릭터를 빚어 구워내는 시간에 공을 들이면 관객들도 알아채는 법이다. 지난해 여름 잔잔한 화제를 일으켰던 이 작품에서 이창용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스포트라이트를 았다.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무대에 서면서도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존재감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하자 쑥스럽게 웃으며 답한다. “제가 형들보다 미리 음악 연습을 해놨기 때문에 대본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시간이 생겼어요. 워크숍 준비 때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한 것이 결국 여유를 주더라고요. 앨빈이란 캐릭터 자체가 좋아서 관객들 입장에서도 더 정감이 가는 캐릭터이기도 했고요.”

 

배우로서의 ‘그 무엇’을 만들어 가다       
어렸을 때 그는 여느 끼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학교 축제에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막연히 연기자를 꿈꿔 고3 때 수소문해서 찾아간 곳이 바로 남경읍 선생님이 운영하는 학원 ‘예장’이었다. 반년 정도 예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을 때, 뮤지컬에 대한 매력을 알려준 두 작품을 만난다. “립싱크라 생각할 정도로 배우들의 굉장한 가창력과 연기를 볼 수 있었던” <레 미제라블> 내한 공연과 “작은 극장에서도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해준 <지하철 1호선>, 이창용에게 이 두 작품은 뮤지컬 배우의 꿈을 갖게 해준 첫사랑 같은 작품이다.
서울예대에 입학한 후 그는 자신을 믿고 끌어주는 귀한 선배를 만난다. 조정석이다. 2004년 오디뮤지컬컴퍼니 연수 단원 오디션 때도 함께였지만 이미 군에 지원한 상태였던 이창용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입대를 선택한다. 데뷔한 정석이 형의 소식을 군에서 들을 때면 부럽기도 했지만,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전화로 늘 격려해줬던 정석이 형은 이후 함께 공연하게 된 <이블 데드>에서도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창용은 늘 남자 배우 사이에서 믿음직한 막내 역을 맡고 있었다. <알타보이즈>, <쓰릴 미>, <돈 주앙>, <어쌔신>,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까지 출연작 중 절반이 남자배우들의 출연 비중이 높은 작품이었고, 실제로 자신보다 어린 후배들이 많지 않아서 <김종욱 찾기> 때까지도 팀에서 막내였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이 의젓하고 속 깊은 막내 동생의 이미지는 비단 형들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사랑을 받는 그의 장점이다.  
이런 이창용의 막내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은 그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성실함과 관계가 있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된다. 그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일단 기대하진 말고 열심히 해보자’며 끊임없이 연습을 한다. 그러니 두 사람이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이인극은 특히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당연할 터. “<쓰릴 미>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할 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하는 그는 “하지만 두 작품은 또한 자신에게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 말하며 애정을 표시한다.
그의 롤모델은 익히 알려진 대로 자신에게 처음 연기를 알려주셨던 남경읍 선생님이다. 더 이상 배울 게 없어 보이는 까마득한 선생님이신데도 늘 뭔가 새로운 걸 배우고 탐구하시는 열정에 감명 받는다는 것. 그리고 최근에는 (최)재웅이 형의 ‘진지함’이 눈에 들어온단다. “재웅이 형은 배울 점이 참 많아요. 잘 알려주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가끔 던지는 한마디가 굉장히 와 닿죠. 그런 한마디들이 참 많아요.”
“언행에 큰 사고 없이, 행복한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해 나가는 배우”가 현재의 가장 큰  목표라는 이창용은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나만의 핵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한 바 있다. 어떤 무기를 준비 중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조용히 되묻는다. “아직 구상하고 공부하고 있는 단계라 정확히 말씀 드릴 순 없어요. 하지만 서른 중반이 되면 저만의 아우라가 나오지 않을까요?” 자신의 계획을 뚜렷이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라, 더 이상 묻지 않고 대신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을 물으니 “다 나이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 아직 말하지 않겠다(웃음)”고 답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은 그가 30대 중반에는 <헤드윅>, 40대엔 <맨 오브 라만차>에 대한 꿈을 품고 있는 것을 안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실력을 쌓으려고요. 나날이 발전해가야죠. 당장은 <젊음의 행진>의 왕경태에 집중하고 싶어요. 만화 같으면서도 어른스러운 경태가 될 거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1호 2011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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