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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RSONA] <지킬 앤 하이드> 이용진의 스트라이드, 사랑하는 엠마에게 [No.188]

글 |박보라 사진제공 |오디컴퍼니 2019-05-13 7,123

<지킬 앤 하이드> 이용진의 스트라이드
사랑하는 엠마에게 

 

요즘 헌신적인 ‘짝사랑남’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스트라이드 씨입니다. 얼마 전 엠마의 결혼식에서 지킬 박사의 이상 행동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여인을 불렀다는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의 눈물샘을 자극했죠. 세상 어디에도 없던 순정파, 스트라이드 씨를 하늘에서 직접 만났습니다.  

 

※ 이 글은 스트라이드 역 배우 이용진과의 대화를 토대로 작성한 가상 인터뷰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스트라이드 씨.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하하,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젠틀한 영국 신사.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전 언제나 상류층으로 올라가고 싶은 야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지킬 박사가 이상적인 사람이라면 전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볼 수 있죠.
 

당신이 엠마를 짝사랑한다는 소문이 도시 전체에 다 났어요. 그녀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전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어요. 오갈 곳 없는 절 거둬주신 분이 바로 엠마의 아버지, 댄버스 경이죠. 댄버스 경은 절 친아들처럼 정성껏 대해 주셨어요. 모든 걸 쏟아부어 주셨죠. 엠마와는 친구로 함께 자랐어요.
 

그럼 지킬 박사와는 어떻게 알게 됐나요? 댄버스 경과 지킬의 아버지는 친한 친구 사이였어요. 두 분께서는 집에서 파티를 자주 열었는데, 그때마다 저와 엠마, 지킬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죠. 
 

당신은 언제부터 엠마를 좋아하게 되었나요? 엠마의 어머니가 떠나던 날, 눈물을 흘리는 엠마를 보면서 과거의 제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그 순간 평생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고 다짐하게 됐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엠마의 온화한 성격과 아버지를 섬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녀를 향한 사랑이 더 깊어졌어요.
 

지킬 박사가 이사회에서 허무맹랑한 소리를 했다고요. 지킬의 독특한 발상은 언제나 제 예상 밖이었어요. 지킬이 미쳤다고도 생각했지만, 그의 기발한 생각과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죠.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씁쓸하지만 저도 모르게 지킬을 경계하게 되더군요. 
 

이사회에 참석한 지킬 박사가 당신에게 ‘나서지 말라’고도 했다던데요. 자존심이 상했겠어요. 맞아요. 그랬죠. 사실 지킬과 전 이사회 사건 외에도 꾸준히 갈등을 겪어왔어요.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지킬은 종종 제게 자신의 뜻을 굽혀줬어요. 그런데 전과는 다르게 이사회에서 ‘이번만은 나서지 말라’고 하더군요. 사실 지킬의 당당함에 적잖이 당황했어요. 아니, 감히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하다니! 그리고 결국엔 절 붙잡고 호소했잖아요. 하, 그런 지킬이 싫었어요.
 

그렇게 싫어하는 지킬 박사와 엠마가 약혼식을 했죠. 그때 당신은 어땠나요? 우선 많은 사람의 눈을 피해 엠마를 찾아야만 했어요. 지킬의 말도 안 되는 궤변을 그녀에게 말해 줘야만 했어요. 지킬은 결국 엠마에게 상처를 줄 테니까요. 물론 그녀가 제게로 온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엠마가 꼭 지킬을 떠나기만을 바랐죠. 지킬과 결혼한다면 언제나 홀로 남겨져 외로워할 모습이 그려졌거든요. 사랑하는 여자가 불행해지는데 그냥 내버려 둘 남자가 어디 있나요? 
 

그러나 엠마는 당신의 마음도 모르고 자신이 선택한 삶이라고 말했다고요.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마음이 욱신거리더군요. 아직은 어린 엠마가 지킬의 엉뚱함을 남자의 열정과 패기로 보고 있구나 싶었어요. 제 마음은 아팠지만, 그때부터 저의 바람은 이거였어요. 그녀가…, 꼭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이요.
 

얼마 뒤에 도시에서 연달아 살인 사건이 일어나 흉흉했어요. 엠마를 지켜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녀 옆에는 지킬이 있잖아요. 제가 나서면 엠마에게 마음의 짐만 될 것이 뻔했어요. 그저 가끔 그녀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 마음으로 걱정했죠. 지킬은 남편으로서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라면 꼭 엠마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약혼식 이후에 지킬 박사가 잠적했다는 소문이 들려왔어요. 아무리 지킬이 ‘미친놈’이라고는 해도 잠적했다는 소문이 진짜는 아니었을 거예요. 왜냐면 누구든 지킬이 엠마를 보는 눈빛을 봤다면 알 수 있거든요. 인정하기 싫지만 지킬이 엠마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요. 전 그걸 알고 있었어요. 
 

엠마의 결혼식엔 참석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땐 어쩔 수 없었으니까요. 엠마와 함께 자란 친구의 마음으로 그녀의 행복을 축복해 주러 갔어요. 결혼식장 앞에서 수없이 다짐했어요. 엠마를 잘 보내주자. 엠마는 분명 행복할 거야. 이렇게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주변을 한참 동안 걷다가 들어갔는데, 그녀를 보자 심장이 두근거리다가 멈추는 것만 같았어요. 
 

결혼을 앞둔 엠마에게 어떤 말을 건넸나요? ‘네가 선택한 삶이 맞길 바란다’는 말을 해줬어요. 그리고 정말 제 마음을 담아 ‘지킬이 널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도 했죠. 그리고 우린 둘 다 웃음을 터트렸어요. 물론 엠마는 모르겠죠. 제 웃음 속에 맺힌 눈물을….
 

결혼식 도중에 갑자기 지킬 박사가 거칠게 변했어요. 아, 그땐 엠마를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리고 당신은 결국 지킬 박사의 손에 죽게 되었죠. 엠마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하늘에서 제 장례식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엠마가 저를 위해 눈물을 흘리더군요. 전 언제나 엠마가 지킬에게 상처받을까 봐 걱정했거든요. 그동안 그녀는 이런 제 마음을 몰라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장례식이 끝나고 엠마는 제게 늘 자신을 걱정해 주던 저의 마음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하더군요. 엠마가 제 마음을 알았으니 됐어요. 전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8호 2019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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